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날짜는 엉망으로 썼다.

점심을 먹으면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어보려고 했지만, 안된다. 이건 단순히 재분배의 문제인 것만은 아니더라. 겨우 서너쪽 읽고 뭐라 말하기는 그렇지만, 꼭 읽어보라고 권할 책 목록에 담아넣고 있는 중이다. - 그럼에도 나는 점심을 꾸역꾸역 퍼 담았고, 바지 허리띠가 허리를 쪼여드는 힘겨운 점심 후 오후를 보내게 될 것 같다. 더불어 피곤에 찌들지도 않았으면서 눈 주위가 따갑고 눈꺼풀이 자꾸 내려 앉으려 하고 있고. 커피를 줄이기로 했으니 홍차나 디립다 마셔야지. 오늘 읽을 책은 두 권. 갑자기 또 책 읽기가 (끄억~ 허리띠, 풀어야할까?) 싫어진다. 내 게으름의 가장 큰 원인은 책 읽기로 인해 해야할 일을 미뤄두는 것,이라는게 자꾸만 신경쓰여 그러는건가? 내 선택으로 내 삶이 바뀌고, 나는 한걸음 나아갈 수 있다. 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주일학교 녀석들은 한결 친숙해지고 있다. 예전엔 그냥 쓰윽 지나가버리곤 했는데 이젠 인사도 하고, 이것저것 말도 하고...(애들이 달라져서 그런가?) 너무 친숙해지다보니 교리시간에 정말 편하게 지들 멋대로 하고싶은 말을 떠들어대고. 지들이 교리를 빨리 끝내고 싶어서 발표자 정하고 발표 순서 정하고..기도도 손 번쩍 들면서 하겠다고 하고. 아, 그에 대한 적절한 조절과 대응이 따르지 않으면 아이들이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텐데. 뭘 어찌해야하나.
교리시간에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부모님이 큰소리로 자기 아이에게만 말할 때,도 난 어찌 해야 할지를 몰랐다. 한두마디,만 하고 가시는가 싶었는데 끊임없이 아이와 대화를 주고 받는다. 교리수업중이었는데, 더구나 난 교리선생님으로서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주고있었는데... 문쪽으로 가서 부모님께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나를 의식하면서도 한편으로 완전 무시하고는 문고리를 내게 안넘겨주려고 문고리를 꽉 잡고 절대로 나와는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아이하고만 5분여간 얘기하고는 먼저 간다,라 하고 가셨다.
아, 끔찍한 순간들. 한 녀석이 내게 그얘기를 하더라. 선생님이 문을 잡으려니까 누구네 엄마가 문고리 잡고 안놔줬어요. ㅋㅋㅋ 어쩔 수 없다. 사실대로 얘기해야지. '그래, 누구네 엄마랑 시선을 마주하고 얘기하고 싶었는데, 어머니가 절대로 선생님과 눈을 맞춰주질 않더구나'
아이들에게 솔직해야하는 것도 중요하고, 그 솔직함이 경솔함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하는 것도 사실이다. 아, 그리고 또 많은 얘기가 남아 있지만, 너무 졸립고... 같이 근무하시는 분이 오늘은 좀 일찍 들어오셨기때문에 길게 쓸 시간도 없다.

편지, 써야지. 아 그리고 공부도 할꺼다. 오늘의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고, 나의 선택이 나의 내일을 만들 것이고, 그것이 바로 나의 삶,일 것이다.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난 우주인을 만날꺼야, 라기보다는 나는 먼 나라의 낯선 곳에서 낯설지 않은 이들을 만나 친구가 될 것이다,라는 것. 같은 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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