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에게

살인자에게 - 김선미 장편소설
김선미 지음 / 연담L / 2020년 2월

제목때문에, 그러니까 정말 단순히 제목때문에 책을 다 읽어나갈때까지 나는 '살인자에게' 보내는 글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면 살인자의 후기- 아니, 살인자의 고백이 있어 모든 이야기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궁금증은 뜻밖의 전개로 해결이 되지만... 이해할 수 없다,는 측면이 아니라 그냥 사건이 일어난 날을 중심으로 과거를 회상하고 현재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 상당 부분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이야기는 한 가족의 살아남은 구성원들이 각자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살인사건은 이미 과거에 일어난 일인데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이다. 물론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경제적인 비관으로 짐작되는데, 아버지가 온 가족을 죽이고 자살을 하려다 실패를 해 결국 어머니만 숨지고 아버지는 교도소에서 징역을 살고 어린 두 아들은 할머니 손에 자라게 된다. 그리고 십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출소를 하게 된 아버지가 찾아오는 그 날, 현재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살인자인 아버지와 또 다른 유아 실종사건의 살인자로 낙인찍힌 형이 고향집으로 찾아 오고 그 날, 둘째 진웅의 같은 반 반장이 사라진다. 진웅에게 온갖 잡일을 맡기는 반장을 아버지와 형은 탐탁치않게 여기고 있었는데...

결국 반장의 시신은 성묘를 갔다오던 진웅의 가족에 의해 발견되는데, 둘째아들 진웅의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점점 더 의심은 그들을 향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현재부터 다시 아버지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그때쯤 이미 내 마음은 범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냥 불편해지기만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피가 여기저기 마구 튀는 느낌이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범인찾기 놀이가 아니라 하나에서 시작된 비극이 어떻게 연쇄적으로 수많은 비극을 불러일으키는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거기에 더하여 이미 낙인찍혀버린 이들에 대한 편견과 괴롭힘은 누군가가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겉으로는 다정한 척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마음을 이용하려는 자 역시 죄의 범주에서 벗어날수는 없을 것이다. 이 소설을 읽어나가며 점점 더 마음이 불편해진 이유중의 하나는 그런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낙인찍혀버린 이들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들을 욕하고 있지만 그들 중 하나인 반장의 죽음 앞에 우리는 또 당연히 누군가를 낙인찍고 있지 않은가. 작가는 교묘하게 그 마음을 이용하여 범인을 유도하고 있었다.

결말에 이르렀을 때 경악,이라는 느낌보다는 몰랐으면 오히려 더 좋았까, 라는 의문을 갖게하는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불편했다. 왜 현재의 시점에서 이런 살인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는가... 단숨에 읽히는 장르 소설의 하나로만 넘겨버리기에는 좀 무거운 이야기들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