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의 아이 십이국기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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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어딘가에서는 이단이다. 몸에 결함이 있는 자, 마음에 결함이 있는 자, 그런 식으로 누구나가 이단이다. 이단자는 고향을 꿈꾼다. 허무하고 어리석지만 달콤한 꿈"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겠다. 어떻게 보면 그냥 판타지이고 스릴넘치는 미스터리이다. 이야기의 배경이 고등학교이고 등장인물들이 고등학생들이지만 끔찍한 죽음의 이야기가 넘쳐나고 기이한 괴담과 악마의 저주 같은 이야기가 끝모를 곳으로 자꾸만 빠져들게 하고 있어서 한참 책에 빠져 읽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면 도대체 이게 뭐지?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사실 '마성의 아이'라는 책을 처음 잡았을 때 그저 하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면 더 깊이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설픈 십이국기 이야기를 읽은 기억으로 마성의 아이가 십이국기와 연결되는 부분을 기억해내며 찾으려고 애쓰다보니 정작 마성의 아이가 무엇을 보여주려고 했는지를 까먹어버리고 있었음을 깨닫게 될 뿐이다.

 

어렸을 때 가미카쿠시, 즉 신이 데려간 아이라는 소문을 달고 사는 다카사토는 가만히 있어도 그 존재에서 이질감을 느낀다. 교생 실습으로 모교를 찾은 히로세는 반 아이들과 함께 있는 다카사토에게서 그런 이질감을 느끼면서 또 한편으로는 자신과의 동질감을 느낀다. 왕따와는 다른 그 무엇인가가 독특한 느낌. 그리고 다카사토의 주위에 느껴지는 불안과 재앙들...

다카사토에게 일어났었던, 지금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는 이 불길한 것들은 도대체 무엇일까.

 

사람이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숭고한 애정의 뒤편에는 이다지도 추악한 이기심이 존재한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자체가 이렇게 더럽다.(200)

 

분노가 들끓었다... 눈앞에 있는 인간이 어째서 지극히 펴범한 삶을 허락받지 못하는 것인가에 대한 분노, 더욱이 그 사실을 어째서 이 녀석은 이렇게나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인가에 대한 분노(252)

 

그러니까 가만히 읽다보면 인간존재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된다. 아니, 인간 그 자체에 대해 "인간은 짐승이 아니다. 짐승이 아닌 만큼 불순하고 추하다"라고 잘라 말한다. 도대체 이런 이야기가 신에게 잡혀가서 일년동안 사라졌다가 돌아 온 아이에 대한 판타지 이야기에 나올법한 이야기인가.

 

그런데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 가만히 그 '인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건 판타지를 뒤집어 쓰고 있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것은 철저하게 우리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어딘가에서는 이단이다. 몸에 결함이 있는 자, 마음에 결함이 있는 자, 그런 식으로 누구나가 이단이다. 이단자는 고향을 꿈꾼다. 허무하고 어리석지만 달콤한 꿈.

 

우리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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