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전쟁 - 불륜, 성적 갈등, 침실의 각축전
로빈 베이커 지음, 이민아 옮김 / 이학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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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책읽는 속도를 조금 조절하면서, 집중하기 위해 한꺼번에 두권 이상의 책읽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책을 두 권씩 따로 읽는 중이다. 이넘의 정자전쟁을 읽기 위해서다. 어지간한 책은 그냥 들고 댕기면서 사무실에서 읽고, 버스 안에서 읽고 그러는데 도저히 이 책은 사무실에서 읽을 수 없겠기에 집에 두고 저녁에만 집에서 읽었다. 그리고 주말에 몰아쳐서 끝장(?)을 봐버렸다. 

그런데 아무리  이 책이 대중서로 쓰였다고 하지만 쉽게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나는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장면들이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모습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특수한 경우,일거라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어떤지 모르지. - 으~ 그렇지만 이것이 정말 보편적인 실상이라면 좀 끔직하다. 현실이라고 받아들이기엔 그 적나라한 모습에 혐오감이 인다는 것 보다, 오로지 '성'과 '사랑'을 번식으로만 비유를 해 댄 것이 선뜻 수긍하기 힘들게 하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에 친구가 '결혼'이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합법적인 성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든 제도일 뿐, 이라고 한 말에도 충격을 받았었는데 (결혼은 신성한 거야, 라는 교회의 가르침에 속아 살아온 세월을 무시할 수가 없다. 쩝~) 이 책을 읽고 있는 느낌에 비하면 그 충격은 충격도 아닌것이다. - 한편으로 교회의 가르침 역시, 결혼을 통해 얻는 것은 '종족보존'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원래 가톨릭은 이혼을 금하고 있지만, 불임의 경우라면 이혼이 가능하다고 알고있다. 그러니까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 역시 성,이라는 건 종족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자꾸만 내 마음속에서는 뭔가를 거부하고 싶어진다.

남녀의 성적행위는 단순히 충동적이거나 자극에 의해 이뤄진다기보다는 의식하지 못하는 신체의 반응이 자신들의 종족을 이어나가기 위해서이다, 라는 결론만 남게 되어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이 정자'전쟁'인 것일까? 수많은 정자들과 치열한 경쟁, 아니 전쟁을 통해 살아남은 정자만이 난자와 결합해 자손을 가질 수 있다. 외도를 하는 경우도 그렇고, 문란한 성생활을 하는 경우, 부부 스와핑이 이뤄지는 이유도, 심지어 강간이 일어나는 것 역시 그런 의미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 그건 아니지 않은가?
모든 기준점이 오로지 '종족보존'이 되어버리는 이 책이 썩 맘에 들지는 않는다. 일정부분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지만 말이다.

결론처럼 읽기 시작한 최종점수 일화의 시작은 책의 전체적인 흐름에서 조금은 뜬금없는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종족보존을 위해 정자전쟁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사랑이라는 이름을 뒤집어 쓴 정조를 지키는 일부일처 관계 역시 종족보존을 위한 전략일뿐이라는 결론은 끝까지 당황스럽게 한다.
물론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부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만이 전부라고도 생각하지는 않는다. 성과 사랑은 단지 '종족보존'을 위한 정자들의 전쟁터인 것만은 아닌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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