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 - 정원과 화분을 가꾸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식물 이야기
안드레아스 바를라게 지음, 류동수 옮김 / 애플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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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는 분이 수선화와 튤립 뿌리 몇개와 꽃피는 허브 몇 종류를 갖다 주셨다. 집에 작은 마당이 있는데 어머니가 꽃을 좋아하셔서 수선화 구근을 좀 달라 말씀드렸더니 꽃피는 것들을 눈에 보이는대로 갖다주신 것이다. 향이 좋은 제주 수선은 이미 철이 지나 꽃이 다 져버렸지만 샛노란 왕관모양의 노란 수선은 꽃망울이 올라올 때 받았는데 오늘 출근하면서 보니 벌써 꽃이 대여섯개나 피어나고 있었다. 꽃이 지고난 후에 그대로 잘 두면 내년에도 꽃을 볼 수 있을까?

사실 히야신스가 너무 이쁘게 피어서 구입을 하고 꽃이 지고난 후 혹시나 하는 맘에 마당의 화분에 버리듯 심어 뒀더니 그 후로 해마다 꽃이 피어나서 좋기는한데 처음 화원에서 사 왔을때의 그 화려하고 탐스러운 꽃은 더이상 피어오르지 않는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것일까?

 

책을 읽다보면 튤립이 정말 심기 힘든 식물이라고 나온다. 그런데 이 정보만으로는 튤립이 꽃을 피우고 난 후 튤립의 구근을 그대로 뒀을 때 다음 해 또 꽃을 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다른 책에서는 그럴 수 없다고 본 기억이 있는데...그래도 야생 튤립의 꽃을 내년에도 볼 수 있을지 조금은 기대가 된다.

아무튼 큰 기대는 없었는데 중반을 넘어 읽다보니 농작물도 파종시기가 있듯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에서 키우기 위해 마당에 심는 시기와 정원 일을 위한 시기별 할 일이 정리되어 있기도 하다. 식물을 키우는 것은 경험치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주듯이 지금 시기에 튤립 구근을 심는 것이 맞다고 적혀있어 내심 감탄하고 있다.

 

처음 식물의 특성, 재배환경, 종류 등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식물에 대한 전반적인 상식 이야기들이어서 다른 식물 이야기 책과 그리 다르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식물 자체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식물을 키우는 정원에서 마주칠 수 있는 벌레, 곤충, 흙.. 같은 환경적인 것과 식물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한 여러가지 요소들을 읽다보니 역시 정원사의 글이구나, 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더구나 상식처럼 알고 있었던 달걀껍질이나 차 찌꺼기를 흙에 뿌려도 좋다는 것은 뭔가 특별함보다는 차를 마실때 뜨거운 물을 부었을 뿐 사람이 차로 마시는 것이어서 식물에게도 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에 앞으로 마당에 슬며시 던져넣어도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것같다.

식물에 대한 것도, 정원가꾸기에 대한 것도 알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었는데 지금 당장 가장 유용한 정보는 '잘 관리해도 식물이 꽃을 피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내용이었다. 물만 충분히 주면 된다는 스파티필룸을 키우고 있는데 집 마루에서 꽃이 피지 않아 왜 그런가 싶었는데 어쩌면 너무 따뜻한 환경이 오히려 꽃을 못보게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잠시 화분의 위치를 바꿔 현관에 놓아둬봐야겠다.

 

그리고 관상용 식물의 대부분이 외래종이라고 하는데 - 이것은 단지 독일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이런 외래종의 가장 큰 문제점은 토박이로 살아온 품종들을 몰아내는 것이다. "생태계를 훼방 놓지 않으려면 모든 의식 있는 정원사가 나서서 이런 외래종 식물들의 씨앗이 성숙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며, 진 꽃은 지체하지 말고 잘라주어야 한다/ '제대로 된' 정원사는 이런 식으로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111)

 

이렇게 여러 측면에서 유익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는데 무엇보다 책에 실려있는 수많은 식물, 꽃 그림을 볼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좋았다. 식물 세밀화가 너무 멋지게 그려져 있어서 누구의 그림일까 궁금했는데 출처가 슈투트가르트의 뷔르텔베르크 주립도서관 소장 도서, 라고만 되어 있다. 다른 식물관련 도서에서 본 개양귀비꽃 그림이 똑같은 느낌인데 고서의 그림이 똑같이 인용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아름다운 꽃그림이 곳곳에 산재해 있어 책을 읽는 즐거움이 배가되어 좋았다. 식물을 좋아한다면 당연히, 식물에 관심이 있다면 또 당연히, 식물의 광합성으로 인해 뿜어져 나오는 산소를 들이마시는 인간이라면 모두가 이 책을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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