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서정시
리훙웨이 지음, 한수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중국 작가의 소설은 뭔가 독특한 느낌을 갖게 한다. 그런데 그런 중국 작가의 SF 소설이라니. 몇몇 작가의 현대소설은 읽어봤지만 사실 중국작가의 장르소설은 처음이다. 게다가 중국 전역을 들끓게 하는 대단한 작품이라니! 아무리 광고가 과장되었다고 하더라도 뭔가 대단한 것이 있기에 극찬을 하는 것이려니 하게 된다.

 

노벨문학상 수상이 예정되어 있는 위원왕후는 시상식을 일주일 앞두고 자살을 해 버린다. 그의 친구 리푸레이는 위원왕후로부터 메일을 한통받고 그 메일이 자살하기 직전에 쓴 것을 알고 그의 죽음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물론 그 어디에도 타살에 대한 의혹은 없고 위원왕후의 죽음을 조사하는 경찰관조차 자살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뭔가 명확하지 않은 것들로 인해 리푸레이는 위원왕후의 행적을 찾고 제국의 왕을 찾아가는데...

 

왕과 서정시의 내용은 얼핏 먼 미래 같지만 시기적으로 그리 멀지만은 않은 미래의 이야기이다. 그곳에는 뇌에 의식결정체를 이식하면 이동영혼을 통해 의식공동체의 정보를 수집하고 타인의 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기도 한 제국이 설립되어 있다. 요즘 우리 말로 이해한다면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기업이 하나의 제국이 되고 절대권력을 누리는 왕이 탄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순간이동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접해봤어도 이동 영혼이라니. 전 세계를 빛의 속도로 움직이며 전파되는 정보에 빗대어 한 것일까? 아무튼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지만 실상 글을 읽다보면 마냥 헛소리 같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한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의문의 자살에서 시작하여 그 죽음에 얽힌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나가며 이성적인 판단뿐만 아니라 감성적인 부분까지 콘트롤 할 수 있는 의식결정체는 인간을 로봇화 하는 것과 로봇이 인간화 되는 것의 차이가 있는가, 생각해보게 한다. 명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왕과 서정시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버리기도 하는 결정권을 가진 절대권력의 왕,에 대한 이야기보다 결국은 인간에게 '서정'이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지에 더 집중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이야기의 줄거리인 1부가 끝나고 2부에서는 중국어로 된 시가 전개되는데 - 우리말 번역으로는 산문으로 번역했는데, 사실 '서정'에 대한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는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중국에서 극찬을 받았다고 하지만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주가 아닌지 아직까지의 느낌은 뭔가 새로운 프레임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정도. 소설의 언어를 빌어 표현해보자면 소설에 담긴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나의 이동영혼이 의식공동체의 정보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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