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연인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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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들어온 개미 한마리를 잡다가 거의 다 써가던 이 소설의 서평을 날려먹었다. 무심코 마우스를 잡고 키보드를 친 것은 나 자신이므로 그 무엇에 화를 낼수도 없어서 스트레스만 가득하고 새롭게 글을 쓸 기분이 나지 않는다.

글을 쓰다 잠시 멈추게 된 것은 개미를 잡기 위해서도 아니었고 책에 적힌 정확한 인용을 쓰려고 그 페이지를 뒤적거리기 위해서였으니 더욱더 개미에게조차 분풀이를 못하겠는 것이다.

마음을 다시 돌리고.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내야겠다.

케이트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출판사 편집 조수로 취직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소개받은 메이슨 테이트의 사무실에 들어가게 된다. 테이트와의 면접에서 그는 케이트의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본다. 기계공장에서 일을 했다는 말에 프롤레타리아,라는 말을 내뱉는 테이트는 케이트가 왜 그걸 물어보는지에 대한 대답으로 '사교계 여자는 참아줄 수 없다'고 한다.

그냥 당연한 이야기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나는 이 에피소드가 케이트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를 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케이트를 테이트에게 추천한 사람이 누구인지 새삼 언급되었을 때, 이 얄궂은 마음은 또 어찌할지...

 

뜬구름같은 이야기를 이어가기 전에 이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만 할 것 같다. 이야기는 1969년 전시회를 찾아간 케이트가 사진 속 인물인 팅커 그레이를 알아보면서 시작된다. 아니, 시작된다는 그 시점이 중요하지는 않다. 그 인물이 찍힌 1930년대 말, 대공황이 끝나가는 시기의 뉴욕에서 살았던 젊은이들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이 소설의 주제일 것이다. 사랑뿐만이 아닌 삶의 모습 모두를 담아내고자 하는.

케이트는 룸메이트 이브와 재즈클럽에서 신사인 팅커를 만난다. 이브는 어떻게 해서든 팅커를 잡으려하고 팅커는 케이트에게 더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올바른 선택이란 원래 인생이 상실을 결정화시키는 수단이라는 것"(518)을 이해시켜주려는 듯 그들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사고후유증이 심한 이브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팅커는 이브와 함께 생활을 하게 되고 결국은 그녀와 결혼까지 결심하게 된다. 케이트는 과감히 사표를 내고 새로운 직장을 얻게 되는데....

 

이 소설은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으로 설명을 할수가 없다. 잘 짜여진 하나의 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물론 있지만 그 스토리를 읽는 도중에 인용되고 있는 수많은 책들의 이야기, 인물들과 내용이 오마주처럼 슬그머니 이야기속에 스며들어 감탄을 자아내고 있을 때 이것이 문학인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런 느낌은 책을 읽어야 알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 이 말은 그러하니 당신도 꼭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인생을 우리가 언제든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두서없는 여행으로 비유하는 것이 좀 진부하기는 하다. 현자들의 말에 따르면, 바퀴의 방향을 아주 조금만 틀어도 그 이후의 사건들에 연쇄적으로 그 영향이 미치기 때문에, 결국 우리의 운명이 새로운 사람, 정황, 발견들로 다시 형성된다고 한다"(516)

이 소설의 이야기 역시 어떤 면에서는 조금 진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코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 방향을 아주 살짝 틀어놓기도 했을뿐 아니라 케이트와 이브, 팅커, 행크.... 그 시대를 살아간 젊은 청춘들의 틀어지는 운명에 대해 능동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더 좋은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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