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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우리는 카를 마르크스를 다시 읽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이유들을 알게 될 것이다. 지난 세기의 실수들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이유들, 잘못된 확신들에 양보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들, 어떤 권력이든 반환될 수 있어야 하며, 어떤 이론도 반박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어떤 진실도 다른 진실에 의해 추월되게 마련이다. 또한 어떤 자유의지도 소멸될 것이 확실하고, 절대적인 선도 절대적인 악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고 어떤 생각이든 모든 것을 다 설명하지 말고, 상반되는 관점들을 받아들이며, 원인과 책임 요소들, 메커니즘과 행위자들, 계층들과 사람들을 혼동하지 말며, 언제나 열려 이어야 하는 이유들을 말이다. 인간을 모든 것의 중심에 놓아야 하는 이유 말이다.
이것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미래의 세대들이 추방된 카를 마르크스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런던의 빈궁 속에서 죽은 자식들을 놓고 슬퍼하면서 최선의 인류를 꿈꾸었던 그를. 그러면 미래의 세대들은 세계의 정신에게로 되돌아가게 되고, 그의 주된 메시지를 다시 듣게 될 것이다. '인간은 기대할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메시지를."(741)
마르크스의 사상과 삶에 대해 알려고도 하지 않았었다. 또한 누군가의 말처럼 우리에게는 고유명사라기보다는 일반명사처럼 불리워지고 있는 카를 마르크스에 대해 흘려버릴 뿐이지 정작 알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아야 했다. 책을 읽는 내내 이런 것이 나를 불편하게 했지만, 막상 책을 다 읽고, 마지막의 저 문장들 [그러므로 우리는 카를 마르크스를 다시 읽어야 할 것이다...... 그의 주된 메시지를 다시 듣게 될 것이다. '인간은 기대할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메시지를]을 읽고 책을 덮으려니 마음 한쪽이 도로 무거워지는 듯 했다. 사실 이 두툼한 책을 사상은 커녕 역사인식도 제대로 못하면서 읽으려고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점점 마무리 되어가는 것에만 신경을 써 가벼워지던 마음이 한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당신의 신조는? 인간적인 그 어느것도 내게 낯설지 않다.(431)] 1865년, 카를 마르크스는 사랑하는 사촌 나네트와의 고백놀이에서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인간적인 그 어느 것도 내게 낯설지 않다' 또한 그가 좋아하던 표현 중의 하나는 '인류를 위해 일하다(260)라고 한다. 그저 막연하게 '자본론'의 저자, 유물론적 사관, 정치경제학을 확립시킨 좌파의 신적존재(?)로만 알고 있던 마르크스에 대해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이다.
솔직히 얼치기로 알고 있는 그에 대한 내 지식을 갖고 감히 '마르크스 평전'을 읽은 리뷰를 쓴다는 것이 내게는 도저히 감당이 안되는 일이다,라는 말을 하고 리뷰를 끝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어쩔건가. '평전'이라는 것은 물론 그의 삶,에 녹아들어있는 모든 것, 사상뿐만이 아닌 생활태도, 인간관계까지 아우르며 이야기하는 것이고 나로서는 그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그가 '인간'에 대해 가졌던 마음과 그의 인간적인 생활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을. 무장혁명을 원한 것도 아니었고, 신을 중심에 둔 기독교적 공산제 사회를 호소한 것도 아니었고, 일당 독재는 더더구나 말하지 않았던 마르크스의 사상을 내 능력으로 정리할 수는 없다. 성서를 읽으며 막연하게 '공산제사회'를 생각해봤던 나의 추상성과는 달리 마르크스는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사상체계를 확립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인간'에 관심을 갖고 소외된 인간의 해방을 위한 사상적 체계를 확립한 마르크스의 이야기는 이 책을 쓴 저자의 글을 인용하는 것으로 리뷰를 대신해버리려고 한다.
"..... 그는 보편성에 관한 정치적 사상가이자 약자들의 수호자가 되었다. 이전의 수많은 철학자들이 인간을 총체적으로 이해했다 해도, 세계를 정치적이고 경제적이며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총체로서 파악한 사상가는 마르크스가 처음이다. 그는 첫 스승인 헤겔을 본떠서 현실에 대해 포괄적인 해석을 하고 싶어했다. 그렇지만 헤겔과는 달리 현실을 더 이상 신의 지배 속에서 보지 않고, 인간의 역사 속에서만 보았다. 그는 모든 분야, 모든 언어와 지식에 대해 어마어마한 욕구를 보이면서 세계와 인간 자유의 원동력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려고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애를 썼다. 그는 세계의 정신이었다."[저자 머리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