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의 행진
오가와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수첩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복잡미묘한 내 마음상태와는 반대로 약간은 경쾌하게 진행되는 '미나의 행진'을 다 읽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어버린다. 너무 이뻐서 샘도 나지 않고 그저 즐거운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되기만 한다는.

미나의 행진은 집안 사정으로 인해 중학교에 입학하게 된 토모코가 어린시절 1년동안 이모 집에서 지내면서 겪게되는 생활의 추억 이야기이다. 사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미나의 행진'은 그냥 그런 이야기책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는동안 내 마음이 즐거워지고 평온해진다. 내 어린 시절 역시 그러했기때문일까?
미나와 토모코가 겪은 어린시절의 이야기들은 부유한 가정에서 모자람 없이 행복하기만 한 추억들을 자랑하듯 늘어놓은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할 줄 알았는데, 왜 내 마음이 포근해지며 내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일까....

누구에게나 어린시절이 있었을 것이고 성장하면서 여러 감정과 이해하기 힘든 어른들의 세계에 대한 상처와 아픔 역시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 자신을 돌이켜 보아도 그 슬픔과 상처가 오롯이 남아 있지는 않기때문에 아련하게 떠오르는 추억은 마음 한켠을 따뜻하게 해주고 있는 것같다. 그래서 미나의 행진은 슬며시 웃음짓게 해 주는 행복한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천식으로 인해 한밤중에 발작이 일어나 병원으로 가야하는 미나, 이혼아닌 이혼의 상태로 삶의 별다른 낙이 없이 살아가고 있는 듯한 이모, 독일에서 일본으로 시집와서 수십년동안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할머니, 2차대전으로 일가족이 몰살을 당하고........ 어찌보면 그들의 삶이 마냥 행복한 것만은 아닌것이다.
토모코가 미나와 함께 생활하게 된 것 역시 가장으로서 집안살림을 꾸려가야 하는 엄마의 양재기술을 배우기 위한 기간동안 잠시 얹혀살게 된 이유인 것이다. 하지만 어린시절의 추억은 그렇게 고난하고 불행에 가득차기만 한 것이 아니다. 아, 내 마음이 그래서인 것일까. 아픈 상처가 될 것 같은 추억들은 어린시절에 그냥 지나쳐가는 이야기인 듯이 스쳐버리고, 즐거웠던 마음이 가득한 추억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토모코와 미나의 이야기가 마냥 이쁘기만 하다. 아니, 내 마음이 그러고 싶어서 그런 이야기들만을 즐겁게 읽었는지도 모르지.

아장아장 거리며 옥상으로 올라가 여름 밤하늘의 별들을 반짝거리며 쳐다보다가 어느새 잠이 들곤 했던 내 어린시절의 평화롭고 행복 가득했던 그 마음을 끄집어 내게 해 준 미나의 행진은 괜히 샘내고 싶은 마음도 사그라지게 만들어버렸다. 그래, 오늘 하루는 행복한 어린시절의 추억에 푹 젖어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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