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로망, 로마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2019년 6월
평점 :
일시품절


어쩌다보니 내가 살고있는 대한민국의 서울을 빼고 가장 많이 가 본 도시가 로마다. 멋모르고 처음 해외여행을 떠나 도착한 곳이 로마였고 저녁 열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숙소를 구하기 위해 짐을 끌고 텅빈 거리를 다니다 겨우 메모를 해 갔던 적정금액을 보여주며 숙소를 잡았고 바티칸을 가다가 줄을 선 사람들을 보고 은근슬쩍 줄을 섰다가 들어간 곳이 바티칸 박물관이었을 정도로 아무런 정보없이 떠났던 여행이었다. 그후 행사 참가로, 패키지 여행으로, 가족과 자유여행으로 계속 로마를 거쳐갔는데 확실히 늘어나는 관광객으로 인해 여유있던 여행은 점점 관광이 되어가버리기는 했다.

그래도 좋았던 것은 로마에서 유학중인 지인을 통해 로마의 곳곳을 다닐 수 있었고 그토록 걸어보고 싶었던 아피아가도를 내 두발로 걸었다는 것이다.

 

아피아가도뿐 아니라 판테온신전, 바티칸 시티, 까타꼼베, 콜로세움, 전차경주장...등을 돌아다니다보면 로마 공화정, 이탈리아의 통일... 역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이곳저곳을 다니며 중세의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생각해보게 된다. 한때 팍스로마나를 동경하며 포로로마노의 유적을 보며 위대한 로마를 떠올리기도했지만 그 로마제국의 흥망성쇠를 통해 인류의 역사와 우리의 역사까지 아우르며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로마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에 이 책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이라는 나의 로망, 로마를 읽는 것이 즐거웠다. 여러 책을 통해, 심지어 여행서적으로 통해 얻은 지식과 직접 가서 봤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고 있으려니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내 없이 그저 한때 로마, 아니 유럽의 중심이었던 라떼라노 대성전을 그저 성당의 하나로만 구경하고 나왔었는데 그 대성전의 문이 로마 원로원의 청동 정문을 떼어낸 것이라는 건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미리 알았다면 더 자세히 봤을테데 말이다.

 

로마의 역사뿐만 아니라 건축, 예술 등을 아우르는 문화도 이야기를 하며 이곳저곳을 둘러보다보면 어느새 한차례 로마 여행이 끝나버린다. 처음 글을 읽으며 멋모르고 마구 달렸는데 끝이 보이니 새삼 멈춰 다시 돌아보게 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로마에 대해 전혀 모른다면 이 책이 재미없을지도 모르겠다. 어렴풋이 들어본 이름들과 역사적 사실들이지만 그것에 대해 깊이 들어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그 흐름을 안다면 세부적으로 처음 알게 된 사실이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로마의 모습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는데 내부의 사진이 있는 것을 보니 아주 예전에 찍었던 사진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유명한 아테네학당의 그림은 촛점흐린 배경으로 놓고 알 수 없는 관람객의 얼굴 사진이 올라와있는 것은 좀 이해가 안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사진이 많이 담겨있어 간접적으로나마 로마 여행을 한 느낌이 들어 좋다.

이제 다시 로마에 가게 된다면 - 가장 많이 가봤지만 여전히 못가본 곳이 많고 열번째라 해도 바티칸은 늘 새로울 듯 하니 언젠가 또 다시 로마에 가볼 생각인데 그때는 좀 더 정교하게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뿐만 아니라 카라바조의 작품도 보고 건축물에 담겨있는 역사의 의미와 세월도 느껴보고 로마 공화정과 원로원들의 지혜로움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바보라네, 여러 나라를 두루 여행하고도 바른 행실과 이성을 깨치지 못한 사람은. 처음 날아갈 때는 거위였는데, 고향에 돌아온 걸 보니 수탉이로구나. 파이바, 로마, 예루살렘에 다녀왔어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네. 이성과 이모저모 지혜의 덕목을 배워 와야 진짜배기라네. 나는 그런 여행을 권하고 싶네"(406, 브란트의 바보배 인용)

 

거위는 로마를 상징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캄피돌리오 박물관에는 로마 시대에 만들어진 청동 거위가 목청껏 우는 모습으로 전시되어 있다. 로마를 떠날 때 반드시 보고 가야 할 작품이다"(408)라고 하는데, 부디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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