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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7대 불가사의 - 과학 유산으로 보는 우리의 저력
이종호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생각이 단순한 나는 '한국의 7대 불가사의'라는 이름에서 솔직히 과학적이라기보다는 논리적으로 증명이 불가능한 과장된 사실들의 나열이 있을줄만 알았다. 그런데 이건 내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버린다.
새삼스럽게 민족주의나 국가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건 그냥 "우리의" 위대한 문화유산이라고 외치고 싶게 만들어버린다. 정말 '위대한 우리의 문화유산' 이라는 말을 한번쯤은 외쳐보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외침의 한편에는 내가 괜히 세계사에 열광하고, 유명하다는 박물관에 가서 그들의 문화유산에 대해 열광을 했으면서도 정녕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의 선조들이 남긴 위대함에 대해서는 환호성은 커녕 제대로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는 부끄러움이 실려있다.
사실 고인돌은 그 위 올라가 뛰어 놀았다는 얘기나 전해듣고, 청동거울이 별거냐 라는 생각이었다. 그뿐인가 서양의 성경이나 책이 보급되어가는 경로에 대해서는 책도 읽고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서 정작 우리의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목판 활자 인쇄가 갖는 그 의미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 아아, 더있다. 레판토 해전이니 살라미스 해전이니 하는 역사적인 해전에 대해서는 그 두툼한 책도 재밌다고 읽었으면서 정작 한산도대첩이나 최무선의 진포해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더구나 최무선의 함포대전이 의미하는 것은 해전술만이 아닌 조선기술, 화포제조의 우수성도 보여주면서 그런 우수함으로 침략전쟁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단지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일뿐이라는 우리 선조들의 훌륭한 세계관과 평화로움에 대해서도 감탄하게 된다.
나는 내가 쓰고 있는 한글이 '위대한 문자이고, 세계의 문자가 없는 나라의 여러 소리언어를 문자화시킬 수 있는 과학적인 글자이다' 라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었지 그걸 실제로 자부심을 갖고 인식해보지는 않은 것 같다. 세계 최고의 목판활자, 금속활자에 대한 것을 배우면서도 그랬다. 그것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대영박물관에 간다고 했다면 벌써부터 마음 설레며 그 안에 있는 로제타석을 볼 생각에 자료를 찾아보고 인터넷 검색을 하고 난리를 피웠을 내가... 우리 역사박물관은 한번이라도 가 봤는가,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은 내게 그런 의미이다. 단지 이 책에서 설명하는 우리의 위대한 유산, 즉 고인돌 별자리, 신라의 황금보검, 다뉴세문경, 고구려의 개마무사, 무구정광대다라니경, 고려 수군의 함포, 훈민정음이 과학적인 근거로 고증을 하고 그 위대함을 증명하고 있다는 자랑과 자부심만을 느끼는 것이 이 책의 의미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고 우리의 것을 좀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역사 왜곡을 자행하는 나라에 대한 분개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가 우리의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데 어찌 역사왜곡에 대해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반증을 할 수 있겠는가.
책을 읽으며 느꼈던 뿌듯한 자부심을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고 또 그 이상으로 선조들의 위대한 유산에 대한 바른 생각과 소중함은 가져야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그 위대한 유산이 왜곡되지 않고 올바르게 세계에 알리는 것 역시 중요하다. 우리의 것만 소중하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 역시 소중하고 훌륭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