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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은 느낌은 다 비슷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도 이미 다 나와 있고, 미스테리 문학이라고 나와 있는데 줄거리를 꿰는 것도 예의가 아니고. 그렇다면 나는 이 책에 대해 뭘 이야기하지?
일본소설, 특히 사회문제를 다룬 소설을 읽다보면 다시한번 작품의 연도를 확인해보게 된다. 아니나다를까 이 책 역시 십년도 더 전에 씌여진 소설이었다. 쇼 오락 프로그램을 보면 일본것을 그대로 베껴와서 하는 경우가 많아 일본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될수록 우리의 문화에 대해 괜히 생각해보게 되는데, 사회 문제를 다룬 소설은 좀 더 끔찍하게 우리의 사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우리가 일본과 똑같이 흘러가지는 않지만 그 붕괴되어가는 모습이 너무나 흡사해 더 심각하게 책을 읽어버리곤 한다. 나는... 그렇다.
그리고 내가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가 뭔지 좀 더 뚜렷해졌다.
미야베 미유키는 이 책에 등장하는 '인생을 훔친 여자'에게만 돌팔매를 던지지는 않는다.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는 사회구조속에서 과연 그 개인에게만 손가락질하며 비난할수는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빠져들어 책을 읽는 중이라고 생각하다가 어느순간 지독한 현실을 깨닫고 흠칫 놀라게 되는 이유는 그런것일거다.
소비가 미덕인 듯 소비를 조장하는 사회, 폼나고 멋있게 사는 것이 최고인 듯 겉치장만을 강조하는 사회, 자신의 진짜 콤플렉스가 뭔지 깨닫지도 못하면서 그걸 감추기 위해 편집증처럼 중독되어가는 사치소비향락 지향의 생활이 자꾸 허공으로 발을 내딛게 하고 끝내는 나락으로 떨어지게하고 만다. 신용사회라고 하지만 그 신용이라는 것이 허공에 꾸며진 뜬구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땐 이미 늦어버린 때이다.
그들을 그렇게 내몬것은 그 자신일뿐이다, 라고 잘라 말할 수 있는가.
아, 내 이야기가 오히려 더 뜬구름잡기인듯하여 말을 줄여야겠다.
화차는 끝에 풀려나온 끈을 잡고 뒤따르다보면 금새 풀려나온 끈의 실마리를 붙잡고 끝을 발견하게 될 듯 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연결끈을 내보내는 마법의 끈을 부여잡고 있는 느낌이다. 그만큼 이야기책으로서 엄청난 흥미를 갖게 해준다. 미야베 미유키 글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