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병자들 - 1914년 유럽은 어떻게 전쟁에 이르게 되었는가
크리스토퍼 클라크 지음, 이재만 옮김 / 책과함께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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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때도 그 전후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책을 읽고 한참 지난 지금 이 책의 내용을 정리해보려고 하니 떠오르는 것이 없다. 그저 1914년 사라예보에서 울린 총성 한발에서 세계대전이 시작되었다, 라는 극적인 말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지 알 것 같다는 이야기만 할 수 있을 뿐이다.

 

"1914년 6월 28일 일요일 아침,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과 그의 아내 조피 초테크가 사라예보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유럽 대륙은 평화로웠다. ... 그로부터 37이 뒤 유럽 대륙은 전쟁 중이었다. 그 여름에 시작된 분쟁에 6500만 명이 동원되었고, 세 제국의 명맥이 끊겼으며, 군인과 민간인 2000만명이 목숨을 잃고 2100만 명이 부상을 당했다. 20세기에 일어난 유럽의 참상들은 이 파국에 배태되었다."

 

어쩌면 이런 문장에 담겨있는 의미를 되새겨보라는 뜻으로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 외무상에게 이 책을 건넨것인지도 모르겠다. 북한의 김정은과 미국의 트럼프가 만남을 가졌던 그날이 생중계되었던 그 상황이 단지 우리나라, 아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가 이목을 집중하여 그 의미를 전하고 두 정상의 회담 내용에 대한 분석이 중요한 것은 세계가 평화로 가느냐 전쟁으로 가느냐의 발화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며 이에 대한 내용은 그날의 만남뿐만이 아니라 그 전으로 거슬러가며 지정학적인 이웃나라와의 정치, 역사적인 관계, 각국의 내부상황 등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비유를 생각하면 몽유병자들의 이 방대한 내용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지만 차분히 읽어나가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1890년데 러시아와 프랑스는 왜 반독일 동맹을 결성했는가? 영국은 왜 이 동맹과 운명을 함께 하는 선택을 했는가? 독일은 적대적 연대에 둘러싸이는 결과를 초래하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 1914년에 유럽과 세계에 전쟁을 불러온 사태를 유럽 동맹체제의 구조적 변화로 얼마만큼 설명할 수 있는가?"(214)

 

유럽의 양분화되어가는 정세에 대해 동심원을 그려내듯 발칸 지역, 유럽과 러시아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하며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당시의 상황에 대한 거시적인 역사에 대해 공부를 미리 하지 않는 한 이 책을 바로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물음들에 대한 답을 책에서만 찾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자료를 더 찾아보고 싶었지만 내 능력치는 이 책을 이해하는 것만도 쉽지가 않다.

이 책을 읽기전 가브릴로 프린치프라는 책을 읽었었는데 세르비아 민족주의자들의 입장에서 세계의 정세를 판단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조잡한 해골 그림과 독약 그림이 그려진 흑수단의 깃발에서부터 조직의 허술함이 느껴지는데 문득 세르비아인들은 당시의 국내 상황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별 생각없이 책을 읽어나가다 이렇게 중반쯤부터 조금씩 제동이 걸리기 시작하면서 조금 더 진지하게 책을 이해하며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책이 훨씬 더 어려워지기만 하고 있다.

 

"1차 세계대전은 3차 발칸전쟁에서 세계대전으로 확대되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오스만 제국과 기독교 유럽이 인접한 남동유럽 주변부에서 분쟁과 위기는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었다. 유럽체제가 그런 분쟁과 위기를 조정하다 대륙전체를 위험에 빠뜨린 적은 없었다. 그러나 1914년을 앞둔 수년간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1911년 가을 이탈리아가 오스만 제국의 아프리카 속령을 정복하기 위해 전쟁을 개시하자 뒤어어 발칸 반도의 오스만 영토를 노리는 기회주의적인 공격이 시작되었다. 발칸 지역의 분쟁을 억제할 수 있었던 지정학적 균형 체제가 무너졌다"(384)

 

"대공 암살은 단순히 그 개인의 죽음으로 그치지 않고 그가 상징했던 것 즉 왕조의 미래와 제국의 미래, 그리고 둘을 통합한 '합스부르크 국가 이념'까지 타격을 받았다는 중요한 사실을 의미했다."(587) 

"1914년의 주역들은 눈을 부릅뜨고도 보지 못하고 꿈에 사로잡힌 채 자신들이 곧 세상에 불러들일 공포의 실체를 깨닫지 못한 몽유병자들이었다."(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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