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픽추 정상에서 라틴아메리카를 보다 - 손호철의 세계를 가다 1
손호철 지음 / 이매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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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를 비롯한 제3세계가 겪어야 했던 수탈과 종속도 비극적이지만 종속보다 더 비극적인 것은 (선진국 기업들이 착취도 하지 않고 홀로 내버려두는) 독백과 고독이다"
노동자가 열악한 환경에서 착취당하는 것도 비극이지만 더 비극적인 것은 실직과 가난에서 벗어날 기회조차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과테말라시티를 떠나는 비행기에서 슬픈 마야의 땅을 내려다보며,착취당하고 싶어도 착취당하지도 못하는 독백의 고통,이런 고통이 무서워 더 낮은 임금으로 많이 착취해 달라고 서로 경쟁해야 하는 세계화의 비극을 곰곰이 되씹어 보았다.(267)

이 책을 그리 가볍게 잡는 것이 아니었다. 한때 유행처럼 쿠바 여행기가 쏟아져 나올 때 이책 저책 읽으면서 혼자 꿈에 부풀어 '나도 언젠가는 반드시 쿠바에 갈꺼야'라거나, 마야 문명을 느껴볼꺼야 라거나, 과달루페의 성모를 봐야겠어 라거나... 하는 허공에 뜬 마음으로 살랑거리며 이 책을 읽으면 안되는 거였었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단순한 기행문이 아닐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많이 기행문이라기보다는 정치사회사 같은 느낌의 에세이 같아서 쓱쓱 읽히지는 않았다. 그런데 쿠바를 넘기고 베네수엘라, 브라질.... 이렇게 저자를 따라 다니다보니 다른 여행서들의 멋진 사진 한장과 그럴듯하게 포장된 언어를 만나는 것과는 비교를 할 수가 없다. 조금씩 조금씩 라틴아메리카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책을 다 읽고 나니 좀 더 빨리 라틴아메리카에 한번 가보고 싶어진다.
단지 라틴아메리카의 '라틴적 삶'에 대해 신나게 즐기며 살아가는 것만을 떠올리지 않고, 그들의 기독신앙이 민속신앙과 결부되어 토착화 된 것만을 생각하지도 않고, 지금은 사라져버린 위대한 고대의 마야 문명에 대한 아련한 향수와 감상에 젖어들지도 않고 그들의 삶 자체를 느껴보고 싶어졌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 있고, 거대한 문화 유적이 있고, 신앙의 순교지가 있고, 혁명이 있는 곳이지만 또한 가난과 착취, 빈부의 격차, 낙후된 경제, 도둑과 강도가 들끓는 곳이지만 그곳에서도 여전히 삶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악화되기만 하는 경제적 상황과 정치적인 문제들,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픈 역사를 품고 살아가고 있지만 라틴적 삶을 살아가는 그들은 자신의 삶을 즐기며 즐겁게 살아가는 법,을 익혀 알고 있다.

라틴아메리카는 단순히 '관광'을 위해 가는 곳은 아닌것이다.
나는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고단한 삶 속에서도 즐기며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라틴아메리카의 참 모습을 느끼기 위해 그곳으로의 한 걸음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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