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색 립스틱을 바른 에이코 할머니
가도노 에이코 지음, 오화영 옮김 / 지식여행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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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인 것 같은 느낌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다시 책의 내용을 살펴보니 에이코 할머니가 바로 마녀배달부 키키를 쓴 원작자 할머니란다. 키키의 이야기는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을 봤기 때문에 좋아하는데.

그 원작자가 설마 일본인일거라는 생각도 안해봤었기에, 왠지 독특한 - 게다가 빨간 립스틱이라니!- 캐릭터 같은 느낌이 들어 에이코 할머니의 일상이 어떤지 엿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사실 지브리 애니로 묘사된 키키와 검정고양이 지지는 너무 귀여워서 이 책에도 담겨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도 되었고.

고양이 지지의 모습은 에이코 할머니가 쓰는 빨간 편수냄비 한면에 그려진 것이 전부이지만 - 그 편수 냄비 갖고 싶다는 - 내용이 길지 않고 통통 튀는 에이코 할머니의 이야기가 책을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아, 제일 좋았던 것은 역시 그림.

마녀 키키의 탄생에 지대한 공헌을 한 에이코 할머니의 딸이 열두살에 그렸다는 마녀 그림에는 너무 귀여운 마녀 할매가 그려져있다. 마녀의 빗자루 뒤에는 고양이가 올라타 앉아있고 또 흥겨운 음악이 들리는 라디오가 걸려있고.

그 그림을 보고 마녀배달부 키키가 탄생했다고 하니 더 반갑고 좋기만 하다.

 

'딸기색'은 에이코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다. 빨강에도 여러 빛깔이 담겨있기에 '딸기색'이라고 하면 누구나 연상할 수있는 색이어서 스스로 정했다고 하는데, 왠지 빨강이라고 하면 유치하고 어리거나 너무 정열적이라거나 할 듯 한데 에이코 할머니의 일상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냥 에이코 할머니가 좋아하는 색, 이라는 느낌이 들 뿐이다.

현재 살고 있는 가마쿠라에 대한 이야기, 살고 있는 집 - 동화로 넘쳐나는 책장과 수집하거나 선물받은 피규어들이 가득한 진열장, 집에 찾아오는 손님에게 가장 먼저 보이는 소품장의 모습까지 하나하나 센스가 넘쳐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집과 그녀가 좋아하는 작업복, 외출복, 액세서리... 등등 온갖 이야기들을 다 늘어놓고 있다. 그런데 그게 수다스럽지 않고 아기자기하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늫어놓는 느낌이어서 재미있다. 사과나무를 심고 싶었지만 환경이 안맞아 귤나무를 심었는데, 아침에 마시기 적당한 신맛이라 좋다는 이야기는 정말 별 것 아니지만 왠지 별 것 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책의 끝에는 특별단편 '실할머니' 이야기가 실려있으니 에이코 할머니의 글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할머니'라고 부르고 있지만 사진을 봐도 그렇고,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어도 그렇고 할머니라고 하기에는 너무 혈기왕성한 느낌이라 생기있고 발랄한 그녀만의 작품이 계속 나오지 않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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