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제인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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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너무 기대를 하고 있었던걸까? 책을 거즘 다 읽어갈 즈음까지도 도대체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갈피를 잡기 힘들었다. 그런데 문득 내가 '기대'하고 있는 건 무엇이었을까 싶어졌다. 과거의 모습은 그랬었고 화가나지만 현재의 모습도 그렇다. 그렇다면 미래의 모습은 어찌되어야 하는 것일까.

 

"레빈은 성인 남자이자 선출직 공무원이고 내 딸은 사랑에 빠진 철부지였는데 레빈은 결국 아무 탈 없이 잘 살고 내 딸만 두고두고 회자되는군. 뭐야, 그리고 십오년이 지났는데 어째서 그애가 또다른 꼰대의 농담거리가 돼야 하는거지?"(100)

 

십오년이 아니라 백오십년이 지나도 똑같은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대부분이 이 말에 동의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런 변화는 어느날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난 것이 아니다. 변함없이 굳어져 있는 상태로 지속되는 듯 한 답답함은 책을 다 읽을 무렵 풀어지는데, 그 과정이 꼭 지난 백오십년, 아니 그 이전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인지 미래의 모습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미루어 짐작하게 되는 미래는 좀 더 좋은 모습이 아닐까, 희망을 가져본다.

 

전도유망한 정치가와 정치가를 꿈꾸는 어린 인턴과의 불륜 사건이 이 이야기를 끌어낸 것이다. 그 사건을 바라보는 언론이나 여론의 시각은 담겨있지만 구체적인 개개인의 시각은 배제되어있고 - 특히 그 사건의 중심에 있는 전도유망한 남성정치가의 입장은 철저히 배제하고 정치가를 꿈꾸던 여성인턴과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아마도 남성의 관점에서 바라 본 사건의 전개와 결과는 우리 모두가 뻔하게 들어왔고 알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러지 않을까 생각한다. 불륜을 저지르고도 여전한 정치가로 남아있는 남편을 수발하는 엠베스, 딸의 불륜 사실을 최대한 감추고 원만히 해결해서 넘기고 싶은 아비바의 엄마 레이철, 사랑이라 믿었던 인턴시절의 행위가 단순한 불륜으로 치부되면서 모든 희망이 사라져버린 후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완전히 다른 살믈 살아가는 제인, 그리고 엄마의 사건을 새롭게 보게 되는 딸 루비의 이야기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어진다.

이러한 전개과정은 불륜 사건이 아비바의 잘못으로만 전개되고, 십오년이 지나도 지울 수 없는 치부가 되고 그 오래전의 실수가 영원히 그녀의 삶을 망가뜨려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또 한편으로는 왜? 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지고 또 다른 모습을 자꾸만 보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이 아비바,인 것은 내게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마지막에 너무 극적으로, 게다가 전지전능한 모습으로 뜬금없이 등장하는 모건부인에 대해서는 뭔가 숨겨진 이야기가 있겠거니 추측해볼 뿐이지만 그녀의 등장과 관계없이 우리는 우리 앞에 놓여있는 선택지를 집어들고 소신있고 당당하게, 물론 옳은 방향으로 최선을 다해 나 자신의 선택을 하게 되리라 희망한다. 그러한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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