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재앙 보고서 - 지구 기후 변화와 온난화의 과거.현재.미래, E Travel 1
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 이섬민 옮김 / 여름언덕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지구 재앙 보고서'라는 말 자체로 왠지모를 위화감이 느껴진다. 보고서,라는 제목에서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지구과학이라든가 생태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의 자료들이 넘쳐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읽을 책을 잘못고른거 아닐까?

그런데 이 책은 저자가 서문에 밝혔듯이 '정녕 중요한 문제를 충분히 설명하되 이론적인 것은 최대한 줄이려 애썼다'. 그래서 간혹 이해가 힘든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았다. 오히려 전문적인 내용들에 대한 설명으로 나같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며 지구 온난화에 대한 심각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어 좋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극지방의 얼음빙산이 녹고 있고 영구동토(2년이상 계속해서 0˚C 이하의 온도를 유지하는 영구적으로 얼어 있는 땅)가 줄어들고 있다. 아마 이런 얘기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지구온난화의 예후와 진행과정이 최근 몇년사이에 심각해진 것이 아니라 벌써 수십년전부터 학자들의 연구와 그를 통한 기후모형으로 예견되었던 것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그동안 우리는 정말 뭘 한걸까?

몇년 전 - 벌써 몇년 전 일이되었구나 - 영화 투마로우를 봤을 때의 기억이 난다. 지구환경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심지어 성당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신앙학교를 할 때의 주제도 '생태 환경'에 대해 프로그램을 진행할정도까지 되었다. 하지만 영화가 어느정도 지구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킨 반면 헐리웃 스타일의 전개과정으로 인해 약간은 '공상과학'처럼 느껴져버린 것처럼 우리 일상은 망가져가는 지구환경에 점차 무뎌지고 말았다. 이것이 나의 현실이다.

기후변화 - 설령 극단적인 변화라도 - 는 물론 그 자체가 자연 질서의 일부이며, 기후변동의 순간에 지구의 수많은 종들은 더 쾌적한 환경으로 옮겨갈 수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할 수도 있다. 아니면 그냥 죽어 없어질 수도.  하지만 200만년동안의 기후를 보면 지구의 기온이 심하게 변했을망정 일정한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았다고 한다.(57-58)
이러한 기후변화에 인간이 더 압력을 가하고 있고,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종들은 인간이 만들어 낸 도시환경이라는 장애물과도 싸워 생존해야만 한다. 자연의 질서를 인간이 비틀어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진보한 사회가 본질적으로 자기 파괴의 길을 택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은 그런 면에서 어쩌면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엄청난 자연재해가 단지 자연 질서의 일부가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른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책을 읽으며 다시한번 지구환경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지만 실상 변화는 별로 없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집에서 전등을 켜는 일은 적어도 간접적이나마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셈이다. 전기를 이용하건 가스를 이용하건 커피물을 끓여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되며, 온수 샤워, TV시청, 자동차를 이용한 출근 등도 마찬가지다."(151)
자신이 1년동안 온실효과에 어느 정도나 기여(!)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으면 미국 환경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자신의 생활습관에 대한 정보를 개인 배출량 개산기에 입력하면 된다고 하는데, 솔직히 영어를 못해서 접속해볼 생각도 없지만, 나의 무절제한 생활이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고 있다는 생각에 맘이 불편해질까봐 선뜻 시도를 해보지 못하겠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얼마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생활하고 있을까. 마음 한구석으로는 불편해하면서도 실제 생활에서는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생활을 하고 있는 나는, 이제 정말 조금씩 변해야하겠다는 생각의 실천을 결심해본다.

내 실천의지와 실생활은 어쩌면 정말 실망스러운 상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씩 꾸준히 노력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내가 지구 온난화에 대한 문제를 의식하게 되고, 나와 또다른 나가 모여 우리가 되고 그래서 우리 모두가 지구를 위한 공동 대응을 해 나가게 된다고 믿을 것이다. 지금의 실천의지와 그 결과가 미약하고 실망스러울지라도 희망을 잃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책을 읽는동안 한 후배를 만났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후배에게 굳이 책의 제목만이 아니라 서문까지 읽어주며 읽어보라고 권했다. 아니, "필자는 이 책을 누구나 빠짐없이 읽었으면 한다. '누구나'라고 한 것은 기후에 대한 최신 정보를 추적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를 별로 알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읽어주기를 바란다는 뜻이다"라는 저자 서문까지 읽어주며 책을 보여주었다.
이 책은 그렇게 누구나 읽어보기를 권해야 하는 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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