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세계사 : 전쟁편 - 벗겼다, 끝나지 않는 전쟁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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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를 경제편으로 시작해 사건편, 잔혹사편에 이어 전쟁편까지 4권째 읽었는데 역사 분야에서는 이만한 저작이 없는 것 같다. TV 프로그램으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지만 방송은 자주 보지는 못했다. 방송은 방송만의 특색이 있을테지만 책도 활자만의 매력이 있는터라 책으로 읽는 재미도 쏠쏠한 편이다.

 

본서는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내용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관한 내용, 이 둘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 더욱 관심이 갔던 책이다. 하지만 읽고 보니 그보다 오히려 아편전쟁, 메이지 유신과 소말리아 내전, 아프가니스탄 전쟁, 유고 내전이 인상적이었다.

 

아편전쟁은 영국이 중국의 차를 수입하며 금전적 손해가 막대해지자 인구 대국인 중국과의 무역임에도 불구하고 무역에서의 손실을 회복할 수 없으니 아편이라는 마약을 중국에 수출하여 손실을 수익으로 되돌리려 하고 중국이 이에 저항하며 시작된 전쟁이다. 당시 이 전쟁을 개전하려 할 때 영국 국회에서도 이긴다 해도 이보다 더 불명예스러운 전쟁은 없다며 반대하는 여론도 컸다고 한다. 인류사에 있어 이익과 윤리 사이에 갈등이 있을 때 인류가 과연 윤리를 이유로 이익을 볼 기회를 철회한 적이 있었는지 의심스럽기도 했다. 물론 그런 역사가 있었다고 해도 역사 사료로 남아있지 않다면 후세에서 알 도리는 없겠지만, 남아있는 역사 속에서 보이는 인간의 모습이, 이로움 앞에 도리가 사라지는 인간의 역사가 씁쓸하기도 하다.

 

메이지 유신은 일본의 개화가 우리 역사에 준 파급을 볼 때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은 청나라가 유럽 열강들의 요구에 저항하다 본 피해들을 익히 알고 서구의 개방 요구에 저항 없이 개화의 길로 들어섰다. 그들은 너무도 열렬하게 서구의 문화를 수용하고 빠르게 서구화되었다. 무엇보다 일본은 전쟁 이후 전쟁배상금으로 이익을 크게 볼 수 있음을 깨닫고는 전쟁에 연연하게 된다. 그러나 그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주목할 건 일본의 개화 과정에서 대두된 정한론이다. 물론 정한론이 있기 전에도 임진왜란이 있었고 정유재란이 있었지만, 근대 이르러 일본이 정한론에 주목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전쟁에 연연하게 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와 동아시아에 이런 참극들은 없었을 것이다. 또 야스쿠니 신사와 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전범들이 합사되어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도조 히데키, 버마 대량 학살을 주도한 기무라 헤이타로, 난징 대학살을 자행한 마쓰이 이와네 등 A급 전범만도 14명이 합사되어 있다는 건 처음 알게 되었다. 일본 정치인들의 신사 참배가 우리나라 입장에서만 논란의 대상인 것이 아니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다. 일본의 과거와 현재가 주는 국제적인 파급이 큰 것을 보고 시절의 괴로움만이 아니라 시절의 화해를 이끌어내야 할 것도 위정자들의 판단과 행동에 따른 거란 걸 되새기게 되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은 영국의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원거주민들과 유대인들에 대한 부동산 사기가 발단이 되었다. 종교 간의 지역 간의 갈등 국면이 드러난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살아남고자 하는 사람들의 바람이 담긴 거란 생각도 들었다. 대다수 기독교도들은 예수 재림이라는 기독교 예언이 완수되기 위해 이스라엘이 중동 각국과 전쟁을 치르고 중동을 장악하기를 바라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한 전제가 무수한 사람들의 죽음이라니 그들이 과연 천국을 바라는 것인지 지옥을 바라는 것인지 의심스럽기도 했다. 천국이 오라고 셀 수 없는 사람들의 죽음을 바란다는 게 말이 되는 건가, 천국을 바래 다수가 죽으라는 게 과연 천국을 불러온다는 사람들의 요구인가 싶다. 지옥도 악마도 인간 세상과 인간인 것은 아닐까?

 

현재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테러를 자행해서 이스라엘은 보복 작전 중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비롯해 서안지구에 800km에 이르는 장벽을 설치하고 그곳에서 사람들과 물자가 왕래할 수도 없게 만들어 팔레스타인인들이 UN의 구호물품에만 의지해 살아가도록 만든 현실은 인간이 만든 지옥도가 아닌가 싶기만 하다. 이번 하마스의 테러 후 사망자들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비등했지만, 과거에 그 둘 간의 격돌에서는 대개 이스라엘 사람이 13명 죽을 때 팔레스타인인들은 그 장벽이라는 감옥 안에 갇힌 채 공격받아 이스라엘 사람 13명의 죽음에 대한 댓가로 800명 이상씩 죽어 나갔다. 물론 지옥에서 벗어나자고 다른 이들에게 테러를 행하는 게 정당화될 수는 없겠지만, 우리 선조가 과거에 행한 도시락 폭탄이나 저격도 타자의 입장에서 보면 테러다. 이렇다 보니 테러리스트의 심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 바가 아니다. 더군다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처한 상황을 보면 말이다. 되려 이때를 기회라며 예수님 오시게 확전되고 세계대전 일어나라는 일부 광신도들이 더 심각한 정신병자들로 보인다.

 

소말리아 내전은 여느 갈등 국면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UN군과 미군의 참여도 무용지물이며 이 사태가 소말리아의 해적이 활동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 놀랍기도 했다. 외국 어선들이 대대적으로 어종을 독점하다시피 어획해 가는 것도 모자라, 부패한 정부가 자기들 바다에 외국의 폐기물들을 버리게 허가했고, 그로 인해 소말리아 어부들이 해적이 된 과정이 너무 소설 같기도 영화 같기도 개그 꽁트 같기도 했다. 이들도 처음에는 외국 대형 어선들을 협박해 소말리아 바다에서 나가도록 한 게 다였다고 한다. 그러다 외국 어선의 승선자들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니 그게 돈이 된다는 걸 알고부터 전문 해적들이 어지러이 일어났다고 한다. 이제는 이들의 해적질이 국가 GDP에서 마저 절대적인 역할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알고 보면 영국에서도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시절 해적을 지원하며 국가의 부를 강화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이 시대에 무슨 해적이냐 싶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해도 각 국가의 문명과 문화 상황은 동시대이기만 한 게 아니다. 인간으로서 이해하기 쉽기 위해 그걸 평준화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은 그러한 차이를 인정하기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생소한 아프가니스탄이 그토록 열강들의 침략에 강한 나라였구나 하는 걸 알 수 있는 계기도 되었고 베트남전과 같이 미국이 이익보다는 손실을 더 남긴 전쟁 중 하나라는 인상을 남겼다. 오사마 빈 라덴을 처형한 건 미국이 역사를 정리하는 기회였겠지만, 아프가니스탄 전쟁 사이 중앙아시아 상황은 무엇 하나 달라진 게 없지 않나 싶었다. 모자헤딘, 탈레반 등에 대한 대중적 인식만 강화해주었을 뿐인 전쟁이었다. 무엇보다 의문스럽고 부러운 건 열강과 패권자의 영향을 받지 않거나 쉽게 떨쳐내는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이다.

 

유고 내전은 사실 홀로코스트보다 더 잔인하고 참혹하게 다가왔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인식은 있는데 왜 유고 내전에 대한 인상은 그만 못했는지 모르겠다. 현대사에서 민족 간의 갈등이 이렇게까지 얽혀 파국적으로 흘러간 나라와 민족도 더는 없을 것 같다. 갈등하는 국가들과 민족들은 이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인류에 대한 정의와 사유를 더 깊이 고민하고 더 나은 역사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건 없는 건지 다시 생각하게 하는 역사이다. 우리 모두가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어야 할 일이다.

 

[벌거벗은 세계사] 시리즈는 역사를 다루다 보니 누구라도 가볍게 읽으며 깊은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읽어본 모든 편이 그랬지만 전쟁편도 여러 감정과 함께 배움을 가져다주었다. [벌거벗은 세계사] 시리즈 전체가 시간을 아깝게 만드는 책은 아니니 어느 편이라도 권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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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화경과 신약성서
민희식 지음 / 블루리본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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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전 [성서의 뿌리 신약편]이 신약성서 내용의 원전을 중동지역과 중앙아시아에 뿌리를 둔 신화들에서 근거를 찾았던 것에 연장선상에 있는 책이다. 이번에는 신약성서가 불교 경전들을 표절했다는 것을 하나하나 불교 경전들에서 근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중반 이후부터는 [법화경]이라는 불경에 대해 학술적이며 신앙적 차원에서 해설해주는 내용이다.

 

본서는 [성서의 뿌리]시리즈를 집필하고 나서 [예수와 붓다]라는 책을 집필한 이후 그 둘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출간한 책 같은데 [예수와 붓다]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본서 내용을 근거해 생각을 정리해본 것이다. 본서에서도 기존의 미트라 신앙, 조로아스터교의 교리가 구약과 신약에 특히 신약의 성립과 카톨릭 성립에 끼친 영향을 재삼 언급하고는 있다. 전작들(성서의 뿌리 시리즈)에서 구체화해 설명한 내용이 그것이었다.

 

다만 본서는 알렉산드로스 대왕 즈음부터인 기원전 400~300년 즈음부터 불교가 그리스를 비롯해 유럽 전체에 성행했으며 당시 유럽의 영향으로 중앙아시아와 인도의 미술이 영향을 받으며 조성된 불상들을 이후 기독교에서 그대로 차용해 예수상과 성모상, 성모자상 등이 불상의 영향을 받다 못해 그대로 표절한 사례들을 전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수 이전 시기의 유럽 불상들이 유물로 출토되는 현상은 무엇보다 놀랍고 예수가 당시 성행했던 불교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생각되기도 했다.

 

다만 본서에서는 예수의 마지막 말인,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Eli, Eli, lama sa-bach-thani'가 불교 진언인 Arya, Arya, Lama samyak sam bodhi를 예수의 제자들이 곡해하고 자기들 들린대로 옮긴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갑작스럽게 예수의 불제자 시절의 스승이라며 스님 이름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수위의 주장을 하려면 전거를 제시하고 그 전거가 명백히 믿을만한 사료인지부터 검증했어야 하는 게 아니었나 생각되기도 했다.

 

본서를 좀더 신뢰하거나 부정하기 위해서는 저자의 전작인 [성서의 뿌리] 시리즈와 [예수와 붓다] 그리고 다른 저자분의 [예수의 마지막 오딧세이]라는 책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그러기에 문제가 있다면 [예수와 붓다]는 도서관에서라도 찾을 수 있지만 [예수의 마지막 오딧세이]는 도서관에서도 찾기 쉽지 않을 지경으로 절판되었다는 게 난점 같다. 예수의 불교 수행설이랄까 불제자설이 근거가 있다면 어떤 사료에 의해서인지 어떤 고고학적 근거들이 있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절실하지 않나 싶다. 그 책의 저자분은 목영일 님으로 서울대 출신이자 뉴욕대 공학박사 출신이며 국방연구소를 거쳐 UC버클리 초빙교수이자, 유네스코 아태지역 에너지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전국과학기술인협회 이사장이기도 한 분으로 대툥령표창, 국무총리상, 국방과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공학자인 분이다. 그분이 쓰신 책이라 문과적인 창의성보다는 이과적인 사실 근거한 사고를 담은 책이리라는 믿음이 다소 간다. 그래서 구하기 다소 어렵겠지만 나중엔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 중이다.

 

본서에서는 삼위일체설, 천사와 악마, 천지창조, 종말, (삼일 만에) 부활, 구세주 탄생과 사명(동정녀에서 태어나, 12세에 집을 떠나 30세에 강에서 신의 계시를 받고, 12제자를 이끌고 기적을 일으키며 새로운 메시지를 전한다는 미트라교의 신화를 기독교가 차용하고 있다), 선한 목자라는 표현까지 조로아스터교(미트라교) 교리를 기독교와 유대교가 그대로 표절하였다는 내용을 간략히 언급한 후 본격적으로 기독교가 불교 내용을 표절한 것을 나열하는데 이 책에서 각략히 축약한 도표로만도 28가지의 내용 표절이 있다.

 

-수태고지, 아기예수 경배, 신전에서의 12살 예수, 예수 세례, 광야에서 시험에든 예수, 물 위를 걷는 예수, 우물가의 사마리아 여인, 빵과 물고기의 기적, 돌아온 탕아, 가난한 과부의 헌금, 간음한 여인, 산상수훈, 유다와 예수를 저버린 제자들, 고향에서의 푸대접, 평등한 사랑, 좋은 열매 나쁜 열매, 세례자 요한, 말세, 거짓 선지자 출현, 유아학살과 도피,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이 나를 돕는 것, 내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 진정한 보물, 하나님과 재물은 동시에 섬길 수 없다, 의식주를 걱정말라, 예수의 변용, 내가 세상 끝날 때까지 너희와 항상 깨어있으리라-

 

이렇게 예수의 일화들과 예수의 가르침, 예수가 든 비유 중 대표적으로 28가지에서 각 불교 경전들이 근거가 되었다며 근거가 되는 불경들을 나열하고 그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 칼 융이나 분석 심리학자들은 모든 신화에는 원형이 있기 때문이라고 단정하겠지만 이미 이전 이야기의 원작자과 이후의 이야기들의 작자 사이에 서로 만날 기회가 있었다는 현실을 부정한 채 원형에서만 원인을 찾을 수는 없지 않은가 싶다.

 

이미 예수 시대 이전에 유럽 전역에 불교는 성행했다는 게 유적과 유물로도 밝혀지고 있으며 예수 당시에는 불교가 상식인 유럽과 중동이었는데 이스라엘의 예수가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다. 예수가 불제자였다는 것은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억측이라고 할 수 있는 문제지만 신약성서의 내용들이 불교경전들을 표절했다는 건 합리적인 의심을 품을 만한 지적이지 않은가 싶다.


(그리고 제가 간과하고 넘어간 대목을 다른 님께서 언급해주셔서 첨가하는 내용이다. 기독교의 장로, 집사, 마귀, 천사라는 표현도 불경에서 표절해간 내용이란 것도 본서의 내용 중 하나이다. 기존의 한문 불경이 빨리어 불경의 내용을 한문으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차용한 용어들이기는 하겠지만, 그리스도교 역사 보다도 오래된 불교의 용어들을 아무 꺼리낌없이 표절한 그리스도교의 행태가 어이없기도 하다. 이제는 장로와 집사도 마귀와 천사라는 한자 표현도 천주교와 특히 개신교의 원래 용어인줄 아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거라 생각하니 이미 언급한 불경을 표절한 내용들까지 보면 이 종교는 표절이 아니고는 성립될 수 없었던 종교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전반(신약의 근거는 무엇인가)과 후반(법화경 해설)이 명확히 나눠지는 책이니 전반부의 내용은 무신론자든 타종교인이던 비신앙인이던 기독교 신앙인이던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말씀드려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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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허록 - 미래사회를 이끌어 갈 주인공들에게 남긴 100년을 내다본 지혜 모음
탄허 지음 / 휴(休)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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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허스님의 미래예언을 기대했는데 불교철학과 그분 사상이 담긴 책이다. 탄허스님의 미래예언은 다른 책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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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의 연대기 - 제국주의, 세계화 그리고 불평등한 세계
박선미.김희순 지음 / 갈라파고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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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지역의 가난이 빈곤이 어떻게 지속되고 있는지뿐만이 아니라 언제부터 어떻게 빈곤이 시작되었는지를 역사적으로 깊이 들어서며 파헤치고 있다. 아프리카와 신대륙 개척이란 이름의 침략에서부터 산업혁명과 식민지들의 독립까지도 연계된 침탈과 불공정 무역이 어떻게 각국 간의 불평등을 야기하고 지속시키게 되었는지 기술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불평등과 빈곤이 드러내는 세계상은 역사와 함께 인류가 발전해 왔다는 관점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시각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노예시장부터 삼각무역과 산업혁명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개척의 시대로 인식할 그 시대는 철저한 착취와 불평등이 확장되는 시대였고 이후의 빈곤이 자리 잡는 시작이기도 했다. 브레턴우즈 협의 이전에 이미 케인즈는 각국의 불균등한 무역에서의 문제를 해결해줄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어쩌면 공정무역이라는 현대의 시도보다도 더욱 적절한 대응이었을지도 모를 대안은 미국 정부의 거절로 폐기되었다.

 

자원의 저주라는 걸 해석하려는 시도도 우스웠다. 원자재를 수출하는 나라는 가공품을 수출하는 나라와 달리 생산 시기에 내년도 생산량을 예상해야 하기에 해당 시기가 되면 수요의 양상이 바뀔 수 있는 것이라 수입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는데, 가공품이던 원자재건 농작물이 아닌 다음에야 해당 시기의 수요에 생산량을 조절하면 될 일이다. 원유 생산의 경우 그 산출량을 생산국가들이 통제함으로써 손해를 볼 이유가 없다는 것으로도 앞서 논리를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것을 보면 보호무역으로 자국 산업을 육성한 이후에 자유무역을 통해 다른 나라를 압박해서 불공정 교역으로 이익을 본 열강들을 보아도, 기준을 만드는 자들이 이익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 세계상이라 판단되었다.

 

임금이 싼 나라에 가서 값싼 노동력으로 생산을 하다가 해당 나라의 임금이 다소라도 오르면 더 싼 임금을 주고 노동력을 착취할 수 있는 나라로 이동하던 바도, 이제는 AI와 로봇 기술의 발달로 반영구적 노동력인 AI와 로봇이 거의 모든 노동력의 근간이 될 것이기에 갈등의 요소도 되지 않을 시절이 오고 있다.

 

빈곤국의 환경을 파괴함으로써 환경 비용을 빈곤 국가에 전가하고, 국제경제기구들의 지원으로 불균등한 자원과 노동력의 착취를 하며, 민영화를 통해 빈곤 인구가 복지와 의료와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시대를 만들어낸 것이 개척시대, 산업화시대를 거친 현재의 양상이다. 본서의 1장부터 15장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빈곤이 양산된 역사와 지속되고 있는 현재까지의 연대기가 인류의 진면목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숙연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시대는 다를 것이라 믿기에는 이 시절까지 인류사와 이 시절의 지배층이 보여주는 미래상이 암담하기만 하다. 인류가 만들어온 암흑의 끝에 이르러 인류는 자성하고 참회하지만 다른 미래를 가져오기엔 인류의 내일이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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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네이딘 버크 해리스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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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뷰에서 자란 아이들이 마리나 디스트릭트에서 자란 아이들에 비해

폐렴에 걸릴 확률은 2.5

천식에 걸릴 확률은 6

성장후 통제할 수 없는 당뇨를 앓을 확률은 12배 더 높다. P 38

 

베이뷰 아이들이 로럴 하이츠 아이들에 비해 기대 수명이 12년 더 짧다. P48

 

위탁 양육 아동 117명과 학대 당한 경험이 없는 저소득층 아동 60명의 코르티솔 수준 분석

  • 가정 아이들이 학대 경험 없는 아이들에 비해 코르티솔 수준이 조절 가능한 상태를 벗어나 있었다. P114~P115

 

ACE 지수가 4점 이상인 환자들의 경우

과체중 또는 비만일 가능성이 2

학습 및 행동 문제 진단받을 가능성이 32.6P126

 

ACE 지수가 4점 이상인 사람은 0점인 사람에 비해

흡연 가능성이 2.5

알코올 의존 가능성이 5.5

정맥 주입 마약 사용 가능성이 10

 

ACE 지수가 0점인 사람들보다 6점 이상인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20년이나 짧다. P128

 

나치 강제 수용소를 탈출한 난민들 가운데 갑상샘 기능항진증 환자가 많았다는 데이터가 잇다고 하는데 실제로 큰 전쟁 중 갑상샘 기능항진증 발병이 증가했다고 한다. 그래서 크릭스-바제도라는 용어도 만들어졌는데 그 말은 전쟁시 갑상샘 기능항진증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동기의 트라우마를 겪는 아이들은 그레이브스병이라는 갑상샘 호르몬이 과다분비를 과다하게 자극하는 자가면역질환이 걸릴 위험이 높다고 한다.

 

교란된 스트레스 반응은 신경계만이 아니라 면역계, 호르몬계, 심혈관계에도 영향을 끼친다. P137

 

편도체는 만성적인 스트레스 요인에 의해 반복적으로 작동하면 과도하게 활성화 된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자극에 과장된 반응을 보이게 된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루마니아의 고아원에서 심하게 학대당한 아이들의 MRI 연구를 실시한 결과, 그들의 편도체가 몹시 비대해져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편도체가 만성적 또는 반복적으로 활성화될 때 일어나는 또 다른 결과는 무서운 일인지 무섭지 않은 일인지 예측하는 능력이 망가지는 것이라고 한다.

P140에서 인용

 

청반이 조절장애 상태가 되면 노르아드레날린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불안과 흥분, 공격성이 높아질 수 있다. 그리고 경계 상태가 완화되지 않게 하는 호르몬이 과도하게 방출되어 수면-각성 주기를 심하게 망쳐 놓는다고 한다. P140

 

성장 호르몬, 성호르몬, 갑상샘 호르몬, 혈당조절 인슐린 등은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동안 대체로 양이 감소하며 이상 상태가 된다. P145

 

스트레스 반응 조절 장애가 생기면 면역과 염증 반응이 심각한 타격을 입는데, 이는 면역계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요소에 스트레스 호르몬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면역계에서 감기와 결핵과 특정 종양들을 퇴치하는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

P149

 

세종류 이상의 생애 초기 스트레스에 노출된 아이들은 코르티솔 수치가 증가하며 상기도 감염(감기), 위장염(위장 독감 stomach flu) 등 기타 바이러스 감염에 더욱 취약하다... P149

 

뉴질랜드 더니든의 연구자들: 염증 수치 변화 측정을 30년에 걸쳐 1000명의 사람들을 추적

  • 학대를 당한 이들의 네가지 염증 지표가 무려 20년이 지난 후에도 학대받지 않앗던 이들보다 훨씬 높았다.
  • 불행이 한사람의 평생에 걸쳐 면역계의 발달과 조절에 해를 입힌다...

 

게다가 아동기 트라우마는 후성유전적 조절에도 영향을 미쳐 DNA메틸화를 불러오고 히스톤 변형을 야기 유전적인 손상까지 불러온다. P167~168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텔로미어는 대조군에 비해 더 짧은데 흥미로운 점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어도 아동기 초기에 부정적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대체로 텔로미어가 짧지 않은 경향을 보인다. P176

 

여기까지 아동기 초기의 경험이 인간을 망치는 과정을 본서에서 인용했는데 그것도 뇌의 경우 너무 많이 인용해야 할 내용이 과다해서 다 옮겨적는 걸 포기하고 일부만 적었다.

아동기 초기의 부정적 경험, 저자가 유독성 스트레스라고 표현한 경험들을 하게 되는 경우 그 당시에도 각종 질병과 뇌 손상, 병리적인 이상 심리를 겪게 되고 성장한 이후에도 유전적 손상과 암 발병률을 높이고 수명도 보통 사람들 보다 20년이 짧아진다는 것이 지금까지 연구 결과이다.

 

이 통계의 초기에는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의 아이들의 차이로 출발했으나 이제는 부유층 자녀들의 아동기 트라우마도 그 아이가 자라난 이후까지 평생을 따라가는 손상을 초래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손상을 입은 아이들은 폭력, 가정폭력 등의 범죄와 비리, 마약 등 반사회적인 경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아동기의 피해는 연쇄적인 사회적인 손실과 비용을 초래한다.

 

저자는 트라우마는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전해지면서 사회의 DNA에도 새겨진다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국내에서도 묻지마 칼부림이 일어나고 있고 미국에서도 총기난사등이 잇따르고 있다. 정권에서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이나 사형제 부활 등으로 대응하려 하는데 살해되는 피해자들이 나오고 나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이라는 것을 대처라고 하면 뭐할 것인가 하는 생각만 들뿐이다. 일반화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어찌 보면 그들은 피해자가 가해자로 자라난 사례들인지도 모른다. 그들의 피해를 막아주지 못한 정부가 이젠 가해자가 된 그들은 강력 처벌하겠다는 것도 어디쯤엔가에선 모순이 있기도 한 것 같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나서 처벌하려는 것도 우습고 그 과정에서 각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른 피해자들을 방치하고 있는 것도 모순된다. 그 피해아동들 중 몇몇은 다시 가해자로 성장할 테니 말이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면 처벌하겠다는 대응이 아니라 애초에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는 대응이 최적의 대응이 아닌가 한다. 위의 사례들을 보았다시피 아동기 트라우마는 한 인간을 총체적으로 망쳐 놓는다. 죽음에 더 빨리 이르게도 만들고 말이다.

 

그러니 가해자를 처벌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가해자가 되기 전에 치유토록 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는 말이다. 힘으로 권위로 권력으로 내리누르는 정치가 아니라 우리의 이웃을 이 나라의 주권자들을 한 사람이라도 치유케 하는 치유의 정치가 되었으면 싶다.

 

저자는 아동기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6가지 처방을 내놓기도 하는데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다. ‘수면, 운동, 영양, 마음챙김, 정신 건강, 건강한 관계고작 이 6가지를 인간적으로 처우 받을 수 있는가에 피해아동들의 치유 여부가 달린 것이다. 이것도 못 보장하는 정부에서라면 고작 고통이 낭자한 아동들이 자라나도록 방치했다가 범죄자가 되면 응징하겠다는 사회라면 그 사회가 존속할 가치가 있는 사회인지도 의심스럽다. 살인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은 살인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고 살인이 일어나지 않게 할 효과적인 대응은 살인할 마음이 일어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상처받는 아이들과 상처받은 어른을 방치하지 않을 때 진정으로 범죄와의 전쟁이 효과를 발하게 되는 거라 생각한다. 범죄와의 전쟁이 효과적인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다.


#모든피해자가모두가해자가되는것은아니다 #모든가해자가모두피해자인것도아니다 #그러나피해자가양산되는모든가능성은고려되고차단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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