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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피 할로우 - 워싱턴 어빙의 기이한 이야기 ㅣ 아르볼 N클래식
워싱턴 어빙 지음, 달상 그림, 천미나 옮김 / 아르볼 / 2019년 7월
평점 :
슬리피 할로우는 들어 본 기억이 없지만 워싱턴 어빙이라는 작가의 이름과 립 밴 윙클은 들어봐서 알고 있다. 예전부터 유명한 작가나 작품을 많이 들어봤다고 하더라도 실제 읽어본 책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유독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무려 1800년대에 씌여진 작품이 지금까지 회자되고 읽히고 있다는 것은 문학사적으로 가치가 있기 때문이 아닌까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은 워싱턴 어빙의 단편 6작품이 실려있다. 여름에 읽기 맞춤인 '기이한 이야기' 6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을 그래픽 노블로 잘못알고 읽기 시작했다. 게다가 청소년 도서라 생각을 하고 정말 가볍게 읽으려고 한 책이었는데... 내 예상을 깨고 이 기이한 이야기는 잔혹 동화처럼 구체적인 장면묘사가 좀 끔찍하고 무섭다. 물론 6편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작품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느끼기에는 이 작품들이 19세기 미국문학인지라 그리 쉽지 않다.
욕심을 부리며 악마와 계약을 맺는 톰 워커의 최후는 상당히 직접적인 교훈을 주기도 하지만 독일인 학생의 모험은 그 기이함으로 인해 의미를 찾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프랑스 혁명 당시에 수많은 사람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는데, 왜? 는 사라지고 결과는 정신병원이라니...
립 밴 윙클은 미국독립만세를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 의미가 내게는 대단하지 않아서 그냥 하나의 동화처럼 읽을뿐이다. 그래도 이 책에 실려있는 기이한 이야기들 중에서는 그나마 무섭지 않은 평범한 옛 이야기 같은 느낌이랄까? 아니, 가장 평범하면서도 해피엔딩으로 기분좋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은 유령신랑이다. 그리고 도무지 무엇을 보여주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슬리피 할로우의 전설. 아니, 물론 이카보드에게 투시된 풍자가 강하게 보여지기는 하지만 생계형 교사의 모습이 그리 보기 좋지는 않았다. 그리고 책 만드는 기술은 "'죽은 자들의 노고를 훔치는 것은 그들의 옷을 훔치는 것보다 더 큰 범죄다'라는 시네시우스의 엄중한 판결이 사실이라면 대부분의 작가들은 어떻게 될까?"에 대한 물음과 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가 찾아간 곳이 미국의 박물관이 아니라 영국의 박물관이라는 것에도 하나의 방점을 찍을 수 있는 것일까,도 생각해보게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