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읽기

"지금은 기분이 아주 좋겠구나. 기분이 좋다는 건 좋은 일이지. 사랑에 빠진다는 건 아름다운 일이야. 사랑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란다. 당연한 얘기지. 사실 사랑이 지속되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이라는 감정 상태의 존재를 차단할 수 있는 권리와 힘이 있는 건 절대 아니야. 좋은 결과가, 또는 훨씬 더 좋은 결과가 따르기도 하지. 그게 결혼이란다. 그러나 너나 나나 다른 누구도 1단계의 전망이 2단계까지 갈 수 있을지를 예견할 수는 없단다. 그러니까 이와 관련해서 할 수 있는 말이 하나도 없구나"(295)

- 이 글만 읽고, 과연 이 글이 적혀있는 책을 찾아낼 수 있을까?
나는 지금 '존 리드 평전'을 읽는 중이다.

 

 

 

 

[디블이 온다 Enter Dibble]에는 리드의 특성을 여럿 가지고 있는 등장인물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디블은 하버드 졸업생이라는 세속적인 배경을 버리고 노동자가 된다. 그는 부유한 가문의 딸과 약혼을 하지만, 앞으로 장인이 될 부자의 건설 회사에서 파업을 조직한다.그렇게 해서 전개되는 복잡한 상황이 때로는 해학적으로 그려진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가혹한 근로조건을 성토하는 열변을 토하고, 다른 인간은 착취하면서도 소중한 딸들은 보호하는 자본가들의 위선을 비난한다. 중간계급을 경멸하며 노동자의 대의에 헌신하는 지식인이라는 점에서 디블과 잭은 닮았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점에서 둘은 달랐다. 디블은 실제로 활동의 제일선에 서 있었다. 바로 이 지점에 리드의 무의식 상태에서 조용히 솟아오르던 깊은 갈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의 친구들 대다수는 자유의 대의를 위해 봉사하는 비평가나 예술가가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나 말은 물론이고 행동의 매개자가 되고자 했던 리드는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해방을 위한 투쟁에서 작가가 문학적인 재능만을 사용하는 것으로 족한가? 분명한 언어로 이런 질문을 제기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하기까지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터였다. (166-167)

아직 '세계를 뒤흔든 열흘'을 읽어보지도 못했고, 간접적으로 느껴보지도 못했으니.. 이 책을 반쯤 읽은 상태에서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이정도까지다. 혁명가,라는 강한 느낌은 없지만 그는 눈길을 돌리려고 하지도 않았고, 자신의 감정과 열정을 숨기려고 하지도 않았다는 것.

 

2. 일상적으로 되풀이되는 잡담을 늘어놓자면, 요즘 내 관심은 딱 세가지. 영어, 친구, 새로운 직장. 사실 영어야 못해도 상관없는 것이고, 나는 영어를 쓰지 않고도 잘 살 수 있으니 굳이 매달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편한거지. 왜 삶을 인상쓰며 살아야하겠는가.
앞으로 남은 세월을 사는 동안, 대화가 가능한 친구를 얼마나 만날 수 있을까, 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을? 난 아무래도 수다쟁이가 맞는가보다. 말을 하지 않고, 내 안에 담겨 있는 수많은 생각과 느낌과 충동들이 분출되지 않으면 우울해지는 것 같아. 정말 재밌는 영화를 봤을 때, 혼자 영화를 보는 것은 아주 좋은데 그 좋은 느낌을 혼자만 간직하는 건 정말 우울한 일이다. 진짜로 좋은 책을 읽었는데, 그 책을 혼자만 읽고 그 느낌을 공유할 수 없는 건 진짜 우울한 일이다. 무지 재밌는 일이 있었는데 혼자만 마구 웃으면 무지막지하게 우울해지는 일이다. 안그렇겠는가? 그래서... 그래서, 내가 우울한거냐고? 글쎄.. 그건 아니야.
난 내가 특별한 줄 알았는데, 절대적으로, 결코, 아무런 특별함 없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존재감없는' 존재라는 게 우울한거 같다. '어, 너 있었냐?'라는 따위의. 내가 안으로 파고들면 들수록 '너도 있었냐?'라는 반응은 커질 것이고, 내가 스스로를 드러내고자 한다면 모두에게 인식되어지는 존재가 될 것이야. 그건, 너 자신이 더 잘아는 얘기잖아. 그런데 왜? 자꾸 우울쪽으로 기어가려고 하는지, 원.

악! 서평쓰려고 컴 일찍 켰는데, 너, 지금, 뭐하는짓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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