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의 수수께끼
서프라이즈정보 지음, 한유희.김민경 옮김, 이강훈 그림 / 비채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요즘 집에서 심심할때면 꺼내 보는 책이 있다. 만화책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왠만한 사람은 들어봤을 '명탐정 코난'이다. 코난의 주요 이야기는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이야기지만, 색깔의 수수께끼라는 책을 읽는 중이어서 그랬는지 유난히 눈길을 끈 대화가 있다. 가끔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괴도 키드가 있는데, 키드와 코난이 만나 대화를 나눈다. 좀 멀리 돌아가는 느낌이 있지만 그걸 얘기해봐야겠다.
'그야말로 블루 원더! 푸른 창공의 기적의 탈출이라고나 할까!'
'푸른창공? 블루 원더의 블루는 바다를 가리키는 블루라구!'
'그게 그거잖아! 바다의 푸른빛은 하늘의 푸른빛이 비친거니까! 탐정과 괴도도 마찬가지야.. 하늘과 땅으로 갈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을 따져보면 인간이 꽁꽁 숨겨둔 뭔가를 호기심이란 열쇠로 비틀어 여는 무뢰한 동지지...'
'멍청아.. 하늘과 바다의 색깔이 푸른 건 빛의 산란과 반사... 전혀 성질이 다른 이유때문이야.. 동급 취급하지마! 그 증거로 물웅덩인 푸르지 않잖아?'
'넌 꿈도 없냐....?' (명탐정 코난 44권, 코난과 키드의 대화)

색깔의 수수께끼를 보면 물은 무채색인데, 바다는 왜 파랗게 보이는지 이유를 알 수 있다. 물론 코난 역시 빛의 반사로 인한 현상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있으니 책을 뒤적이지 않아도 알 수 있겠지. 하지만 내가 굳이 멀리 돌아 명탐정 코난의 이야기를 끌어 온 이유는 사실이 중요하긴 하지만 사실'만'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이다.
넓게 펼쳐진 바다와 열려있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무미건조한 무채색을 떠올리면 정말 가슴이 탁, 하고 막혀버릴 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고 색깔의 수수께끼라는 책이 그렇게 숨 막히게 색이 갖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만 나열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의 일상에 퍼져있는 모든 색에 대해 무심코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지 않고 잠깐만 색을 지켜봐줘, 하고 말을 걸고 있다. 재미있게 말이다.
간혹 조금만 더 이야기해주었으면 하는 색 이야기도 있지만 그런 아쉬움은 또 다른 색의 신비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달랠수밖에.

처음 책을 받았을 때, 다채로운 색감에 책이 아주 화려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것 역시 색에 현혹된 나의 착각이라는 토막 이야기도 있다. 인쇄되어 나오는 책의 색은 네가지뿐이라나?
'기본적으로 노랑 yellow, 자홍색 magenta, 청록색 cyan 을 색의 삼원색이라고 하는데, 이것으로 거의 모든 색을 표현할 수 있다. 다만 책이나 포스터는 색에 긴장과 이완을 주기 위해 이 삼원색에 먹 black 색을 섞어 4색 인쇄를 한 것이다'(240)
그렇지만 그게 어쨌다구. 그림을 보면서 뚫어져라 쳐다보면 네가지 색이 보일꺼야! 라고 한다면 세상이 얼마나 삭막해지겠는가. 색깔의 수수께끼는 수수께끼로 남겨두고 착시현상으로 인한 생활의 색은 그냥 보이고 느끼는대로 좋아하며 살아가야지. 빨강에서 따뜻함을 느끼고, 파랑에서 시원함을 느끼고.. 가끔은 식욕을 떨어뜨리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라고 파랑을 끼고 살기도 해보고 말이다.

책을 가만히 보다가 문득 오래 전 선물받은 책 한 권이 떠올랐다. 다른 책 이야기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끝맺음까지 다른 책 이야기인 것이 좀 걸리지만 그 책 이야기를 잠깐 해야겠다. 코키 콜의 '마녀 위니'라는 동화다. 색이 없는 까만 세상에 키우는 고양이를 구별해내기 위해 색을 입히다가 온세상이 아름다운 색으로 변하게 되는 이야기. 색에 대한 정말 멋진 이야기 그림책이다. 색깔의 수수께끼는 바로 그런것을 이야기하는 것 아닐까? 누구나 다 똑같지 않고 나름대로 모두가 자신의 존재이유를 갖고 있는 것은 자기 자신만의 색을 갖고 있다는 것.
무지개색이 단지 빨주노초파남보,가 아니라 '희망'의 색이라는 것처럼 말이다.

** 한가지 덧붙여서 이 책은 색깔의 수수께끼라기 보다는 색에 대한 가벼운 상식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흥미 위주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보다는 조금 그 범위를 줄여 한가지 이야기를 좀 더 깊이 있게 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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