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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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 노르웨이 작가. 아침 그리고 저녁.

북유럽 작가의 작품이라면, 특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이라면 당연히 스릴러를 떠올렸을 것이다.

이렇게 글을 시작하지만 사실 이 책을 받아들면서 스릴러는 커녕 너무 함축적인 문장이 글을 읽기 힘들지나 않을까, 라는 걱정을 먼저 했었다. 더 많은 의미, 더 심오하게 이 글을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로서도  이 글은 충분히 좋았다. 아니. 좋을수밖에 없었을까?

 

십여년전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 어머니와 언니는 병원의 아버지 곁에 있었고 나는 평소처럼 퇴근해 집으로 와 씻고 있었다. 그때 뭔가 느낌이 이상했었던가? 오래전의 기억을 상황에 맞춰 왜곡시키고 싶지 않아서 애써 잊어버리려고 했던 그날의 기억들 중에 결코 잊을 수 없는 것 하나가 있다. 샤워를 하고 나왔을 때 어둠이 막 내려앉기 시작한 마루에, 아버지가 늘 앉아계시던 쇼파에, 아프시기 전 늘 그랬던 자세로 앉아계시던 모습을 얼핏 느꼈다. 너무 강한 기시감에 흠칫 하다가 전화가 울려 받았고 수십통의 부재중 전화끝에 아버지의 부고를 알리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었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그 날의 기억은, 욘 포세의 글을 읽으며 요한네스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늙은 산파 안나가 올라이에게 더운 물을 더 달라고 하며 생동감이 느껴지는 요한네스의 탄생의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되었고 짧게 계속 이어지는 문장들은 그날의 긴박하면서도 경이로운 생명의 탄생을 평화로이 펼쳐놓고 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그 어린 요한네스가 결혼을 하고 일곱명의 아이를 낳고, 그중 한명에게는 필연처럼 할아버지 올라이의 이름을 지어주었고, 아이들이 성장하여 집을 떠난 후 아내 에르나와의 일상이 이어진다.

 

"오늘 아침도 다른 날처럼 딱히 뭘 먹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빵 한 조각은 먹어야겠지, 오늘 아침에도, 요한네스는 담배를 재떨이에 얹어두고, 찬장으로 가서는 빵이 든 서랍을 열고 조그만 빵 조각을 집어든다."(39)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문장속에서 간혹 등장하는 마침표는 신기한 듯 보면서도 그냥 책을 읽어나갔는데, 책을 다 읽고 난 후 다시 되돌아가 발견한 마침표 중의 하나는, 그가 똑같은 일상을 시작하는 아침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평범한 일상과 달리 요한네스의 딸 싱네는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한다.

교묘하게 현실과 비현실의 모습이 교차되고, 요한네스의 시선과 싱네의 시선이 괴리감없이 물 흐르듯 이어지고 있어서 한 사람의 일생을 다시 떠올려보게 된다. 또 어쩌면 그것은 죽음과 삶의 교차가 특별히 다를 것이 없는, 다르면서도 공존하고 있는 듯 보이는, 삶과 죽음이 함께하고 있는 우리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일생을 하루에 비유한다면 아침과 저녁의 의미가 분명해지지만 굳이 그렇게 확인하지 않더라도 나의 아침과저녁을 떠올려본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맞이하게 되는 저녁을 기다리며 나는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시간이 좀 더 흐른 후, 다시 욘 포세가 그려내는 요한네스의 아침 그리고 저녁을 다시 보게 된다면, 그 날 내가 되돌아보게 되는 나 자신의 하루는 또 어떨까...

생각만 많아질뿐이지만 누구나 반드시 지내게 되는 아침 그리고 저녁의 풍경이 여전히 평화롭기를 바라는 마음은 조금 더 평화로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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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통 2019-08-09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길다는 생각. 독후감 형식 딱 맞추시듯.

chika 2019-08-09 10:19   좋아요 0 | URL
제 글에 대해 평가하러 오셨을까요? 주관적인 평가는 별로 반갑지 않습니다만.
길든 짧든 제 생각을 표현한 글이고요, 독후감 형식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그 형식에 딱 맞추듯이 쓴 글이라 생각하신다면 그걸 저에게 남기시는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