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뭐가 재미있어? 아이들을 빤히 쳐다보는 게"
"몰라. 사진 찍는 걸 좋아하기 때문인가. 난 사람들이 잔뜩 모여서 뭔가를 하고 있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는 걸 좋아해. 한 사람 한 사람 정면으로 본 사진이 아니라 무심하게 뭔가를 하고 있고 내가 그걸 보고 있다는 걸 상대가 모르는 상태가 제일 안심이 되지. 저쪽에 넓은 세상이 있고 나는 그 세상 바깥의 파인더 이쪽에 있는 상태를"
"요컨대 항상 제삼자이고 싶다 이거군. 타인의 존재가 두려워? 타인이 자기 안에 들어오는 게 싫은 거야? 아니면 자신이 수많은 군중에 속하는 게 싫은 거야? 슈의 자존심?"
"글세, 조금씩 섞인 거겠지"
대화가 끊기고 두 사람은 함께 무심히 바다를 바라보았다.-109-1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