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타라 납치사건
데이비드 I. 커처 지음, 허형은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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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을 바꿀 수 없는 논픽션인 역사의 기록인 이 글을 끝까지 다 읽고 난 후 내가 이 모르타라 납치사건에 대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오히려 이 책이 소설이었다면 더 그럴싸하게 글을 쓸 수 있었을지도 모를일이다. 하지만 이건 결말을 바꿀 수 없는 것이고, 누가 어떤 관점에서 사건을 접하느냐에 따라 또 수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또 한참을 망설이게 된다.

 

책을 읽기 시작할즈음 그저 6살밖에 되지 않는 유대인 소년이 집안에서 일하는 가톨릭교도인 하녀의 대세- 죽을 위험에 있는 사람에게 누구나 세례를 줄 수 있다는 가톨릭교리에 근거한 세례로 인해 에드가르도 모르타라는 유대인가정에서 살수없게 되어 개종한 가톨릭교도들이 교리교육을 받는 교리문답의 집으로 끌려간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에드가르도를 되찾기 위한 부모와 유대인 공동체의 노력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그로 인해 일어나는 여러 사건이 당시의 정치적인 배경과 교황권의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 또한 그것이 넓게는 이탈리아 권력의 변화를 일으키게 되는지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교황령 - 그러니까 유럽의 역사를 좌지우지하던 교황의 권세가 점차 정교분리가 되면서 통일 이탈리아에서 로마의 바티칸만을 영토로 지킬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니, 사실 오랜 가톨릭 신자로서 성스러운 교황과 교회의 무류성에 대해서만 배우고 생각했었지 그 외에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사실 교회의 타락이라고 한다면 중세만을 떠올리지 2백년도 채 지나지 않은 - 생각해보라, 한국가톨릭교회의 역사만해도 2백년이 넘지 않는가 - 이탈리아에서 유대인을 공공연하게 박해하고 약탈하며 어른은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아이마저 유대인 부모에게서 뺏어가기도 했다는 사실은 좀 충격적이기도 했다.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이전에 이미 유대인들은 그들을 구별하는 표식을 달고 다녀야했으며 - 수다를 떨다가 이런 이야기들을 했더니 다들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책에서 언급한 수많은 이야기들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적이지 않을까 싶어진다.

 

저자는 왜 모르타라 납치사건이 역사속에 묻혀진 사건이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나는 에드가르도가 교황 피오9세의 사랑을 받았고 훗날 사제가 되어 부모에게 개종을 권하기까지 하는 가톨릭교인으로서의 삶을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니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에드가르도의 아버지 모몰로가 하녀 로사의 죽음과 관련하여 살인죄로 수감되었고 무죄로 풀려난 후 한달만에 죽음에 이르렀다는 이야기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 하지만.

 

하나의 스캔들처럼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의 시작인 것 같았지만 모르타라 납치사건의 이야기는 아주 많은 물음을 던져주고 있다.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처럼 유대인 드레퓌스 사건을 먼저 떠올렸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관점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이 이야기는 지금 나 스스로에게 더 많은 질문을 던져야하고 그 답을 찾아야한다고 말해주고 있다. 역사적 사실이 오늘날의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는 이야기와는 또 다르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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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4 22: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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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4 23: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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