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 Killer 로맨스 킬러 세트 - 전2권
강도하 지음 / 애니북스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로맨스, 라는 말에 가슴 설레이던 시기도 없었던 것 같은 나는... 이 책을 펴들었을 때 순간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두려워, 통제불능인 심장이 날 두렵게 해....!'

나는, 적어도 내가 기억하고 있는 나는 통제불능의 심장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믿는다. 그런 내가 로맨스 킬러를 이해할 수 있을까? 사랑을 택한 킬러의 피묻은 로맨스....를?

평범하지 않은 시작과 평범하게 이어지는 일상이 계속될 줄 알았는데 강도하라는 작가가 그려낸 로맨스 킬러의 이야기는 결코 내게 희망을 주지 않았다. 낭만도 없이 그저 망상같은 현실, 지독하게 현실처럼 느껴지는 이야기를 끈질기게 들이대고 있다. 지독한 사랑 이야기가 끔찍하면서도 마음아픈건 이 모든 것이 어쩌면 진실을 담고 있는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이겠지.

어둠속으로,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마음이, 책장을 하나 넘기는 순간 너무 밝고 환해서 반짝이기까지 하는 하늘빛 색채에 오히려 더 큰 암흑을 느껴버린다.
하나하나 얽혀있는 이야기가 풀려나가면서 더 깊은 어둠으로 빨려들어가버리는 것 같아,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으로, 생각도 할 수 없이 그저 힘겹게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뿐이었다.

언젠가... 친구의친구의또친구의... 누구였는지도 모른다.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했어요. 임신을 했고, 아버지가 찾을 수 없는 곳에서 살기를 원해요'라는 말에 생활이 보장될 수 있는 수도원을 찾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일주일 후, 결국 내가 알지 못하는 그녀는 아버지에 의해 병원으로 끌려갔고. 그 이후의 소식은 듣지 못했다. 세상의 현실은 가끔 이렇게 너무 지독해서 나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을때가 있다. 아니, 생각뿐만이 아니라 말도 할 수 없는, 마음도 사라져버리는.

깊은 어둠에서, 암흑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은 무엇일까. 미래를 위해 발버둥치며 해야 하는 것은 또 무엇일까. 나는 그들에게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까.
그들을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나는 여전히 '로맨스'라고 하면 어줍잖은 사춘기 소녀적 감상만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슬프지만 현실.

홀로 걸어가는 그 뒷모습이 스친다. 그리고 그녀의 마지막 말... '사랑했구나'....
모든 이야기는 사랑에서 시작하여 사랑으로 끝이 났다.
여전히 난 '사랑'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 이야기와는 관계없이 뜬금없이 떠오른 생각.
만화책과 그림책의 차이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문자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담겨있는 책인 것만은 확실해. 그래서 멋지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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