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빵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2
백희나 글.사진 / 한솔수북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히이드님이 선물해준 책에 덤으로 딸려온 책안내가 구름빵이었다.
거기에 실려있는 제작기를 보고 감탄하고 있는데 딸이 봤다.
"구름을 왜 빵이라고 하냐?"
제가 말해놓고 제가 우습다고 깔깔거리고 웃다 못해 방바닥을 구른다.
그 모습을 보다가 무조건 이 책은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이 책을 사지 못했다.
덜커덕 이벤트로 호정무진님께 선물받은 것이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이 책만 가지고 놀고 있다.
환상적인 빛그림, 귀여운 소재, 탄탄한 이야기 구조. 정말 만점주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솔직히 고백하면 아이가 좋아하는 이상으로 난 이 책의 판타지에 폭 빠졌다.

월요일 아침, 아이는 아직 자고 있는데, 나는 아침 준비를 하다 말고, 구름빵을 꺼내 읽는다.
지금이야 걸어서 15분 거리로 이사와 살지만,
그 전에는 최소 1시간 30분 이상을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또 갈아타고를 반복해야 했다.
지난 3년간 길에 버리는 출퇴근 시간이 너무 아까워 미칠 것 같았고,
아침잠에 취해 있는 아이를 옷도 못 입히고 이불로 둘둘 싸 어린이집에 맡긴 적도 꽤 있었으며,
칼퇴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차가 막혀 8시 30분이 넘어서야 아이를 찾을 때면 아이를 안고 울기도 했다.
그 시절에 이 책을 읽었으면 아마 나는 구름빵이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에 엉엉 울고도 남았겠다.
지금도 월요일 아침이라는 이유로 구름빵을 쓸어보며 슬그머니 눈시울이 젖으니.

아침먹는 거 보다 잠깐이라도 더 자는 게 남는 장사라 여길 정도로 피곤에 절은 직장인.
결국 아침도 못 먹고 뛰어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만원버스에, 교통체증에 시달려야 하고.
빈 속을 달래며, 초조하게 시계를 확인하면서 지각일까 아닐까 조바심내야 하는.
그 피곤과 시달림에도 불구하고 나를 위해, 아이들을 위해, 뻑뻑한 직장생활에 매달려야 하는.
구름빵은 이 시대의 모든 가장에게 바쳐지는 판타지라 불러야 하겠다.
늦잠을 잤다 해도 아이가 따준 구름으로 만들어진 빵을 아침으로 먹고 둥실둥실 날아 출근!
이보다 더 멋진 환상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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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사랑 2005-11-14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요일 아침, 구구절절 마음에 다가오는 리뷰예요. 저도 오늘 출근시간 1시간 15분...흑...
애들보다 우리가 더 좋아하는 것 같죠?^^

조선인 2005-11-14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그러게요. 엄마, 아빠들이 더 실감나는 그림책이라니깐요.
하지만! 마로도 좋아해요. 별 따달라 달 따달라 조르기에 이어
이제는 구름 따겠다고 난리칩니다.

瑚璉 2005-11-14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런 책이었습니까?

아영엄마 2005-11-14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름빵이 있다면 전철에 시달리며 출근하는 우리 애들 아빠에게도 꼭 주고 싶은데 빵이라서 싫다고 하면 어쩌나요? ^^;;

바람돌이 2005-11-14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아이도 어른도 가슴찡해지게 만들고 좋아하게 만드는 드문 책입니다. 그쵸? ^^

플레져 2005-11-14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 생각해보니 우스워요. 구름을 왜 빵이라고 하냐, 정말....ㅋ
제가 어릴 때는 구름을 과자로 배웠는데...
잘 나가던 사촌 오빠들 덕분이지요 ㅎㅎㅎ

하늘바람 2005-11-14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은 정말 갖고 싶은 책입니다. 그림책 보면서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 이 책이 첨이었어요. 정말 순수하게 동심으로 돌아가고 막 신이 나더이다.^^

숨은아이 2005-11-14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참 맛있어요.

조선인 2005-11-14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좋으니 리뷰 반응도 좋네요. *^^*

ceylontea 2005-11-14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 좋지만.. 역시 리뷰가 좋으니 반응이 좋은 것이지요..
저도 이 책은 지현이도 좋아하지만, 저도 무척 좋아해요..
그림도 너무 좋구요.. 여러 각도에서 사물을 바라 볼 수 있는 각도... 너무 마음에 들어요...

깍두기 2005-11-14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아이가 다 커버린 것이 아깝구먼.
우리 애들 말야요.

조선인 2005-11-14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님 역시 포토리뷰로 많은 이들의 가슴을 활활 지르셨죠?
깍두기님, 어머나, 그냥 사세요. 지름신을 영접해도 후회안하실 듯.

어데이드 2005-11-28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 아줌마, 저 구름빵 먹고 싶어요~

조선인 2005-12-04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영아!!! 반가와. *^^*

paviana 2005-12-12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가슴 절절한 리뷰라서 저도 슬퍼질까봐 책을 못볼거같아요..
길 막혀서 늦으면 정말 속상하고요, 일찍 들어왔는데 벌써 잠들어 버린 아이 얼굴 보고 괜히 혼자 서운해서 운적도 있어요.

조선인 2005-12-12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아나님, 이 책은 환타지라니깐요. 구름빵을 먹고 둥실 날라 출근한다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