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나왔다고 했을 때, 그냥 빵 잘만드는 누군가의 에세이, 라고만 생각했다. 빵을 좋아하니까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라는 생각도 했고.

그런데 뜻밖에도 이분의 북토크가 있었다. 태풍이 몰아치기 시작한 지난 토요일. 장소가 낯설었다면 가지 않았을텐데 아프기 전에 가끔은 찾아가곤 했던 까페와 빵가게. 그 어디쯤이겠거니 하고 갔는데 베이커리를 정리하고 까페 자리를 리모델링해서 그곳에 빵까페를 새로 열었다고 한다. 그러게 지나치면서 에이팩토리에 왠 에비씨냐 했었는데. 거즘 1년만에야 그곳을 찾은거였던가? 아무튼.

 

토박이들이 북토크라고 해서 많이 갈 것 같지는 않았는데 역시나 질문을 하는 이들을 보니 이주해온 사람들이 많고, 또 오월의 종 빵을 먹어본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좀 젊어보이는 사람들은 다 빵을 만드는 사람들. 비가 내리는 탑통은, 특히나 태풍이 불어대는 탑동은 절.대. 갈 일이 없어보였는데 그날 우산을 한번 뒤집어먹으며 찾아갔다. 다행히 길 건너편이 아니어서 주택가로 걸어가니 방패막이 되어주는 건물들 덕에 방심한 순간의 한번만 뒤집혀졌을뿐 바지만 칙칙하게 젖은 채 북토크에 참가했다.

 

시작하기전에 잠깐 책을 훑었는데 책에 씌여있는 이야기도 많이 했고. - 그래도 문자화된 기록이 아니라 직접 저자의 일화로 들으니 더 실감나게 감성적이고 재미있고 새로웠다. 그리고 너무너무 좋은 질문들이 나와서 그에 대한 답을 들으며 더 좋은 이야기들도 많이 들었고.

 

조카가 빵을 배우고 싶어한다며, 주위에서는 그 힘든 걸 어떻게 하냐고, 아직 시작하지 않았으면 말리라고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질문이 있었다. - 아, 나도 빵 배우고 싶다, 했을때 힘들어서 못할꺼라고. 나이의 문제 이전에 체력이 안되니 포기하라고 말을 들었던 나 역시 그 질문을 하고 싶었는데.

 

오월의 종,에서는 여직원을 뽑지 않는다, 라고 대답하셨다. 응?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살짝 뜸을 들인 정웅님은 '또한' 남직원도 뽑지 않는다. 오월의 종 직원은 빵을 만드는 사람을 채용한다, 라고 하는 거다. - 아, 이분 사모님이 어떤 분이냐는 질문에도 첫대답이 '여자고요'였는데.

이와 연결하여 오월의 종은 서비스가 최악이라고 한다. 모든 직원이 빵을 만드는 사람이라서 - 이말인즉슨 판매만을 위한 서비스직원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손님이 빵을 사러 오면 빵을 만들던 누군가가 나가서 계산해줘야하는데 그러다보니 기다리게 하는건 기본이겠지.

 

그리고 건강한 빵을 만들지 않는다고도 했다. - 건강해지는 빵,이 있다면 내가 먹겠다.했던가?

빵은 건강보조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빵을 먹는다고 죽는것도 아니다. 하지만 의사가 빵을 먹지 말라고 했다면 그때는 빵을 먹지 말아야한다고. - 어머니 주치의 선생님에게 진료를 받을 때 어머니가 밀가루 음식을 너무 좋아하는데 자식놈들이 자꾸 못먹게 한다,고 하니 선생님이 우리에게 밀가루 먹는다고 죽지 않습니다. 좋아하시면 드시게 하세요, 라 하셨던 말이 생각나 웃었다. 그래 밀가루나 빵이 잘못한것은 아니지.

 

 

책을 다 읽고나면.. 또 어떤 생각이 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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