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가능하다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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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지속되는 건 없어. 하지만 그럼에도 앤젤리나가 이 순간만큼은 평생 간직할 수 있기를"(202, 미시시피 메리)

 

처음 책을 집어들어 무심코 읽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단편 하나가 끝나가고 있었다. 집중하지 않으면 도무지 뭘 이야기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채로 하나의 이야기가 절정에 이르고마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 집중을 해 본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아, 하는 감탄을 내뱉고 만다. 스캔들처럼, 우리 주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가쉽고 그렇고그런 치정적이면서 불손하고 엉망인 가정사를 들여다보고 있다가 어느순간 이 모든 이야기를 뒤엎어버릴 다른 방향의 전환은 뭐라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글을 읽은 사람들은 뭘 말하는지 알것같다는 암묵적인 동의를 얻을 수 있을뿐.

그래서 직접 읽어보기를 권한다.  '무엇이든 가능하다'라는 제목만으로 짐작할 수 있는 삶의 긍정과는 정말 다른, 예상치못한 삶의 긍정이 드러나게 되리라 믿는다.

 

지난 주 아버지 기일이었다. 그런데 지난달까지 기억하고 있던 그 날을 정작 당일은 모두가 잊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수가 있지? 라고 생각해보지만 더이상 그런 일들이 못견딜만큼 괴롭지는 않다.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 책을 읽어서 그런가? 그냥 '무엇이든 가능한' 것이다. 누군가의 어떠한 삶의 모습이든 그걸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내가 감히 뭐라 할 수 없는 것, 우리가 머리로는 다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책이 바로'무엇이든 가능하다'인 것이다.

 

"고통에 대해 누가 무슨 말을 하건 당신은 결코 그것에 익숙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에게 이런 생각이 떠올랐는데 - 그 생각이 떠오른 것이 이번이 정말 처음일까? - 그것은 고통보다 훨씬 더 무서운 것이 있다는 생각이었다. 더이상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그는 다른 남자들에게서 그것을 보았다. 눈 뒤의 텅빈 공백. 그리고 그런 이들을 정의하는 결핍.(158, 엄지치기이론)

 

조금 급하게 서둘러 읽느라 놓쳐버린 행간이 많다. 밑줄긋기처럼 옮겨놓고 싶은 문장도 많았는데.

그러니 루시 바턴을 읽고난 후 다시 이 책을 읽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한다. 아니면 역시 사두고 읽지는 않은 그녀의 버지스 형제를 읽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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