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0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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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티비로 예능프로그램을 보다가 '말싸움'이라는 게임을 봤다. 좀 유치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말싸움이라는 표현이 논쟁보다는 더 와닿지 않는가? 사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이라는 말보다 내게는 비속어처럼 쓰이는 '말빨'이 더 선명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수사학'은 각각의 시안과 관련해 거기 내재된 설득력 있는 요소들을 찾아내는 능력이며 수사학은 일종의 변증학이고, 성품에 관해 다루는 일종의 윤리학일뿐만 아니라 정치학이라고 부르는 것도 옳다(17-18)라고 되어 있다. 정말 간략하게 정리해봤지만 온갖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설득의 심리학의 원조, 정도라 생각하면 될것같은 느낌뿐인 것이다.

다시 예능 프로그램 이야기로 돌아가서 하나의 주제를 놓고 서로 대립 토론을 하는데, 팽팽할 것 같던 주장의 대립은 상대방의 성격이나 성품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의 주장이 승리를 하는 모습을 보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상황을 설명하며 어떻게 하면 자신의 이야기로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방법론이 맞겠구나 싶었다.

 

처음 개념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도무지 이게 뭔말인가 싶지만 수사학이 어떤 것인지 그 개념의 형태를 잡고난 후 글을 읽기 시작하면 그리 어렵지는 않다. 짧게 이어지고 있는 각각의 항목들은 때로 우화와 비유가 섞여있어 훨씬 이해하기 쉽고, 이론적으로 설득력있게 말을 잘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또한 감정과 성격에 대해서도 연설자뿐 아니라 청중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선거기간에 유세를 하는 정치인들에게 유권자들을 잘 구슬려 자신에게 투표권을 행사하게 하는 방법도 이 책으로 배울 수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이 책은 수사학,인데 자꾸만 나는 그런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고 사실과 진실을 꿰뚫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고민해보게 된다.

 

"자기가 한 일이 불법임을 인정했다면, 자기 행위가 남에게 피해를 끼치긴 했지만 고귀한 일이었다거나, 남에게 고통을 주긴 했지만 이로운 일이었다는 식의 주장을 함으로써 자기 잘못을 상쇄해야 한다. 비방에 대처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자기 잘못이 실수나 불운,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에 저질러졌다고 주장하는 것이다"(286)

이런 이야기는 근래에 뉴스에서 정말 많이 보게 되는 이야기가 아닌가. 더군다나 이런 글을 읽으면 우리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에 의해 경제성장을 이룬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떠올라 책을 읽는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는다. 사기꾼같은 설득력의 기술을 배우는 것은 속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런 말에 속지 않기 위해서라고 위안을 해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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