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릴 풀스 데이 - 상 - 데이먼 코트니는 만우절에 떠났다
브라이스 코트니 지음, 안정희.이정혜 옮김 / 섬돌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데이먼 코트니는 만우절에 떠났다'라는 어딘지 모를 장난같은 책의 부제를 읽을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잔잔한 웃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죽음을 현실로 느끼지 못하는 나의 철없는 생각이었을뿐이라는 걸 이제야 느끼고 있는중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을 만우절의 한탕 거짓 웃음처럼 넘겨버리고 언제까지나 살아있으리라 믿기를 바란 데이먼 코트니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그의 삶이 끝났음을 말해주고도 한참 있다가 갑자기 울컥해지는 감동을 느끼게 한다. 아니, 정말 왜 이런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고 그 현실이 나를 슬프게 하고 있는 걸까. 아니다. 슬픔을 느끼기를 바라고 데이먼의 삶을 이야기해준 것은 아니야. 나는 그의 아름다운 삶의 모습에 위안을 얻고 소중한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된 것, 그것이 브라이니가 데이먼의 삶을 통해 이야기하려고 한 것이다....

유전병인 혈우병으로 인해 태어나면서부터 끝없는 삶의 고통속에서 언제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데이먼의 이야기를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나는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깊이 그 삶의 모습을 느끼지는 못했었다.
사실 혈우병 환자가 수혈을 통해 에이즈에 감염되고 극심한 고통을 겪는 이야기는 소설이나 영화의 시나리오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감동을 주기 위해서라거나 교훈을 준다거나 미화된 삶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그런 꾸며진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 저 밑에서부터 데이먼이 얼마나 훌륭한 삶을 살았고 얼마나 위대한 영웅의 모습으로 살다 갔는지에 대한 뭉클함이 자꾸만 솟구쳐오르는 것이다.

이 책의 느낌을 어떻게 짧은 말마디로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서평이라는 것을 뒤로 미루고만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잠깐 동안이었지만 주위의 모든 것을 집어 던지고 발로 차버리고 싶을만큼 참기 힘든 아픔을 느끼고 있을 때 갑자기 데이먼이 떠올랐던 것이다. 나는 진통제 한알을 먹고 한시간쯤 버티고 나면 서서히 통증이 사라지는 정도의 고통도 견딜 수 없다고 짜증을 내고 있는데, 내가 상상조차 할 수 없을정도의 고통을 견뎌내야만 했던 데이먼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언제나 밝고 긍정적인 데이먼은 진정 위대한 영웅이었음을 오늘에야 느끼게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만일 나였다면'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내 머릿속을 절대 떠나지 않았던 생각이 있었다. '만일 나였다면.. 내가 왜? 왜 내가 이런 고통을....'이라는 부르짖음을 멈추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데이먼은 결코 자신의 삶을 탓하지 않았다. 언제나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그 모습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엉터리 같은 의사의 부목으로 인해 무릎 관절이 나가고 절뚝거리게 된 상황에서도 그 부목으로 인해 아주 가끔씩은 축구공을 찰 수 있었다는 말을 하는 데이먼은 그 자체로 내게 감동이었다.

실제 데이먼의 투병생활은 고통과 슬픔이 가득했겠지만, 나는 그의 고통과 비참함을, 곁에서 지켜보는 가족의 고통과 슬픔을 상상하는 것조차 힘들겠지만, 그럼에도 그의 삶은 아름답고 위대하고 행복했다고 믿는다. 거짓말 같은 데이먼의 죽음이 멀리서 느끼는 나의 슬픔이 되겠지만 거짓말 같은 그의 죽음이 아닌 아름답고 행복했던 데이먼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그는 또 그를 추억하는 모든 이 안에 살아있게 될 것이다.

내 마음속에 간직되어 있는, 사랑스럽게 웃고 있는 데이먼의 형상은 사랑이란 결코 창조될 수도 파괴될 수도 없는 에너지임을 내게 일깨워줄 것이다. 그것은 그냥 존재하며 언제나 존재할 것이며,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고 나아가 우리를 선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우리 사랑은 영원히 스러지지 않을 것이다.(후기,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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