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이 사랑한 천재들 - 클림트에서 프로이트까지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1
조성관 지음 / 열대림 / 200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문화의 도시,라고 할만한 곳은 아닙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척박한 땅에서 힘겨운 노동을 하고, 깊은 물속으로 자맥질을 하여 바닷속을 헤매는 노동을 하며 생활을 해야했던 어머니의 어머니가 있었고, 4.3의 끔찍한 학살에도 자식을 위해 살아남아 땅을 일구어 우리를 키우신 어머니가 있는 섬입니다.

그런, 고난한 삶이 있는 남도의 섬에도 예술은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추사 김정희는 유배생활이기는 하였지만 이 땅에 머물면서 그림과 글씨를 남겼고, 화가 이중섭도 작품활동을 했습니다. 그들이 걸었던 땅, 그들이 바라본 바다....
세월이 흘렀지만 섬에 살고 있는 내가 바라보고 느끼는 풍경과 삶의 모습에서 어렴풋이 그들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어쩌면 '빈이 사랑한 천재들'을 쓴 조성관이 빈의 거리를 걸으며 느꼈던 그 느낌도 비슷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괜히 책을 처음 펴들었을 때 마음 설레이며 낭만과 예술의 도시, 환상의 거리에서 신나게 웃어대던 모짜르트를 생각하고 열정에 불타오르는 베토벤을 생각하고, 유혹의 색을 뿜어내는 클림트를 떠올렸습니다. 깔끔하고 단순한 건축의 미를 보여주는 아돌프 로스, 오토 바그너를 알았고 저자가 이야기하는 모노톤같은 삶을 살아간 프로이드를 만났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단지 저자의 뒤를 쫓아다니며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만을 들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같이 길을 걸으며 내 느낌을 이야기하고, 때로는 한 발 앞서가면서 그들이 머물던 장소로 뛰어들어가고, 그들이 걸었던 길에서 느낄 수 있는 공기, 하늘, 풍경....들을 떠올리곤 했습니다. 그들의 슬픔과 좌절에 비를 맞으며 걷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전원교향곡을 들으면서 경쾌하게 타닥타닥 맑은 공기속을 뛰어다니는 느낌이었습니다.
내 소원은 내가 빈으로 달려가 그들의 숨결을 직접 느끼고, 자취를 더듬어 손끝으로 하나하나 만져보고 싶은 것이지만, 지금은 그저 책을 읽으며 마음으로 꿈을 꾸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나도 빈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화가 강요배의 동백꽃지다,에서 본 툭, 떨어지는 동백꽃을 바라보는 그 느낌처럼 내가 사는 이 섬의 역사와 고난의 흔적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듯이 빈의 거리를 거닐면 그곳에서 기쁨과 고통, 좌절과 희망, 행복을 느끼며 예술혼을 불태웠던 그들의 숨결이 느껴질 것 같습니다. 멋진 여행의 시간이었습니다.
 
 
 
 
 
* 사실, 클림트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맘에 들기는 했습니다. 클림트의 그림을 꼭 직접 보고 싶어졌으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