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책만 읽던 머리로 잘 알지 못하는 이 책을 읽으려니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촘스키가 누구던가. 무지 심오하고 어려울 것이라 지레 겁을 먹었지만 역시 행동하는 지성이라는 명칭은 그냥 붙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알듯말듯 하긴 했지만 - 사실 지금도 책을 한번 더 읽어봐야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 한참 책을 읽어나가다가 지식인에 대한 이야기에 괜히 웃음이 나온다.
"누군가에게 데리다의 최근 논문을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설명해달라고 요청해보면 어떨까요? 분명히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설사 있다 해도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설명해 줄 수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나는 데리다의 논문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식인들이 어떤 이유로 아무도 이해할 수 없고 보통 사람들에게 설명해 줄 수도 없는 주제나 문제들을 선호하는지 자문해봐야 합니다. 제 생각에 이런 경향은 지식인들이 일반 대중들을 지배하려는 또 다른 전략 때문이라고 봅니다"(242)
아니, 사실 뭐 웃음이 나올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괜히 지금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무능함만을 탓했었지, 지식인들이 일반 대중을 지배하려는 전략이라는 관점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아, 그래서 무지몽매한 대중이라고 불리워지는 것일까?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법에 순위를 매길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해야 할 일들만 있을 뿐입니다. 자신의 관심사나 의무감 그리고 능력에 맞게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관심사나 의무감 혹은 능력은 모두 서로 연관된 것들로 상호 보완적인 요소들입니다.(290)
촘스키의 이야기는 혼자 마구 내달리지도 않고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고 살아야한다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물론 그건 그가 뚜렷한 주관없이 그저 흐름에 맡기는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제가 무정부주의의 본질이라고 인식해온 것이 바로 다음과 같은 확신입니다. 즉 권력은 그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며, 만약 그 정당성을 입증할 수 없다면 분쇄해야 한다는 확신입니다".(164)
권력이 집중되고, 이미 지배의 기능을 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결코 민주적이라 할 수 없으며 사회주의 체제 역시 소수의 지배계급이 존재하게 되면서 정당성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권력과 전망'이라는 논문에서 '단기 목표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확장시키면서 일궈낸 진보를 다시 되돌리려는 필사적인 시도들을 막기 위해 국가 권력의 요소들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 강화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사실 국가 기관을 지키자는 주장은 현재 제한적으로나마 국가가 일반 대중들이 국가 정책에 참여하고 조직을 결성해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공분야를 보호하고 있기 대문에 나온 것이지 최종적으로는 국가의 폐지를 목표로 삼고 있다. 국가가 없어진다면 우리는 독재체제, 즉 더 정확히 말하자면 민간 독재체제로 되돌아갈지도 모르지만 이런 과정은 진정한 해방으로 가는 첫 단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