-
-
인간의 척도
마르코 말발디 지음, 김지원 옮김 / 그린하우스 / 2020년 4월
평점 :
이 책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주인공으로 하는 역사 소설이라 하는 게 맞을까 그가 등장하는 미스테리 스릴러라고 하는 것이 맞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책을 읽기 전 광고 문구를 읽으며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컸는지 이야기의 흐름이 조금 달라서 쉽게 몰입되지는 않았다. 거기에다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발명품이나 그의 천재적인 기지를 발휘해 일련의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미스테리라기보다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상상력을 펼쳐낸 소설이란 느낌이 더 강해 기대한 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된 것도 뭔가 사건만을 기대하며 책을 읽느라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게 했다는 핑계를 끄집어 내본다.
인간의 척도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전성기를 누리며 세력을 떨치던 밀라노 공국의 군주 루도비코 일 모로의 의뢰를 받고 일을 하고 있다. 그가 하는 일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일 모로의 아버지 스포르차를 기념하는 기마상을 만드는 일이다. 그런 와중에 저택에서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고 아무런 외상이 발견되지 않아 자연사로 해결이 되는 듯 하다가 공작의 의뢰를 바고 시신을 살펴본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그가 지닌 해부학적 지식으로 그 남자가 타살 된 것임을 밝혀낸다. 그리고 죽은 남자가 위조 화폐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의심되는 와중에 그가 레오나르도의 제자임이 밝혀지면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용의자로 의심을 받게 되는데......
사실 내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줄거리를 따라가며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재미로 읽는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살았던 당시 밀라노를 둘러싼 정치와 역사적 사실들을 알고 있다면 조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거기에 더해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대한 전기적인 사실들을 알고 있다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식탁예절에서 청결을 위해 행주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토끼의 털로 손을 닦는다는 것도 소설에 뜬금없이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레오나르도가 행하게 했던 이야기이다. 이 소설을 지적 유희라고 하는데 알고 있는 것이 많을수록 소설의 문장들이 더 재미있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작년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전기와 그의 노트에 대한 책을 읽은 기억이 있어서 책을 읽는 중간중간 재미있게 읽을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내게는 여전히 이 소설이 지적인 유희를 누릴 수 있는 소설이 되지는 않는다. 그저 "국왕이 감수해야하는 가장 위험한 업무인 질식하지 않고 옷 걸치기"(58) 같은 문장에 웃기만 할 뿐이다.
"사람은 자연과 다른 사람들을 관찰함으로써만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과 우리가 믿는 것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리가 예상하는 것을 비교해보지 않으면 사람의 지성과 판단력이 건전하게 자라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실수에서 깨달음을 얻는 유일한 방법은 자연 그 자체를 척도로 삼아 자신을 비교하는 것뿐입니다. 사람과 달리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요"(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