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쓴 일기장이었다면 날짜를 박박 지우고 다시 썼을텐데. 간단히 지우고 다시 썼다. 오늘은 사월 1일이야. 내 마음은 온통 이러저러한 잡다함으로 가득차 있는데, 자꾸 봄,이 지나가고 있으니 마음을 비우고 허전함으로 위장하라고 꼬드겨대고 있다.
연애편지를 써도 시원찮을 판에, 주일학교 애기들 부모님께 편지를 써야지... 생각하니 뭔가 버겁다는 생각을 하는 중. 왜 이넘의 애들은 숫자도 많아서 열둘씩이나 있는게냐. 다른 학년은 열명도 안되는데! 편지 한통쓰는 것도 얼마나 힘든데. 그것도 부모님들께. 으~
아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잖은가. 난 잘 할 수 있을꺼야. 그나마.. 난 좋은 주일학교 교리선생님이잖아? 그지? 아, 저녁을 먹긴 먹었는데 자꾸 허기진 느낌이 들어서....
컴 끄고 일기쓰고 책 읽다 잘꺼야. 허전함은 먹는 게 아니라 공부로 채울꺼야! 그지? 그지?
오늘, 유난히 애들이 내 말투를 흉내내면서 장난쳤다. 췟! 나쁜넘들. 어쩔 수 없이 말투를 바꿔야했다. 조금 부드럽게 말하느라 어색한 억양과 서울 사투리를 썼는데, 막 말할 수 있어서 좋긴 했지, 머. 안그래?
자리에 좀 앉아 주겠니? 라는 투의 말을 '어이~! 자리에 앉어! 앉으라고 했다? 응?' 아니, 이것도 좀 약해. ** 자리에 앉어! 따위였겠지? 아, 나중엔 그렇게 외치기까지 했잖아. '선생님도 욕 할 줄 알거든?' 하며 노려봤지만, 애들이 힐끔, 쳐다보고는 다들 자기 할 것만 하더라. 흑~
배고픔이 조금 가셨다..... 그래도 컴 끄고 일기쓰고 책 읽다 잘꺼야.
알라딘 가짜찾기 벤트는 참가하지도 몬하고. 아, 오늘은 왜 이리 피곤할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