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용기가 필요할 때 읽어야 할 빨간 머리 앤 내 삶에 힘이 되는 Practical Classics 1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깨깨 그림, 이길태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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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원작의 오마주 에세이가 많이 나와서 이 책 역시 그런 책인가 싶었다. 더구나 일러스터 깨깨가 귀여운 단발머리의 빨간머리 앤과 북극곰 꼬미를 등장시켜 뭔가 이야기를 건네고 있으니 더더욱 그런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의 구성은 빨간머리 앤의 원작에 깨깨의 삽화가 들어가 있고 총 20개의 아포리즘같은 인용글과 그에 어울리는 일러스트 컷이 담겨있다. 원작은 물론 좋지만 이렇게 중간에 들어가 있는 컷이 빨간머리 앤의 에피소드와 맞물리면서 마음에 화악 다가온다.

 

깨깨의 일러스트와는 별개로 워낙에 빨간머리 앤을 좋아해서 어린 시절에 몇번을 되풀이해 읽었었기때문에 원작의 이야기에 대한 별다른 감흥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나 스스로도 놀랄정도로 너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뜻하지 않은 부분에서 감동을 받았다.

이미 줄거리를 아는 정도가 아니라 어떤 에피소드였는지 기억이 생생한데도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있었다. 사실 어린시절에 수십번 되풀이해 읽었던 빨간머리 앤을 서른즈음에 다시 읽어봤었는데 그때는 그저 소소한 이야기들이 쌓여있는, 조금은 유치한 상상력이 넘치는 이야기라고만 느껴지고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왜인지 지금 다시 읽어보는 앤의 이야기가 아주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어릴적에는 천방지축 앤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읽었고 지금의 나는 어린 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며 마릴라와 매슈처럼 미소를 짓게 되는 것이 다른것일까. 그만큼 내가 나이를 먹어서이기도 하지만 사실 매슈의 죽음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라서 슬펐다. 또 마릴라가 시력이 나빠지고 홀로 지내기 힘들꺼라는 생각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어머니의 모습같기도 하고 머지않은 나의 모습 같기도 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늘 빨간머리 앤을 떠올리면 유년시절 에피소드의 끝부분인 '길모퉁이'가 먼저 떠올랐는데 오랫만에 읽은 앤의 이야기에는 밑줄긋고 싶은 글이 너무 많았다. 편집자가 강조를 하고 싶은 것이었는지 깨깨가 강조하고 싶은 글에 일러스트 컷을 넣기 위한 것인지 본문에 포인트 색이 들어간 것이 처음엔 맘에 들지 않았는데 또 그것에 익숙해지니 무심코 글을 읽어나가다 문득 잠시 한번 더 멈춰서 - 앤의 감성적인 표현을 흉내내보자면 - 감동이 넘쳐흐르는 멋진 말이 내 심장을 쿵쾅거리게 하는 것,도 좋다.

아아, 역시 빨간 머리 앤은 백년이 지나도 즐거움과 행복이 있고 감동이 있고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게 하는 희망과 꿈을 건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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