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로드 - 사라진 소녀들
스티나 약손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음서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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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로드가 무엇인가 했더니 스웨덴 동부해안의 95번 국도를 일컫는 말이다. 그 실버로드의 한 지점인 스웨덴의 작은 마을에서 실종사건이 발생한다. 렐레가 딸 리나를 버스 정류장에 내려 주고 버스가 오기까지의 15분 사이에 리나가 깜쪽같이 사라져버렸고 그 후 렐레는 딸을 찾아 끊임없이 실버로드를 따라 헤메고 다닌다. 마을에서부터 가득 주유된 기름이 떨어지는 거리까지 차를 타고 사람이 살지 않는 검은 숲속으로도 들어가면서.

"가파른 절벽 너머로 검은 숲이 끝없이 펼쳐지고, 벌목을 마친 헐벗은 땅과 강이 간간이 그 풍경 속에 끼어 있었다. 언덕 위에 설치된 서너개의 풍력 발전기는 인류의 진보와 함께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82)

하지만 실종된 딸 리나를 찾아 헤매는 렐레를 통해 숲속에는 인간의 손길로 파헤쳐져 땅을 일구고 집을 지어 살았지만 현재는 폐허가 되어 썩은 냄새만 풍기는 곳도 있음을 보여준다.

아니, 어쩌면 이런 것은 다 부수적인 것이다. 어쨌거나 이 이야기의 주된 흐름은 딸의 행방을 찾아 3년이 넘게 찾아 헤매는 아빠 렐레가 중심이고 그런 생활에서 예견할 수 있는 것처럼 부부는 각자의 슬픔을 견뎌내지 못하고 이혼을 하고 렐레는 폐인이 되다시피 살아가고 시신조차 찾을 수 없는 리나의 실종은 차마 죽음으로 끝을 낼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숲의 한 곳 스바르트리덴에 사는 무정부주의자 같은 비르게르 가족이 등장한다. 아니, 그 가족의 등장에는 엄마를 따라 머나먼 곳까지 따라 온 메야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무책임한 엄마로 인해 메야는 외톨이로 지내다 숲에서 알게 된 칼 요한을 따라 그의 집에서 생활하게 된다. "할 수만 있다면 저런 부모들은 모두 없애버리고 싶었다. 자식을 위해 싸우지 않는 부모들, 자신의 고통에 푹 빠져서 자식을 돌보지 않는 부모들."(306)

 

여전히 렐레는 딸을 찾아 실버로드를 헤매고 있는데 또다시 캠핑장에서 실종사건이 발생한다. 소녀의 실종은 리나의 실종과 연관이 있을꺼라 믿고 렐레는 더욱더 소녀의 흔적을 찾아 헤매는데...

 

이 소설은 스릴러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 구성이 치밀하지는 않다. 어쩌면 너무 빤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 같기도 하지만 중심 줄거리를 풍부하게 해 주는 세부적인 내용들이 이 소설의 흡입력이라 생각한다. 사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이 소설을 읽느냐에 따라 더 깊이있게 들어오는 문장들과 끓어오르는 감정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일단은 모든 것의 시작은 가족,이 아닐까 싶다.

그저 스토리만을 따라가는 이야기로 읽지 않고 조금 더 세부적인 이야기들로 관심을 갖는다면 여러측면으로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고통만 보느라 무책임한 부모도 부모라 하기 힘들지만, 잘못된 일을 저지르는 자식만을 감싸는 부모도 부모 자격이 있는가,라는 문제제기뿐만 아니라 자신의 욕구충족을 해소하기 위해 어린 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포르노를 보는 토르비요른을 쓰레기라고 하기는 하지만 소설속에서는 그래도 메야에게 다정한 아빠가 되려는 모습의 묘사가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해보고 싶어진다.

정작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지만 결말에 이르는 이야기를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으로만 흘려야겠다. 장르소설의 반전을 기대하기보다는 긴장감 넘치는 문학소설을 기대한다면 기대이상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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