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1
케빈 콴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 책을 왜 읽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가진게 돈밖에 없을 것 같은 이들의 삶이 궁금한 것도 아니고, 신데렐라처럼 한순간에 신분상승을 하는 로맨스를 기대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드디어 가난뱅이 - 아, 그녀는 가난뱅이도 아니고 집안형편때문에 학교공부를 어렵게 한것도 아니다. 하지만 상위 1%의 부자들 이야기에서 그녀는 당연히 가난뱅이처럼 느껴지고 있구나 - 레이철이 사랑하는 닉의 가족들, 물론 친척들을 포함한 친족 모두를 만나게 되는 시점에서 갑자기 우리나라의 수많은 드라마들이 떠올랐다. 그래, 사람 사는게 다 비슷비슷하지? 뭘 기대하겠어... 라고 생각한 순간 우리의 수많은 신데렐라 드라마와 이 책의 차이점이 확연히 드러났다.

사실 레이철과 닉의 사랑과 그 모든 어려움도 극복해내어 결혼하게 된다는 결말은 가슴 콩닥거리게 할만한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는다. 왜 그들을 둘러싼 가족과 친족들의 이야기가 수없이 화자와 관점을 달리하며 여러 공간을 넘나들면서 전개되고 있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그 모든 것이 바로 그들의 모습인 것이다.

 

주인공 신데렐라와 그녀의 연인이 이루어내는 사랑의 결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신분과 부의 세습이라는 것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들에게 사랑이란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 장황한 이야기의 핵심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에필로그같은 첫장면도 다시 생각해보자. 시끄러운 중국인 가족, 그것도 한눈에 말썽꾼이 분명한 아이들이 떠들어대고 있는 대가족이 영국 고급 호텔을 예약했는데 그곳의 지배인은 그들의 투숙을 거절한다. 그리고 이어 그 호텔은 그들 가족명의로 넘어가고 지배인은 실직하게 된다... 처음 읽을 땐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라고 생각했는데, 이 모든 것이 돈 있는 자의 돈지랄 - 물론 인종차별적인 느낌을 갖게 하는 지배인을 해고시킨 것은 일말의 통쾌함을 갖게 했으나 그 유서깊은 호텔마저 돈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귀족, 상류계층으로 매너가 최고인 것 처럼 말하는 영국인들의 모습이 바로 그런것이다.

 

이야기는 레이철과 닉을 중심으로 수많은 곁가지가 살을 붙여나가고 있는 것이지만 책을 읽으며 또 하나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아스트리드와 마이클의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원래 부자인 아스트리드의 재산에는 미칠수가 없다는 것은 마이클뿐만 아니라 절대부자인 그들을 제외한 모두가 느끼는 것이 아닐까. 낭만적으로 재산이 전부가 아니며 그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라고 할지라도 그들의 재산을 둘러싼 법적 보호를 위한 변호사를 모조리 없앨수는 없는 것이다.

레이철을 반대하는 닉의 어머니의 행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짐작을 하는 것이지만, 그로 인해 중국의 현실 - 1가정 1자녀의 제도하에서 여자아이를 쉽게 버리고 해칠 수 있다는 것은 그리 놀랍지도 않은 그런 현실을 보여주면서 레이철의 존재에 대한 또 다른 비밀을 풀어나가는 것도 흥미롭다.

이 이야기들을 과연 영화로는 어떻게 표현했을지.. 원작과의 비교는 언제나 즐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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