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제국 도코노 이야기 1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품절


거울을 봐라. 지금 자기가 얼마나 부끄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지 눈을 크게 뜨고 잘 봐둬. 자기가 지금 얼마나 시시한 짓거리를 하고 있는지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테지? 응? 안그러냐? 그야 세상에는 시시한 사람이 수두룩해. 그런 사람들 때문에 네가 불쾌한 일을 많이 당한 것도 인정하마. 하지만 그렇다고 네가 시시한 사람이 되어도 된다는 법이 어디 있어? 그런 건 누구보다도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지 않냐?-150쪽

우리는 빛의 아이들이다.
빛은 어디에나 든다. 빛이 드는 곳에는 풀이 나고, 바람이 불고, 생명이 있는 것은 숨을 쉰다. 그것은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누군가를 위해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누구 덕도 아니다.
우리는 억지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실수로 태어난 것도 아니다. 그것은 빛이 드는 것처럼, 이윽고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꽃이 열매를 맺는 것처럼 아주 오래 전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풀에 볼을 비비고, 바람에 머리칼을 나부끼며, 열매를 따서 먹고, 별과 새벽을 꿈꾸면서 이 세상에서 살자. 그리고 언젠가 이 눈부신 빛이 태어난 곳으로 다 함께 손을 잡고 돌아가자.-153쪽

매일을 소중하게 살아. 눈을 크게 뜨고, 귓속도 깨끗하게 후비고, 시야 끄트머리에서 일어나는 일도 놓치지 마. 그러면 자네 등에는 잡초가 안 나. 잡초가 안 나는 사람이 세상에 난 잡초를 뽑을 거야.-215쪽

자신이 서서히 어떤 힘에 밀려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완만한 흐름 한가운데로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언젠가 자신이 어떤 중대한 일을 하지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그게 언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언젠가 그날이 올 것을 아키코는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것 자체는 두렵지 않았다. 그 외에도 깨달은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 커다란 흐름 속에 살고 있다는 것. 아득한 시간과 사람들의 행위가 켜켜이 쌓인 위에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 자기라는 존재를 허비할 수 없다는 것.
이 흐름은 어디로 향하는 걸까. 나는 어디에 이르게 될까....
언젠가 그 흐름에 공포를 느끼고 멈춰설 때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연신 뒤를 돌아볼 때도 있을 것이다. 그때는 돌아가면 된다. 모두가 기다리는 그 너른 세계, 모두가 과거에 흩어져나갔던, 그리고 이제 다시 모여들려 하는 들판, 그리운 사람들이 기다리는 도코노에.-279쪽

음악으로 표현하면 모든 게 아름답대. 미움도, 질투도, 경멸도, 아무리 추하고 불쾌한 감정이라도, 그걸 음악으로 표현하면 예술이 되니까. 그래서 음악은 언제나 자기편이래. 무기래. 변심하지 않아, 바람도 피우지 않아, 없어지거나 죽지도 않아. -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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