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등산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1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나토 가나에의 신간 소식에 눈이 반짝, 했다.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은 은근 잔잔하게 진행되는 듯 하면서도 세심한 감정선의 묘사와 반전있는 이야기 진행으로 글을 읽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출간된 책은 '여자들의 등산일기' 그것도 단편이다. 순간 혹시 이거 에세이일까? 싶었는데 소설이 맞다. 에세이든 소설이든 뭔 상관인가. 미나토 가나에의 글인데 좋지 않을수가 없잖은가. 이렇게 사심 가득한 편견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8개의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저자가 "산을 배경으로, 그 누구도 다치지 않는 치유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다는데 정말 이야기를 한편씩 읽어갈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든다. 아니, 사실 처음에는 그저 소설이구나, 하는 마음으로 조금은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어갈수록 산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고 그저 산을 오르는 이야기일뿐인데도 그 전경이 눈앞에 보이는 듯 마음이 맑아진다. 

 

마음에 드는 등산화를 구매했다가 엉겁결에 등산용품을 구색맞춰 구입하고 그 참에 유행하는 마운틴걸이 되어보고자 직장 동료와 함께 산을 오르는 리쓰코의 이야기로 첫 등정이 시작된다. 산을 오르며 동료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기도 한다. 산을 오르며 발견하는 야생화의 아름다움도 이야기하고 혼자 하는 산행도 좋지만 함께 하는 산행의 의미에 대해서도 잘 그려내고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화자가 바톤을 이어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끌어나가듯 처음 이야기에서 대상자였다가 화자로 바뀌며 또 다른 시선으로 또 하나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는데 그 사이사이에 묘사되고 있는 산행은 내 경험과 맞물리면서 빠져들어가게 되어 더 좋았다. 뭐, 그래봐야 아주 오래 전에 매해 한번은 산에 올랐었고 이제는 힘들어 겨우 오름을 가 볼 뿐이게 되었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에피소드는 '긴토키 산' 이야기이다. 조금씩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산의 정상을 오른다거나 거창한 산을 올라야하는 것만이 등산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 되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고, 산을 정복하는 것 이상으로 그 아름다운 산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산에 오르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고. 이것이야말로 정말 최고의 등산 데뷔,라는 말에 동감한다.

 

"하이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보다 타인의 페이스를 맞추는 쪽이 체력이나 기력 소모가 크다."(203)

이 말은 내 경험에 의하면 정확한 사실이다. 그런데 문장을 다시 한번 읽어보니 이건 그저 산행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 삶의 모습과도 같지 않은가.책을 읽는 내내 산행과 삶을 함께 떠올리며 마음 한쪽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거창하게 '치유'라는 말을 쓰지 않더라도 이번 주말에는 천천히 가까운 산, 아니 산은 힘들고 가까운 숲길이라도 걸어가보고 싶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