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연대기 - 제국주의, 세계화 그리고 불평등한 세계
박선미.김희순 지음 / 갈라파고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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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지역의 가난이 빈곤이 어떻게 지속되고 있는지뿐만이 아니라 언제부터 어떻게 빈곤이 시작되었는지를 역사적으로 깊이 들어서며 파헤치고 있다. 아프리카와 신대륙 개척이란 이름의 침략에서부터 산업혁명과 식민지들의 독립까지도 연계된 침탈과 불공정 무역이 어떻게 각국 간의 불평등을 야기하고 지속시키게 되었는지 기술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불평등과 빈곤이 드러내는 세계상은 역사와 함께 인류가 발전해 왔다는 관점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시각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노예시장부터 삼각무역과 산업혁명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개척의 시대로 인식할 그 시대는 철저한 착취와 불평등이 확장되는 시대였고 이후의 빈곤이 자리 잡는 시작이기도 했다. 브레턴우즈 협의 이전에 이미 케인즈는 각국의 불균등한 무역에서의 문제를 해결해줄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어쩌면 공정무역이라는 현대의 시도보다도 더욱 적절한 대응이었을지도 모를 대안은 미국 정부의 거절로 폐기되었다.

 

자원의 저주라는 걸 해석하려는 시도도 우스웠다. 원자재를 수출하는 나라는 가공품을 수출하는 나라와 달리 생산 시기에 내년도 생산량을 예상해야 하기에 해당 시기가 되면 수요의 양상이 바뀔 수 있는 것이라 수입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는데, 가공품이던 원자재건 농작물이 아닌 다음에야 해당 시기의 수요에 생산량을 조절하면 될 일이다. 원유 생산의 경우 그 산출량을 생산국가들이 통제함으로써 손해를 볼 이유가 없다는 것으로도 앞서 논리를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것을 보면 보호무역으로 자국 산업을 육성한 이후에 자유무역을 통해 다른 나라를 압박해서 불공정 교역으로 이익을 본 열강들을 보아도, 기준을 만드는 자들이 이익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 세계상이라 판단되었다.

 

임금이 싼 나라에 가서 값싼 노동력으로 생산을 하다가 해당 나라의 임금이 다소라도 오르면 더 싼 임금을 주고 노동력을 착취할 수 있는 나라로 이동하던 바도, 이제는 AI와 로봇 기술의 발달로 반영구적 노동력인 AI와 로봇이 거의 모든 노동력의 근간이 될 것이기에 갈등의 요소도 되지 않을 시절이 오고 있다.

 

빈곤국의 환경을 파괴함으로써 환경 비용을 빈곤 국가에 전가하고, 국제경제기구들의 지원으로 불균등한 자원과 노동력의 착취를 하며, 민영화를 통해 빈곤 인구가 복지와 의료와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시대를 만들어낸 것이 개척시대, 산업화시대를 거친 현재의 양상이다. 본서의 1장부터 15장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빈곤이 양산된 역사와 지속되고 있는 현재까지의 연대기가 인류의 진면목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숙연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시대는 다를 것이라 믿기에는 이 시절까지 인류사와 이 시절의 지배층이 보여주는 미래상이 암담하기만 하다. 인류가 만들어온 암흑의 끝에 이르러 인류는 자성하고 참회하지만 다른 미래를 가져오기엔 인류의 내일이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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