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구역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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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시작은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 무작정 시작되고 그런 곳이 당연시되는 지구 종말의 언젠가는 폐허로 시작되며 이제 그런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는 낯설지 않을 수 없다. 아, 하필이면 좀비 이야기라니. 예전엔 좀비가 비급영화의 주된 주인공이라고 한다면 지금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좀비가 영화와 드라마, 소설 그 어디서나 너무 쉽게 등장한다. 좀비가 우리의 일상처럼 되다니.

 

별생각없이 글을 읽어내려가다 문득문득 멈추게된다. 그건 단지 좀비가 - 단순한 좀비들이라기보다는 괴물로 묘사되는 그것들은 내 상상속에서 끔찍한 모습으로 다가와 나의 살을 뜯어먹는다. 순간적으로 피하게 되는 장면이지만 그게 단지 소름끼치는 잔혹함만을 그려내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좀비가 현대인의 은유라고 하지만 그것은 단지 겉모습만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잔혹한 인간군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재혼한 남편과의 생활을 위해 전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그 끔찍한 사건을 떠올려보면 좀비가 더이상 상상속의 좀비가 아닌것이 된다.

"세상에는 계속 죽어있어야 마땅한 것들이 많지만, 그것들은 살아서 돌아다녔다"(336)

 

마크 스피츠는 원래 이전 세기에 올림픽에 출전했던 수영선수의 이름이었다고 한다. 나는 줄곳 그의 이름이 궁금했었는데 도무지 왜 이 이름이 튀어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미처 깨닫지 못하는 무언가의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저 PASD라는 질병이 있는가보다 하고 넘겼지만 past와 같은 발음이 되는 이 증후군은 더 깊은 의미를 갖고 있는 것처럼 알고나면 더 깊이, 더 마음아프게 읽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많다.

 

한번 더 읽는다면 더 많은 의미를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지만 아직은 아니다. 솔직히 이 끔찍한 이야기들을 - 현실의 은유적 반영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더 - 읽는 것이 쉽지 않아서 당분간은 그냥 책장에 담아둬야하겠다. 한여름밤의 좀비,를 떠올리며 읽는 스릴러보다 더 공포스러운 이야기가 담겨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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