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주소록 파일을 갱신하였다.
책상위에 쌓아놨던 명함을 모두 입력하고, 그 사이 바뀐 정보는 갱신하고.
그런데 가끔 그 사람의 인상과는 다른 느낌의 이메일 주소를 발견하곤 한다.
혼자서 재밌어서 키득키득.

점잖으신 모 회사 대표이사. 뜻밖에도 록 매니아인가 보다. pumpkin41@...
원래 톡톡 튀는 사람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 파격적일 줄 몰랐다. imnotsorry@...
말없고 숫기없고 성실한 사람인데 게임 매니아일 줄이야. darkapo@...
전형적인 보수 경상도 종손으로 알고 있던 사람의 정치적 성향은 뜻밖 communist@...
까탈스럽고 투덜대기 일수인 대머리 아저씨. 발이 큰가보다. 다음에는 꼭 확인해봐야지. bigfoot@...
도무지 이유가 짐작이 안 가는 이메일 주소도 있다. teatable@...

헉, 그런데 우리 이사님이 이렇게 낭만적인 아이디를 가졌던가? coldlove@...
케이블에 마지막 승부수를 거신다는 부사장님 아이디는 참 부사장님 답다. cablekim@...

그러고보면 어느 회사를 다니든 회사용 내 아이디는 okay@...
회사에서는 예스맨이 되겠다는 의지로 만든 아이디인데, 어디 가나 트러블메이커로 찍힌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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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메일 2탄
    from 조선인과 마로, 그리고 해람 2009-09-28 16:23 
    한동안 게으름을 펴서 산더미같이 명함을 쌓아놨다가 오늘 작정하고 정리하는 중이다. 그러나 워낙 지겨운 작업이다 보니 잠깐 곁길.  실존인물과 참 다른 이메일주소) sayyes@... :모 디자이너의 주소인데, 작업기한 맞춰 잠수타는 게 특기. 대체 뭐가 yes? punk@... : 보기와 달리 펑크뮤직광 socooly@... : 다혈질에 아주 꽉 막힌 사람 angrybear@... : 아이디와 달리 실상은 상냥하고 여린 사람 딱
  2. 자뻑 혹은 자신감 넘치는 이메일 주소
    from 조선인, 마로, 해람의 서재 2010-09-13 15:18 
    모 회사의 차장님: 판매율이 1위일까? - ace@ 모회사 기술팀 차장님: 그닥 독보적인 존재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 akim@  모회사 기획팀 대리: 나도 그녀가 best라고 인정한다 - bestsong@  모회사 마케팅팀 부장님: 놀랍다. 이렇게 자뻑할 수 있다니 - bigman@  모 개발사 대표: 보기엔 겸손하신 분인데, 이러니 그 나이에 벌써 사장 - boldfire@  모회사 디자
 
 
▶◀소굼 2005-11-14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이블김이 제일 재밌네요^^; 빅풋인 분도 궁금하고;;

mannerist 2005-11-14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제 업무용 이메일은 "매너 전화번호@paran.com" 이러니 불러주긴 편한데 가끔 전화 받는 사람이 물어봅니다. '전화번호 말고 이메일이요' '예. 그거에 골벵이 파란 닷 컴이요.' ㅎㅎㅎ

아영엄마 2005-11-14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훗~ 제 말이 맞죠?  얼마전에 마로라는 제목이 눈에 띄어 기억하고 있었는데 검색해보니 있더라구요.
책 내용은 읽어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저학년 동화책이네요)
-에고~ 저는 이제 급식 도우미 하러 학교에 갑니다~ 
나중에 또 들어와야지~~(윽.. 책 읽어야 하는데.. 반딧불님이 책을 왕창 빌려주셨어요. ^^;)

숨은아이 2005-11-14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 이메일주소는 넘 밋밋하군요. 나도 좀 재밌게 지을걸.

2005-11-14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5-11-14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굼님, ㅎㅎ bigfoot은 bighead도 어울리시는 분이에요.
매너님, 일석이조 아주 실용적인 이메일주소네요.
아영엄마님, 사야겠어요. @,@ 무조건.
숨은아이님, 처음 만드는 주소가 중요한 듯. 아무래도 수시로 주소를 바꿀 수가 없으니까 아쉬워져요.
속삭이신 분, 아낙스피릿. 후후 좋아요. 좋아. Okay!!!

짱구아빠 2005-11-14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회사 직원 중에 별명이 "거북이"이신 분이 계신데 이분 이메일 주소는 turtle@...이더라구요,한참 웃었습니다. 위의 메일 주인장님들도 센스가 상당한 분들이시군요....

ceylontea 2005-11-14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케이~~ 멋져요..
잔 걍 단순한 이름이니셜과 성의 조합인디.. ^^

chika 2005-11-14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이메일 주소는 딱 보면 아하~! 하게 되는 건데요. 저도 좀 뜻밖의 메일 주소를 마들걸 그랬나요? ;;;

엔리꼬 2005-11-14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직장분 중 *기준이란 분은 standard@ 를, *정원이란 분은 garden@을 쓰신답니다.. 직장 영어약자를 따서 ****man@ 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죠.. 충성을 다 하려는지 원...

하이드 2005-11-14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밋밋해요. rosalyn 그냥, 이것저것 시도하기 귀찮아서, 아무도 안하는거 고르다보니 그렇습니다. ^^

조선인 2005-11-14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어머낫, 기대 이하세요. 님은 그럼 안 되죠. tigermadam쯤은 되셔야.
짱구아빠, 왜 별명이 거북이인지도 알려주셔야죠.
실론티님, 오케이~ 안 하고 맨날 딴지건다고 혼나는걸요?
치카님 주소를 가르쳐주사와요.
서림님, 기준. 정원. ㅎㅎㅎ 말 되네요.
하이드님, 아무래도 님의 경우 영어식 이름이 필요하겠죠. 그런 면에서 전, 에피소드가 있어요. ㅎㅎㅎ

난티나무 2005-11-14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이디로도 쓰는 제 이멜주소 앞부분이 '중복'된다는 사이트를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우헤헤...

조선인 2005-11-14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아이디가 진짜 궁금해지네요.

水巖 2005-11-15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조선인과 마로
닉네임 : 조선인, 서재 지수 : 23940

세번째 길모퉁이를 돌아서보니 월차도 없고 주말도 없고 명절조차 없다나...


조선인 2005-11-15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기해요, 수암님.
전 제가 서재의 달인 되는 걸 못 보는데, 늘 잡아주시네요.

짱구아빠 2005-11-15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거북이냐면 목 짧고,팔다리도 덩달아 짧으며,모든 일에 유유자적,여유만만,느릿느릿이신지라.....(실제로는 무지 샤프한데....)

조선인 2005-11-15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짱구아빠님.
 

지난 토요일 아영엄마님께 가겠다는 일념 하에 출근하자마자 주간업무보고 작성해서 제출하고
배짱 튕기며 가방들고 튀려는 순간!
월요일 말고 오늘 회의하자고 조르는 모 회사 사람에게 기어이 덜미를 잡혔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회의를 하는데, 개발자는 내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는데,
회의록을 작성해야 하는 SI가 영 따라와주지 않는다. 으이구, 답답.
결국 12시 10분에서야 회의가 끝났고, 나는 밥 먹자는 손을 뿌리치고 어린이집으로 내달렸다.

어린이집 선생님들 눈이 휘둥그래졌다.
"어머,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처음 있는 일에 선생님은 호들갑스럽게 좋아하고(-.-;;) ,
아이들은 저 아줌마가 누구네 엄마인지 궁금해한다(다른 애들은 일찍 가니, 대부분 나를 처음 봤다)
마로는 신이 나서 계단을 방방 뛰어내린다.

"마로야, 엄마가 일찍 와서 좋아?"
"응, 좋아. 음, 음, 음... 풍선 같아."

찌잉....ㅠ.ㅠ

* 여기서 풍선은 광고용 대형 애드벌룬을 의미합니다. 날아갈 거 같다, 아주 크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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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5-11-14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도 일찍 어린이집에 가서 좋았죠? 아마 마로보다 더 좋았을걸요. ^^

하늘바람 2005-11-14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부럽네요

mong 2005-11-14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는 정말 언어의 연금술사에요~
말한마디로 금보다 더 가치있는 감동을 주네요 ^^

paviana 2005-11-14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마로....그래도 찡하네요..

세실 2005-11-14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제 마음도 찡하네요.....
마로야 엄마가 워낙 일을 잘하셔서 많이 하시는거야~ 마로 엄마 맘 알지????

울보 2005-11-14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아이는 아이네요,,

조선인 2005-11-14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어쩜 그렇게 콕 짚으십니까.
하늘바람님, 님은 아직 아가씨죠? 그럴 거 같아요.
몽님, 님이야말로 연금술사에요. 금보다 더 가치있는 댓글을 주시네요.
파비아나님, 찡~
세실님, 고마워요.
울보님, 아이는 아이죠? 저도 아이였으면 좋겠어요.

水巖 2005-11-14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마로다운 말 솜씨군요.

ceylontea 2005-11-14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다음은요... 마로 만나서 무엇을 하셨는지도 알랴주세요~~..(왕궁금~~)

조선인 2005-11-14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암님, ㅎㅎㅎ 진석이랑 마로랑 말 솜씨를 서로 뽐내네요.
실론티님, 이젠 아시죠?
 
구름빵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2
백희나 글.사진 / 한솔수북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히이드님이 선물해준 책에 덤으로 딸려온 책안내가 구름빵이었다.
거기에 실려있는 제작기를 보고 감탄하고 있는데 딸이 봤다.
"구름을 왜 빵이라고 하냐?"
제가 말해놓고 제가 우습다고 깔깔거리고 웃다 못해 방바닥을 구른다.
그 모습을 보다가 무조건 이 책은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이 책을 사지 못했다.
덜커덕 이벤트로 호정무진님께 선물받은 것이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이 책만 가지고 놀고 있다.
환상적인 빛그림, 귀여운 소재, 탄탄한 이야기 구조. 정말 만점주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솔직히 고백하면 아이가 좋아하는 이상으로 난 이 책의 판타지에 폭 빠졌다.

월요일 아침, 아이는 아직 자고 있는데, 나는 아침 준비를 하다 말고, 구름빵을 꺼내 읽는다.
지금이야 걸어서 15분 거리로 이사와 살지만,
그 전에는 최소 1시간 30분 이상을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또 갈아타고를 반복해야 했다.
지난 3년간 길에 버리는 출퇴근 시간이 너무 아까워 미칠 것 같았고,
아침잠에 취해 있는 아이를 옷도 못 입히고 이불로 둘둘 싸 어린이집에 맡긴 적도 꽤 있었으며,
칼퇴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차가 막혀 8시 30분이 넘어서야 아이를 찾을 때면 아이를 안고 울기도 했다.
그 시절에 이 책을 읽었으면 아마 나는 구름빵이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에 엉엉 울고도 남았겠다.
지금도 월요일 아침이라는 이유로 구름빵을 쓸어보며 슬그머니 눈시울이 젖으니.

아침먹는 거 보다 잠깐이라도 더 자는 게 남는 장사라 여길 정도로 피곤에 절은 직장인.
결국 아침도 못 먹고 뛰어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만원버스에, 교통체증에 시달려야 하고.
빈 속을 달래며, 초조하게 시계를 확인하면서 지각일까 아닐까 조바심내야 하는.
그 피곤과 시달림에도 불구하고 나를 위해, 아이들을 위해, 뻑뻑한 직장생활에 매달려야 하는.
구름빵은 이 시대의 모든 가장에게 바쳐지는 판타지라 불러야 하겠다.
늦잠을 잤다 해도 아이가 따준 구름으로 만들어진 빵을 아침으로 먹고 둥실둥실 날아 출근!
이보다 더 멋진 환상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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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사랑 2005-11-14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요일 아침, 구구절절 마음에 다가오는 리뷰예요. 저도 오늘 출근시간 1시간 15분...흑...
애들보다 우리가 더 좋아하는 것 같죠?^^

조선인 2005-11-14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그러게요. 엄마, 아빠들이 더 실감나는 그림책이라니깐요.
하지만! 마로도 좋아해요. 별 따달라 달 따달라 조르기에 이어
이제는 구름 따겠다고 난리칩니다.

瑚璉 2005-11-14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런 책이었습니까?

아영엄마 2005-11-14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름빵이 있다면 전철에 시달리며 출근하는 우리 애들 아빠에게도 꼭 주고 싶은데 빵이라서 싫다고 하면 어쩌나요? ^^;;

바람돌이 2005-11-14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아이도 어른도 가슴찡해지게 만들고 좋아하게 만드는 드문 책입니다. 그쵸? ^^

플레져 2005-11-14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 생각해보니 우스워요. 구름을 왜 빵이라고 하냐, 정말....ㅋ
제가 어릴 때는 구름을 과자로 배웠는데...
잘 나가던 사촌 오빠들 덕분이지요 ㅎㅎㅎ

하늘바람 2005-11-14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은 정말 갖고 싶은 책입니다. 그림책 보면서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 이 책이 첨이었어요. 정말 순수하게 동심으로 돌아가고 막 신이 나더이다.^^

숨은아이 2005-11-14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참 맛있어요.

조선인 2005-11-14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좋으니 리뷰 반응도 좋네요. *^^*

ceylontea 2005-11-14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 좋지만.. 역시 리뷰가 좋으니 반응이 좋은 것이지요..
저도 이 책은 지현이도 좋아하지만, 저도 무척 좋아해요..
그림도 너무 좋구요.. 여러 각도에서 사물을 바라 볼 수 있는 각도... 너무 마음에 들어요...

깍두기 2005-11-14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아이가 다 커버린 것이 아깝구먼.
우리 애들 말야요.

조선인 2005-11-14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님 역시 포토리뷰로 많은 이들의 가슴을 활활 지르셨죠?
깍두기님, 어머나, 그냥 사세요. 지름신을 영접해도 후회안하실 듯.

어데이드 2005-11-28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 아줌마, 저 구름빵 먹고 싶어요~

조선인 2005-12-04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영아!!! 반가와. *^^*

paviana 2005-12-12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가슴 절절한 리뷰라서 저도 슬퍼질까봐 책을 못볼거같아요..
길 막혀서 늦으면 정말 속상하고요, 일찍 들어왔는데 벌써 잠들어 버린 아이 얼굴 보고 괜히 혼자 서운해서 운적도 있어요.

조선인 2005-12-12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아나님, 이 책은 환타지라니깐요. 구름빵을 먹고 둥실 날라 출근한다구요. *^^*
 

상황예민성 : 56 점 행동신속성 : 42 점

 

 

당신은 상황파악을 잘 한다. 뭐가 지금 문제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당신 눈에는 잘 보인다. 하지만 당신은 잘 판단하는 만큼 행동하지 못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면서도 자신감이 없거나 용기가 부족해서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그런 당신을 심사 숙고하는 신중한 인물로 봐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인은 그런 자신이 별로 달갑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머뭇거리다가 기회를 놓치고 나서 자신을 게으르다거나 비겁하다고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

 


당신이 살아 남는 이유는 냉철한 상황 파악력 덕분이다. 게다가 당신은 신중하다. 남들이 먼저 앞서 나가서 총알받이를 해 준 덕분에 당신은 살아남을 수 있다. 물론 남들이 다 피한 뒤에 남아있다가 폭탄을 맞을 수도 있지만.

 


당신은 누구보다도 상황파악은 잘 한다. 당신이 만약 제 3자로 전쟁을 구경하는 입장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전쟁터에 던져진 상황이라면 한가지가 더 필요한데 그것은 바로 빠른 행동이다. 당신에겐 그것이 부족하다. 전쟁터에서는 간발의 차이로 생사가 갈린다. 전쟁터에서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보다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치명적인 경우가 많다. 당신이 죽는다면 바로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안 되는지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아서 죽는, 가장 억울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장기적인 안목을 키워 가능한 한 순간적 행동이 필요한 곳은 피하라. 당신은 신중함이 중요한 환경에 최적화된 사람이다. 당신은 단기전보다는 장기전에 능하며 순발력은 없지만 지구력은 강하다. 우선 당신만큼 판단력도 출중하고 행동도 빠른 사람을 찾아내라. 그리고 사소한 판단은 그에게 맡겨라. 대신 당신은 좀더 멀리 보도록 노력하라. 당신의 느린 호흡으로 멀리 간격을 두고 세상을 대하라. 그렇다면 당신 주변에는 당신의 조언이나 충고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다.


 

 "엑스칼리버" 랜슬롯
떠돌이 기사 랜슬롯(Lancelot). 랜슬롯은 자신이 충성을 맹세할 만큼 강한 군주를 만나지 못해 떠돌아 다니고 있었다. 그의 소문을 들은 아더왕이 찾아와 그와 결투를 하고, 아더왕의 엑스칼리버의 힘에 놀란 랜슬롯은 아더왕을 주군으로 모시게 된다. 아더왕 휘하의 가장 강력한 기사가 된 랜슬롯은 그러나, 이후 주군의 부인인 귀네비어와 간통을 저지르고 아더의 몰락에 원인을 제공한다. 그는 최강의 기사였지만, 시종일관 우유부단한 이미지로 나타난다. 오직 주군에 충성한다는 맹세를 저버리고 간통을 저지르더니, 간통을 저지른 뒤엔 죄의식으로 폐인이 된다. 그리고 아더왕이 (자신의 아들이자 조카인) 모드레드의 군대와 싸울 때 나타나 맹렬히 싸운 후 전사하더니 아더왕에게 귀네비어 왕비와 화해했는지를 묻고 죽는다. 랜슬롯은 맹목적인 충성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군인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아무리 뛰어난 무공과 신체적 능력을 갖고 있어도 주체적인 결단력이 없으면 이렇게 허무해지는 것을.


 "태극기 휘날리며" 진석(원빈)
진석은 영화 속에서 관찰자 역할을 한다. 결단력은 없으나 공부 잘하고 똑똑하며 사리 판단이 분명한 그에게 전쟁의 관찰자는 잘 맞는 역할이다. 진석과 그의 형 진태는 절친한 사이였으나, 전쟁이 일어나 동시에 전장에 투입됐고, 형 진태는 공부 잘하는 진석이라도 징집해제 시켜 집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무공 훈장을 받기 위해 전쟁광이 돼 간다. 진석은 전쟁광으로 미쳐가는 형과 군인들을 분노하며 바라보지만, 결국 그가 깨닫는 것은 인간에 대한 미움이 아니라 전쟁의 진정한 추악함과 참혹함이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이데올로기도, 정치도, 명분도 모르는 이들이 오직 전쟁 때문에 죽고 죽이는 기계적인 살인마가 돼 가는 과정이 진석의 입장에서 훌륭히 그려지고 있는 영화다.

 

진석은 영화 "플래툰(Platoon)"의 화자, 크리스(찰리 쉰)의 역할과 동일하다. 크리스는 유복한 가정에서 대학 교육을 받고 다른 사람의 인생에 알고 싶어 자원 입대했지만, 진석과 마찬가지로 전쟁 자체에 환멸을 느끼며 전장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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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5-11-13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훈수쟁이 영감이라는 표현에 찔끔. 그러고보니 초등학교 때 별명이 이미 할망구였지. 쩝.

물만두 2005-11-13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러군요...

Joule 2005-11-13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신속부정확한 불나방형으로서 살아남을 확률이 10프로라는데요. 저와 비슷한 인물로는 잔다르크, 태극기 휘날리며의 장동건, 포레스트 검프. 켁.

chika 2005-11-13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교만점 조선인님이 할망구로 불렸었다구요? 믿을수없음이와요!! ;;;

바람돌이 2005-11-13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들이 다 피한뒤에 남아있다가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니.... 으하하하~~ ^^
이거 꼭 제 얘기 같아요. 저도 해볼래요. ^^

바람돌이 2005-11-13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내 얘기 같다고 했죠.... 지금 가서 해보고 왔는데 똑같이 나왔어요. 잉잉~~~
나 페이퍼 안써----

조선인 2005-11-13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덕분에 재미난 걸 많이 알게 되요.
쥴님, 오오 잔다르크라니, 그야말로 낭만의 극치, 에, 또, 제 형님이시군요. 형님!!!
치카님, 잔소리 할망구로 악명을 떨쳤죠. 선도반, 규율반, 학생반으로 점철 -.-;;
바람돌이님, 호호호 님의 얘기를 들으니 꽤 신빙성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히히

하늘바람 2005-11-1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쟁이 나면 어떻게 할지 전 도저히 상상을 할 수 없네요. 혹 인간 본성으로 무서운 쥐도 잡아먹을까요?

조선인 2005-11-14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사실 전쟁에서 살아남을 생존율이 높은 거보다 전쟁이 없는 게 제일 좋겠죠. ㅠ.ㅠ
 

오늘 점심은 현미떡과 고구마야.

그런데 냉장고를 열어보니 쥬스가 없어서 꽃신을 신고 수퍼에 갔다왔어.

내 몰골은 빨간 신에 어울리지 않았지만, 대신 모자를 푹 눌러썼으니까 괜찮았겠지?

옆지기와 마로가 서울에 간 사이 나는 찜통에서 마지막 떡과 고구마를 골라 먹을테야.

이렇게 나른한 일요일 오후에는 자살보다 쉬운 책이 필요해 색녀열전을 보고 있어.

난 그렇게 누구 덕분에 참 멋진 오후를 보내고 있네.

* 아, 참, 로션 샘플 고마워. 아껴서 쓸께. 그리고 결정해야겠지. 히히

* 페이퍼가 늦어서 미안해. 야곰 야곰 떡을 축낼 때마다 빨랑 인사해야지 했는데, 영 느긋한 마음이 없었어.

* 갑자기 말 놔서 미안. 근데 오늘은 그러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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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13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보 2005-11-13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친구는 누구일까요,,궁금하네요,,

조선인 2005-11-13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미안해. 사과는 아직 못 먹었어. 아끼느라. 좀 있다 마로 오면 같이 먹을께. *^^*

조선인 2005-11-13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낫, 그새 울보님이. ㅎㅎ 누굴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