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 제한... 강박증... -.-;;
내가 이 회사에 온 건 2005년.
내가 오기 2년 전부터 지금의 청소 아주머니가 우리 회사 담당이었단다.
(청소와 안내도우미는 용역회사에서 파견된 직원이다.)
처음엔 참 아주머니가 좋았다.
회사 비품을 자기 집 물건인양 아끼는 모습도 좋고, 뭐든지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러워,
USB메모리나 영화표가 들어오면 대학 들어간 딸 주라고 아주머니에게 드렸고,
하다못해 케이크 한 조각, 떡 한 조각도 아주머니와 나눠먹으며 친하게 지냈다.
그런데 약 3년 전부터 아주머니와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발단은 통행 제한.
우리 회사는 3층짜리 단촐한 건물인데, 1층의 일부는 관공서가 쓰고 있으며,
언덕진 곳에 위치한 건물인지라 2층이 주차장과 연결된 좀 특이한 구조이다.
관공서 방문객들은 당연히 주차장과 연결된 2층 입구를 통해 드나들게 되는데,
아주머니가 외부인들이 자꾸 드나들면서 건물을 지저분하게 만든다며 사장님에게 하소연했고,
마침 외부인들이 우리 회사 사무실을 관공서로 착각하여 자꾸 들어오는 문제도 있고,
도난사건이 때마침 일어나는 등의 문제가 겹쳐 2층 출입구를 폐쇄(카드키 출입)하게 되었다.
(도난사건은 명백히 내부인 소행이다. 물품으로 보아 IT기기 매니아인 젊은 남자이다)
이것까지는 이해했는데, 문제는 아주머니의 열의 속에 통행제한이 점점 강화되고 있는 것.
1층과 2층이 연결되는 계단 앞에 커다란 펜스에 의자까지 놓고 출입제한 표시를 하시더니,
이제는 2층으로 올라온 사람들에게 도로 1층으로 내려가 건물 밖으로 돌아나가라고 하신다.
올해 여름이 얼마나 더웠는가. 또 비는 얼마나 극성스럽게 내렸는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주머니나 아주머니의 지시를 받은 안내도우미가
한 손으로는 아이를 안고 다른 손에는 짐보따리를 들은 젊은 새댁은 물론,
아들의 부축을 받고 걷는 칠팔십은 되는 할머니 등 남녀노소 불문하고
계단으로 1층에 도로 내려간 뒤 관공서 입구를 통해 나가서
바깥 계단으로 2층 주차장에 돌아가라고 시키는 거다(족히 100미터는 돌게 된다).
이건 아니다 싶어 난 관공서에 왔다가 2층 출입구 폐쇄로 우왕좌왕하는 사람을 보면
내 카드키로 문을 열어주곤 했는데 이 때문에 아주머니가 나에게 싫은 소리를 하곤 했다.
솔직히 말해 아주머니가 나보고 자꾸 뭐라고 해도 싹 무시하곤 했는데,
요새는 안내도우미까지 '여사님 지시니까 문 열어주지 말아달라'는 말을 내게 하곤 한다.
오늘도 안내도우미가 뭐라고 하길래 마침 아주머니도 없겠다 싶어 내 의견을 얘기했다.
관공서를 찾아온 사람이면 경기도민인데 넓게 보면 잠재적인 우리 고객이다,
우리 고객님에게 왜 굳이 불편을 주냐, 이왕 올라온 사람에겐 열어주자고 했다.
그런데 도우미가 건물 관리 책임은 여사님에게 있고, 난 여사님의 지시를 따라야 하니,
자기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라고 내 말을 딱 자르는 거다.
순간 제대로 울컥해버렸고, 이 이야기로 모 팀장님에게 면담을 요청하여
통행 제한에 대한 내 생각과 이로 인한 아주머니와의 갈등을 털어놨다.
난 그 팀장님이 내 편을 들어줄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한참 연세도 위고 이 회사도 더 오래 다닌 아주머니 하는 일에 사사건건 트집잡는,
여름이라 그런지 요새 신경질이 더 늘은 기분나쁜 여자 과장이 바로 나였다.
그동안 아주머니에게 이런 저런 속상한 이야기 많이 들었다며,
같은 여자들끼리 좋게 좋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거다.
하아, 그만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온갖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다 털어놓았다.
직원들이 뒷정리를 안 한다고 2층 정수기 2군데 옆에 있던 커피와 녹차류를 일방 치워버리고
안내데스크에서 일일이 배급받게 하신 것,
직접 커피 드립해서 먹는 사람이 단 하나라는 이유로 탕비실 개수대가 막힐 때면
팀장님이며 직원들 다 앉아있는 사무실 문을 벌컥 열고 소리지르던 얘기,
"김과장님, 또 개수대에 커피 찌꺼기 버리셨죠? 김과장님 아니면 왜 자꾸 막히죠?"
(진짜 억울하다. 필터째로 쓰레기통에 버리지, 왜 굳이 개수대에 찌꺼기를 버리겠는가.)
새벽같이 교육가는 직원들을 버스 기다리는 동안 접견실에서 아침 겸 간식을 먹게 했더니,
청소 다 해놨는데 흙발자국 내놨다고 밥도 못 먹게 하고 쫓아냈던 것,
직원들에겐 냄새 난다고 휴게실에서도 못 먹게 하는데,
아주머니는 툭하면 도우미랑 안내데스크에서 도시락이나 간식 먹는 것,
2층 민원실에 방문한 고객님이 사무실쪽으로 잘못 들어오자
"여긴 일반인 들어오는 곳 아니에요. 얼른 나가세요." 소리지르며 내쫓아
고객님이 날 무슨 잡상인으로 아냐며 역정냈던 수많은 사건까지.
아, 치사하고 치졸하고 옹색한 얘기를 잔뜩 털어놓음으로써
난 스스로 아주머니 말씀처럼 사사건건 트집잡는 인간이 되버렸고,
최악의 경우 아주머니의 고용 안정을 해칠 수도 있는 폭탄을 던진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니었는데.
2층 출입구에서 헤매는 사람에게 문 열어줘도 아주머니에게 잔소리만 안 들으면 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