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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지 않고도 취한 척 살아가는 법 - 일상은 번잡해도 인생은 태연하게
김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평점 :
"세상은 언제나 내게 책임감을 요구했지만 가끔 그 무게를 내려놓아도 인생은 망하지 않았다"
인생살이가 그리 힘들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왜 이 말에 마음이 꽂혔는지. 사실 저자의 이름을 보고 관심을 가질수밖에 없는 책이기는 했지만 지금 당장 읽어볼까, 하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책을 이야기하는 광고 문구가 어쩌면 그렇게 지금의 내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지! 지금 이 책을 펼치지 않고서는 읽을 책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책은 인생살이에 대한 무심한듯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글이 담겨있다. 사실 가장 지금의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이야기는 전력투구하지 않고 설렁설렁 살아간다고 해서 잘못 산 인생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이 바빠 좋아하는 책읽기도 못하고 업무시간이 끝나도 넘쳐나는 일을 끝내기 위해 야근을 하고 집에 오면 피곤함을 풀어보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만 자는 시간이 되풀이되고 있는데, 문득문득 일을 하다가 '이렇게 죽을 힘 다해 일을 하는 의미가 있을까?'라고 되내이고 있는 요즘이어서 그런것인지.
'오늘도 맨 정신으로 하루를 버티는' 우리의 일상을 취한 척 몽롱하게 바라보고 있노라면 화가나는 누군가의 무책임함도, 자기만 아는 동료의 이기적인 행태에도 그저 허허거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나의 에피소드마다 BGM곡이 적혀있어서 책을 읽으며 추억에 잠겨들기도 하고, 절대적인 공감을 하기도 하지만 때로 가볍게 웃으며 넘기기도 하고... 조금은 다른 시대를 살아왔지만 그래도 어쩌면 저자의 이야기처럼 나 역시 나이를 먹어가며 꼰대가 되어가고 있는것은 아닐까 걱정도 해보며 나의 일상을 돌아본다.
아직 죽음이 멀리 있는것처럼 느껴지지만 오늘처럼 몸상태가 안좋으면 금세 죽음이 다가오는 것 같아 서둘러 나의 삶을 정리해보려 하기도 하고, 뭔가를 해 본다는 것이 이미 늦은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좀 느긋해졌다.
그리고 마시지 않고도 취한 척 살아가는 몽롱한 삶을 기대하면서도 가끔은 또렷한 정신으로 하나의 계획을 세워보기로 했다. 그건 바로 '메이크 미 해피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로또 당첨을 꿈꾼다지만 나는 조금 더 현실적으로 목록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물론 저자 역시 많은 리스트를 만들어도 지금 당장 가장 쉽게 실행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나가라고 하고 있으니 나는 하나씩 이루면서 리스트를 늘려나가는 것도 같은 의미가 되겠지.
'인생 꼼수 안내서'라고 하지만 선배 세대의 경험과 사유가 담겨있는 인생 안내서라 생각하고 싶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백발두령이라 불리는 저자 특유의 멋진 손글씨를 기대했는데 없었다는 것. '아무말 속에서 튀어나온 말'이 그의 손글씨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