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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의 보물 고대 그리스 - 전 세계의 박물관 소장품에서 선정한 유물로 읽는 문명 이야기 ㅣ 손바닥 박물관 2
데이비드 마이클 스미스 지음, 김지선 옮김 / 성안북스 / 2020년 3월
평점 :
이 책은 '전 세계의 박물관 소장품에서 선정한 유물로 읽는 문명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이 부제에만 집중을 하면 이 책이 어떤 책인지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책을 읽으며 내심 또 다른 감탄을 하게 되는 것은 그동안 띄엄띄엄 봤었던 고대의 유물을 시대순으로 한번에 보고 있으려니 점차 정교해지고 풍요로운 표현들이 담겨있는 예술적인 변화도 볼 수 있어 좋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박물관을 중심으로 그곳에 있는 각 지역의 고대 유물과 보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을 읽었었는데 이 책은 그 경계를 넘어 '고대 그리스'의 유물을 다 담아내고 있어서 더 좋았다.
엘긴스 마블로 유명한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들이 런던 대영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지만 그건 누가봐도 그리스의 유물이고 빼앗긴 보물이다. 우리의 많은 보물도 그렇지만 전 세계적으로 빼앗긴 유물 반환에 대해 여전히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데 이 책에 담겨있는 유물들의 소장 지역을 보면 정말 다양하다는 것으로도 그 문제를 떠올려볼 수 있다. 이건 그리 썩 유쾌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대 그리스의 유물들을 보다보면 금세 감탄하며 유물 그 자체에 빠져들게 된다.
'손바닥 박물관'이라고 해서 유물의 실제 크기를 손바닥 크기와 비교해서 실물을 가늠해보게 해 준다는 설명은 책을 읽기 전부터 알았지만 별 관심없이 무심히 넘기다가 손바닥 크기와 비교된 실물 크기를 보고 깜짝 놀란 다음부터 꼭 크기를 비교해보기 시작했다. 상아로 만든 조각품들을 보다가 상아라는 재질에 크기가 작겠다 싶기는 했지만 손바닥과 비교된 그림을 보고 표기된 실제 크기가 12센티미터가 안되는 것을 확인하니 책 속의 사진 크기가 실물 크기와 비슷할 것 같았고 박물관에서 직접 보는 것과 똑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금은 그런 느낌이 들어서 좋다.
눈에 익숙한 유물도 많지만 처음 보는 것들, 특히 프라이팬이라고 되어 있어서 고대의 주방기구가 이렇게 현대적인 무늬를 새겨넣고 만들어졌다고? 하며 다시 보니 실제 프라이팬으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모양이 프라이팬과 닮아서 그렇게 부르고 있다는 말에 혼자 피식하며 웃고 말았지만 지금으로부터 삼천년도 더 전에 만들어진 유물들이 어떤 용도로 쓰였건 - 대부분은 제례의식용으로 쓰여졌겠지만 - 대단한 미적감각으로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유물에 대한 설명을 읽고 다시 한번 사진만 훑어보고 있으려니 또 새삼 위대한 고대의 유물들이라는 감탄을 하며 보게 되는데 이 책은 간접적인 박물관 관람 체험으로 아주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