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0주년 작품이라니! 그것도 제목이 '세상의 봄'이라니.

책을 받고 바로 인증하려고 책을 꺼내 든 순간 온통 꽃분홍이 보여 잠시 생각이 멈췄다.

그러니까 표지가 2개의 버전이었던가? 하며 다시 보는 순간.

하아... 이걸 어쩌나. 하 권만 두 권이다. 그래도 상 권이 두 권이었다면 먼저 읽기라도 시작해볼터인데 이건 하 권이니 어찌해볼도리 없이 상 권이 오기만을 기다려야한다. 이 기다림은 언제 끝나려나. ㅠㅠ

 

 

 

 

 

 

 

 

 

 

 

 

 

 

 

 

 

 

 

 [쓰지않으면 사라지는 것들]

"입밖으로 나온 말들, 맞이한 새벽들, 지냈던 도시들, 살았던 삶들 모두가 책의 페이지로 만들어져야 한다"

2015년 6월 아흔의 나이로 제임스 설터가 숨졌을 때 부인 케이 엘드리지 설터는 어마어마한 양의 상자를 발견했다. 이미 출판된 최종 원고뿐 아니라 메모와 초고까지 꼼곰히 모아둔 것이었다. 그 가운데 '최고'라 생각된 글을 추렸다. 책에 실린 산문 35편마다 저자가 기억하고 기록한 사람, 장소, 시절이 촘촘히 빛난다. 그 안에는 어떻게 해서든 아름답게 살아가려는 삶이 계속되고 있다.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난해지지 않았던 마음이 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는 않았지만 '책 없이 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는 미련이 읽힌다. "책도 책이지만 내가 쓴 것들, 반드시 출판할 필요는 없는 그 글들을 두고 갈 수 있을까?" 글은 그가 소유한 것 중 가장 가치가 있었다.

 

 

 

 

 

 

 

 

[이끼와 함께]

 

이끼는 식물 세계의 양서류다. 물을 떠나 육지로 나섰을 때 가장 큰 난관은 생식이었다. 자와 정자가 물속에서 떠다니다 만나는 방식은 어려워졌다. 이끼는 난자를 물로 보내지 않고 암그루 안에서 보호하는 방식을 택했다. 모든 식물이 취하는 이 전략은 이끼가 처음 고안한 것이다. 이끼는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한다. 지붕빨간이끼처럼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살 경우 유성생식을 택해 포자를 날려보낸다. 네삭치이끼들은 밀집한 정도에 따라 성별을 바꾼다. 이끼 숲은 그 안에 많은 생명체를 품는다 1그램의 이끼 안에 원생동물 15만 마리, 물곰 같은 완보동물 13만 마리 이상이 산다. 이끼는 작은 곤충의 터전이 되고, 곤충들은 이끼의 정자를 옮겨 번식을 돕는다. 어린 나무는 이끼의 수분을 먹고 자란다. 이끼는 수분을 머금는 능력이 탁월해 북미 원주민들은 기저귀와 생리대로도 사용했다. 북미 원주민 출신의 식물학자인 저자는 현대과학과 부족의 전통지식을 오가며 이끼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향모를 땋으며]

"돌고 돌아 내가 도착한 곳은 처음 출발한 곳, 아름다움에 대한 물음이었다. 그것은 과학이 묻지 않는 물음이었다"

책을 들추자 작은 종이첩이 발등으로 툭 떨어졌다. '책사용설명서'였다. 표지 종이는 앙상블 엑스트라화이트 130그램, 본문 종이는 전주페이퍼 그린라이트80그램 같은 책 기본 사양은 물론이고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배경지식이 담겼다. 편집자도 책을 만들면서 '향모'라는 식물을 처음 들어봤다는 친근한 고백도 곁들였다. 570쪽에 달하는 책 두께가 사용설명서를 읽는 동안 한결 가볍게 느껴졌다. 저자는 어린 시절 숲페서 경험했던 식물의 아름다움과 조화로움에 이끌려 식물학자가 되었다. 과학이라는 증거와 논리의 세계 안에서도 끝내 닳지 않았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저자의 눈은 아메리카 원주민이라는 그의 '뿌리'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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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3-02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권만 두권? 잘못 온건가요? ㅜ

chika 2020-03-02 18:40   좋아요 0 | URL
안타깝게도... 네. 어떻게 할지 연락을 기다리는중이예요. ^^;;

2020-03-02 2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