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초딩 2020-12-31 2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하라는 ^^ 올 한 해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하라 2020-12-31 23:24   좋아요 0 | URL
초딩님께서도 올 한 해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새해에는 하시려는 일 모두 이루시는 해 되세요~
 

봄에 

가만히 보니 

꽃대가 흔들린다

 

흙밑으로부터 

밀고 올라오던 치열한 

중심의 힘

 

꽃피어

퍼지려 

사방으로 흩어지려 

 

괴롭다 

흔들린다

 

나도 흔들린다 

 

내일 

시골 가

가 

비우리라 피우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회자가 외쳤다

여기 일생 동안 이웃을 위해 산 분이 계시다

이웃의 슬픔은 이 분의 슬픔이었고

이 분의 슬픔은 이글거리는 빛이었다

사회자는 하늘을 걸고 맹세했다

이 분은 자신을 위해 푸성귀 하나 심지 않았다

눈물 한 방울도 자신을 위해 흘리지 않았다

사회자는 흐느꼈다

보라, 이 분은 당신들을 위해 청춘을 버렸다

당신들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

그 분은 일어서서 흐느끼는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 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 때 누군가 그 분에게 물었다, 당신은 신인가

그 분은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유령인가, 목소리가 물었다

저 미치광이를 끌어내, 사회자가 소리쳤다

사내들은 달려갔고 분노한 여인들은 날뛰었다

그 분은 성난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 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은 실신했다

그 분의 답변은 군중들의 아우성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