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로 번역할 것 없이 그냥 링곤베리나 구스베리라고 번역하면 간편하기야 하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쉽게 가다보면 책에 한국어는 토씨만 남고 온통 영어 표현이 가득한 '보그체'가 펼쳐질 것이다.(우리는 링곤베리를 따 모은 바스켓을 들고 코티지에 들어가서 런치를 즐겼어요,같은 문장으로 가득한 책을 상상해보길). 그런 사태를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도 번역가의 일이고, 이 일에는 정답이 없기에 더욱 어렵다.

북유럽의 숲, 영국의 황야, 미국의 농장 등이 배경으로 나오는 번역서를 보다 보면 '월귤'이라는 과일이 자주 나온다. (폭풍의 언덕,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초원의 집, 호호아줌마...)

...... 월귤은 링곤베리를 뜻한다. 링곤베리는 키 작은 나무에 맺히는 빨갛고 조그마한 열매이다. 귤하고는 전혀 다르고 차라리 블루베리에 가깝다. 사실 블루베리와 링곤베리, 그리고 크랜베리는 모두 산앵두나무속에 속하는 나무 열매들로 비슷비슷하게 생겼다. 색깔이 빨갛거나 파랗거나 신맛과 떫은 맛이 더하거나 덜하거나의 차이가 있을뿐이다. ......

문제는 월귤이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잊혀졌다는 것이다. 월귤은 한국에서도 자생하고 어엿한 한국어 이름도 있지만, 복분자나 오미자, 오디, 산딸기 같은 여타 열매들에 비해 오늘날 실생활에서는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월귤이라는 단어 자체도 사어가 되었다. 링곤베리라는 수입단어보다 월귤이라는 국산 단어가 오히려 더 낯설게 들린다. 252-256

 

 

으음....베리는 어렵구나. 그런데 가장 궁금한 건 허클베리. 진달랫과 산앵두나무속에 들어가는 허클베리는 톰 소여의 친구 허클베리 핀과는 다른 녀석이겠지?

 

 

 생강빵과 진저브레드를 읽고 나니 권남희 번역가의 에세이도 급 읽고 싶어졌다. 귀찮지만 행복해볼까,를 읽어보려고 가까운 책장에 꽂아뒀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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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0-04-23 0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어들 중에 우리말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외래어와 외국어의 비중이 늘어간다고 느껴요.

저도 어떤 논리나 개념을 설명하다보면 자꾸 특정한 외국어 단어로 얘기해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놀라곤 합니다.

요즘은 그런 단어들을 우리말로 바꾸면 뭘까 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chika 2020-04-23 16:36   좋아요 0 | URL
정말 가끔은 말표현이 어렵다,라고 느낄때가 있더라고요. 적당한 우리말 표현을 찾기가 어렵기도 하고...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할 때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