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딸아이 개학에, 휴가 후유증에, 27일 아버님 수술에 정신이 쏙 빠지는 주였습니다.
그 와중에 깜박 잊어먹은 게 마로 방과후 수업 신청서.
27일 마감이라는 걸 어제 아침에 확인하고 부랴부랴 신청서 작성해서 딸아이에게 주고,
선생님에게 전화로 늦게 내서 죄송하다고 사정도 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어제밤.
야근하고 조금 늦게 퇴근한 편인데, 마로가 절 보자마자 다짜고짜 얘기하더군요.
"엄마, 신청서 늦게 내서 방과후 수업 할 수 없대. 친구들에게도 물어봤는데, 안 된대."
뭔가 이상했습니다.
선생님은 분명 될 거라고 했는데, 딸아이에게 구두로 다시 안 된다고 하셨다?
만약 그렇다면 분명 제게 문자라도 한 통 넣으실 분인데?
게다가 갑자기 방과후 수업에 대해 잘 아는 친구 이야기를 끌어다 쓰고?
무엇보다 인사도 안 하고 다짜고짜 방과후 수업 이야기? 

심증은 있었으나 물증이 없어 어제는 별 말없이 넘어갔습니다.
오늘 아침 선생님과 통화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마로가 거짓말한 것입니다.
딸아이에게 왜 거짓말 했냐고 했더니, 늦게 신청서 내는 게 부끄러워 안 냈다는 겁니다.
안 냈다고 하면 혼날까봐 거짓말한 거구요.
일단 저녁에 다시 얘기하자고 서둘러 출근하긴 했는데... 

음... 저녁에 딸아이에게 무슨 얘기를 하면 좋을까요?
현명한 서재인들의 조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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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의 거짓말
    from 놀이터 2010-08-31 14:20 
    저는... 거짓말을 잘 못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꽤 잘하기도 하고 (마로가 보여줬던 것처럼 확인이 없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지능적인) 거짓말도 체계적으로 세워두기도 합니다. 요전번 휴가에서 친구들이랑 여행을 갔는데, 그 친구들이랑 같이 일본에 갔다는 걸 알게 되면 속상해할 친구가 있어서 다른 친구와 둘이서 여행을 갔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지요. 물론.. 거짓말은 또다른 거짓말을 낳는다고 이틀동안 여행얘기를 물어보는데 끊임없는 거짓말에 미쳐버리는 줄 알았
 
 
비로그인 2010-08-31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과후 수업이 꺼려지나 봅니다.
하기 싫은 내색이 보이면 잠깐 쉬게 해주시는것도...^^

BRINY 2010-08-31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선생님은 조선인님 전화 받으셨는데, 왜 마로에게 확인 안하셨을까요?
"마로야, 엄마가 전화하셨던데 신청서 갖고 왔니?'라고 학생에게 한마디만 해주셨어도...

마기님 말씀대로 방과후 수업이 하기 싫었을 수도 있고...
혼자서 늦게 내는 게 창피하다는 말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귀가할 때야 생각해내고 앗차..엄마에게 뭐라고 하지?라고 생각한 건 아닐까요?

조선인 2010-08-31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기님, 방과후 수업이 아이가 좋아하는 걸 직접 골라요. 클레이아트나 예쁜글씨POP나 뭐 이런 거.
브라이니님, 선생님이 그런 걸 일일이 챙기기야 힘드시겠죠. 아, 아이에겐 뭐라고 타일러야 할까요?

BRINY 2010-09-01 22:56   좋아요 0 | URL
그런 전화를 하시는 학부모님이 어쩌다 한명일텐데, 아직 스스로를 챙기기 힘든 어린 학생에게(더구나 마로는 초등학생이잖아요, 담임을 아침에만 본다거나, 교무실에 가야면 본다거나하는 중고등학생이 아니잖아요) 그말 한마디 건네기가 그렇게 힘드셨을까 싶네요...
교사에게 말걸기 쉽지 않은 아이들도 많을 거에요. 그러면 우선 또래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응, 그렇구나'하는거죠. 물론 교사에게 물어보면 잔소리듣겠구나, 귀찮구나하는 마음도 작용하겠죠. 17살, 19살짜리도 그런 경우 무척 많아요.
그냥 이번에는 이러이러했는데 그러면 이러이러한 문제점이 생기니까, 다음에 이러이렇게 해라하고 구체적으로 얘기하시는 게 어떨까요?

조선인 2010-09-02 09:00   좋아요 0 | URL
선생님이 제 확인전화를 받고 놀라셨나봐요. 마로 불러서 조근조근 대화를 나누셨나 보더라구요. 기본적으로 참 좋으신 분이세요. ^^

ChinPei 2010-08-31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일지도 몰라요. 미리 양해하십시오.
마로에게 화를 내면 안되요. 그래서, 사전에 신청서를 늦게 주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십시오. 늦게 주었으니까 선생님에게 내는 걸 부끄러워 하였다는 걸 인정하시고 그 원인의 하나는 엄마에게 있다는 것도 인정하시고 사과하시고요.
그 후에야 신청서를 내지 않았다는 것,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마로가 잘 못했다고 솔직히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참, 이렇게 님께 건방진 말을 하였지만 저 자신이 그렇지 못해서, 명섭한테 화를 내어서 후회하였던 일이 한 두번이 아니었어요.
마로가 원래 착한 애잖아요. 조선인님을 닮아서요.

ChinPei 2010-08-31 14:11   좋아요 0 | URL
이렇게 말해 놓고 모순되는 말을 또 하지만, 부모가 애한테 사과한다는 건 쉽지 않지요. 그러나 마로의 그 행동은 말로선 표현못하는 부모에 대한 항의인 듯. 그리고 거짓말을 한 마로의 마음도 얼마나 아팠을까...

책가방 2010-08-31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페이님은 제가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생각하셨네요. 존경합니다..^^

전 (신청서를 늦게 내는 것)과 (거짓말하는 것)중에 어떤 것이 더 부끄러운지에 대해서 얘기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었답니다. 그리고 거짓말했을 때 마로 마음이 어땠는지도 물어봤으면 하구요. 혼내는 것보다는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인 듯 합니다..^^



ChinPei 2010-09-01 00:31   좋아요 0 | URL
... 전 존경받을만한 인간이 아니에요. 조금 잘 난 척 한 것뿐이에요. 별로 잘 난 사람이 아니면서.
저도 며칠 전에 약속을 지키지 안했던 아들에게 되게 욕하였어요. 아들의 말을 들어주지도 않으면서... 그 일이 좀 후회되어서...

Joule 2010-08-31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마로, 너 웃겨. 왜 금방 들통 날 거짓말을 하고 그러니. 안 냈으면 안 냈다고 하면 되지. 너한테 좀 거리감 느껴. 거짓말은 아무때나 막 하는 게 아니고 아껴뒀다가 꼭 해야만 하는 아주 중요한 순간에만 하는 거야. 그리고 인생에 거짓말을 꼭 해야 하는 순간이란 몇 번 없어. 근데 그 중요한 순간을 이렇게 하찮은 일에 써버리면 너무 손해잖아."

사실 저렇게 말하라는 건 아니구요. 저건 제가 조카랑 얘기할 때 하는 소리들이고.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저는 그냥 마로가 '둘러댄' 거라고 받아들이셨으면 좋겠는데요. 구구절절 설명하기 귀찮아서 그런 것 같거든요. '거짓말'이라고 딱 못박지 말고 그냥 그건 중요한 일이었는데 마로가 신청서 제출 안 하고서는 신청 자체가 안 된다고 해서 선생님과 엄마 사이에 오해가 생길 뻔 했다고 담담하게 말하면 어떨까 싶어요.

조선인 2010-08-31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페이님, 책가방님, 님들 말마따나 일단 사과 하겠습니다. 큰 깨달음 주셔서 고맙습니다.
쥴님, 푸하하핫, 역시 쿨한 쥴님, 멋져요.

pjy 2010-08-31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야, 거짓말이란게 앞뒤 설정이 꼼꼼해야되거든, 어설프면 티나거든~
사실90% 거짓부렁10% 섞어야 이게 부작용이 적어~
너무 연습해도 티나고 연습없으면 들키고....
아무래도 이번엔 실패같어~ 이게 또 걸리면 바로 납작 엎드려야만 하는 단점이 있어~~
둘러대기는 니 입밖으로 나오면 혼자가 막 뻥튀기되는 아이라 난중에 빵구나면 너만 크게 뒤집어쓰는 부작용도 있어~ 풍선껌 터지면 어디로 튈지모르지만 결국은 니얼굴이잖어~
앞으로 인생 에너지를 이 뻥튀기를 쫒아댕기면서 뒤치닥거리해야되는데, 마로야? 정말 자신있어?"

이러는 저도 안터지기를 바라는 뻥튀기들이 많습니다--;

2010-09-01 0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10-09-01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jy님, 사실 90%, 거짓부렁 10%! 좋은 팁을 주셨습니다.
속닥님, 네, 저녁 내내 꼬옥 꼬옥 안아줬어요. 잘 때까지 꼬옥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많이 많이 미안하다고 사과도 했어요. 헤헤

같은하늘 2010-09-09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일이 있었군요.
저도 반성하며, 여러분들의 댓글을 앞으로 아이 키울때 참고할께요.^^

조선인 2010-09-09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하늘님, 정말 서재는 최고의 육아지침서에요. 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