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제국 도코노 이야기 1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도코노'라는 말의 유래를 아세요? 권력을 갖지 말고, 무리를 짓지 말고, 늘 재야의 존재로 있어라. 그런 의미라고 하더군요.(278)

'빛의 제국'이라는 다소 거대함이 느껴지는 책의 제목에서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뿜어져 나올까 예상을 못했다. 더구나 열개의 '단편'이라니. 아니, 그런데 여기서 잠깐만. 이걸 단편이라고 해도 되는걸까?
무심결에 책을 펴들고 읽다가 첫 이야기에서부터 찌르르 하는 감동이 와 버렸다.
아, 온다 리쿠는 정말 '훈훈한' 이야기를 하기 좋아하는 작가가 맞는거야. 그래서 나는 미야베 미유키를 좋아하 듯 온다 리쿠가 좋다. 그들의 이야기속 깊은 곳에는 따뜻한 맘이 몽실 퍼져나오는 것이 느껴지니까.

그건 그렇고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면, 빛의 제국은 '도코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일종의 '제국'이라는 어감에 대한 발발작용으로 도코노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한 선입견이 생겨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의 전개가 오히려 당황스럽기보다는 더 따뜻하게 느껴져 좋았다.
세상의 모든 것을 넣어두거나 미래를 예지할 수 있다거나 회오리바람 다리를 가졌다거나 먼 곳을 볼 수 있다거나... 그러한 것은 인간적이지 않은 '환상'의 이야기로만 넘겨버릴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야기들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다보면 어느새 순수하고 맑은 영혼에 감화되어버린다. 우리 인간들은 도코노의 일족인지도 몰라... 우린 탁한 세상에서 점점 더 그 순수하고 맑은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 것인지도 모르지.. 라는 생각이 들어버리게 된다. 거짓된 환상의 세계가 아닌 실존하는 우리의 세계 이야기라고 믿게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건 탁월한 온다 리쿠의 이야기 솜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맑은 영혼을 믿고 싶은 내 마음이 그렇게 향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도코노 일족의 이야기는 자세히 하지 않겠다.
작가는 어렸을 때 읽은 제나 헨더슨의 SF소설 <피플> 시리즈의 온화하고 품위있는 터치가 인상적이었다고, 단지 그런 이야기를 써보겠다고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피플 시리즈는 우주를 여행하는 중에 지구에 표류해서 고도의 지성과 능력을 감추고 시골에 묻혀 조용히 사는 사람들을 그곳에 부임한 여교사의 시점에서 그리는 단편 연작이라고 한다.
자, 흥미를 느끼신다면 당장 읽어보시길. 도코노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리라.
역시, 도코노를 모르면 안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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